[연주자의 패션감각] 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연주자들에게 연주복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요?[연주자의 패션감각] 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연주자들에게 연주복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요?

Posted at 2012.08.09 10:56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31)
[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연주자의 패션감각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님의 연미복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처럼 외형을 중시하는 풍조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늘 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연주자들에게 연주복은 정말이지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남성 연주자는 무조건 연미복이나 턱시도를 입어야 했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주로 여성 연주자들의 고민이었지만 세상이 달라지면서 남성 연주자들의 연주복도 엄격한 틀을 벗어나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세기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20세기의 거장 카라얀은 음반 산업의 중요성을 남보다 앞서 깨달았던 지휘자였습니다. 그리고 들려주는 음악 뿐 아니라 보여주는 모습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던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음반뿐 아니라 영상물 제작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고 그 덕에 지금도 그가 지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물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녹화된 화면 속에서 검은 색 바지 위에 목까지 오는 검은 색 스웨터를 입고 눈을 감은 채 지휘하는 카라얀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요, 상체에 비해 짧고 왜소한 하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런 복장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가급적 전신이나 하반신을 드러내는 각도에서의 촬영은 피했다고 하지요.

 

 

세계 3대 첼리스트로 꼽히는 첼로의 거장, 미샤 마이스키

 

연주자들 가운데 파격적인 의상으로 주목을 끌었던 대표적인 인물을 찾으라면 아무래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당대 최고의 실력과 더불어 그리스의 조각같이 수려한 용모로 여성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그는 몸에 붙는 검은 색 바지 위에 소매와 품이 넉넉하고 잔주름이 잡힌 셔츠를 입고 무대에 등장하면 마치 신화 속의 인물이 나타난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공연의 후반부에는 다른 색상의 셔츠를 갈아입곤 하는데 그 의상이 모두 일본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자케의 작품이라고 해서 더욱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연주회마다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연주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전부터 유명 연주가들의 연주회마다 모습을 보이면서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앙드레 김은 좋아하는 연주자들의 연주복을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에게 선물한 특이한 연주복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생 텍쥐 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의 삽화에서 본 듯한 복장으로 무대에 등장한 김선욱의 표정과 몸짓은 잠시 겸연쩍고 쑥스러운 듯 어색해보였지만 곧 음악에 몰입하여 성숙하고 열정적인 연주를 펼쳐보였습니다.

 

 

자신만의 시각적 이미지가 확고한 지휘자 금난새

 

우리나라 연주자들 가운데 패션 감각에서 으뜸을 꼽으라면 지휘자 금난새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검정색이나 짙은 회색 계열의 색상에 겉으로 보기에는 일상적인 수트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적인 디자인에서 단추와 재봉선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다르면서 꼼꼼하게 마무리 한 특별한 의상입니다. 그리고 늘 초록색 계통의 타이에다 같은 색 계통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줌으로써 자신만의 시각적 이미지를 확실하고 각인시키고 있는 점이야말로 실로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무대에서 만난 연주자들 가운데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가장 뚜렷하고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심어준 음악가라면 단연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를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LG 아트 홀에서 들었던 그의 연주와 그 때 보았던 그의 모습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파격적이었습니다. 눈부시게 밝은 금발과 하얀 피부에 흠잡을 데 없이 빼어난 용모부터가 여성 팬들을 매료시켰고 초인적인 기교에다 폭발적인 힘이 없으면 엄두도 낼 수 없는 리스트의 난곡들을 어루만지듯이, 혹은 노래하듯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편안하게 풀어헤치는 연주는 청중들의 넋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렸습니다. 그의 모습과 음악은 무척이나 섬세하여 부서지기 쉽지만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고아한 품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리스트가 작곡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제에 의한 패러프레이즈에서 그는 어느 성악가가 부르는 노래보다 더 노래답고 더 아름다운 선율을 가슴이 멍들도록 흐느끼며 노래했습니다. 그의 타고난 감각과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몸매를 자연스럽게 감싸면서 어깨로부터 떨어지는 선이 부드러운 듯 빈틈이 없었던 검은 색 연미복은 눈부신 그의 외모를 더욱 더 돋보이게 했고 빳빳하게 풀을 먹인 하얀 드레스 셔츠에 빨간 색 나비 넥타이와 역시 빨간 바탕에 금박 실로 화려하게 수를 놓은 조끼는 너무나 파격적이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 의자에 앉았을 때 살짝 올라간 바지 끝단 아래로 살짝 드러난 빨간 양말은 청중들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했습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복장이나 외모가 들리는 음악보다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 때문에 들리는 것이 달라질 수야 없겠지요. 그러나 들리는 것만큼 보이는 것도 좋다면, 그래서 보기에도, 듣기에도 다 좋은 연주회라면 듣기에만 좋은 연주회보다야 당연히 더 낫겠지요. 옷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기 전에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서 그런 마음을 보이고 싶다면 옷차림부터 신경을 쓰고 가다듬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일상에서의 만남부터가 이렇다면 무대에 나서서 청중들을 대하는 예술가의 입장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조수미의 추억. 항상 당당했던 그녀였기에... 그 용기와 배짱으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조수미의 추억. 항상 당당했던 그녀였기에... 그 용기와 배짱으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

Posted at 2012.05.22 11:44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19)
조수미의 추억

 

 


 

30년 전 쯤의 어느 나른한 오후, 4동 대형 강의실에서 있었던 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음대, 미대 학생들이 함께 국민윤리를 듣는 시간이었지요. 뻔한 내용이라 듣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강의하는 젊은 시간강사 선생님도 따분하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는 학생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자 강단에 섰던 그 강사 선생님이 갑자기 책을 덮고 강의를 중단하더니 학생들을 향해 뜬금없는 제안을 했습니다. 어차피 강의를 계속해도 들을 사람도 없을 것 같으니 누군가 나와서 나머지 수업시간을 때워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원자가 없다면 별 수 없이 강의로 남은 시간을 채울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였지요. 그 안에 있던 누구나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지만 누구도 자신이 없어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는데, 강의실 뒤에서 강단 앞으로 성큼 성큼 다가가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잠시도 주저함이 없이 피아노 앞에 앉더니 당시 우리 세대가 즐겨들었던 팝송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수많은 노래들을 자신의 피아노 반주로 물 흐르는 듯 계속 이어서 불렀습니다. 남은 수업 시간이 꽤 길었을 텐데 순식간에 다 지나간 것처럼 느꼈던 것은 모두들 그의 노래에 넋이 나가 정신이 없었던 탓이었겠지요. 그 용감하고 당당했던 여학생의 이름은 조수경이었고, 지금은 세계 어디서나 그를 조수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같은 음악대학이었지만 전공이 달라 서로 길게 말을 섞어 본 기억은 없습니다. 그러나 함께 여러 강의들을 들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스로 관심이나 흥미가 있는 과목을 들을 때의 태도와 그렇지 않은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달랐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싫고 좋고가 너무나 분명하고 스스로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혀 감추거나 숨기려 들지 않았던 것이지요. 조수미에 대한 학창시절의 기억은 그 정도가 전부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후의 기억은 무대에서의 모습뿐이니 각별히 그를 아끼는 수많은 애호가들에 비하면 내세울 것도 없습니다. 다만 유학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가졌던 내한 연주회의 인상적인 레퍼토리와 그것을 통해 보여주었던 엄청난 자신감과 여유만큼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토록 고대했던 고국에서의 무대였을 텐데 어쩌면 그렇게 느긋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당장에 듣기 좋은 베르디부터 부르고 금방 가슴에 와 닿는 푸치니도 연기하고 싶었을 텐데 롯시니와 도니제티, 벨리니를 가지고 무대에 나선 그의 용기와 배짱이 너무나 감탄스러웠습니다. 오페라 무대에 서려는 성악도라면 반드시 다져야 할 기초이면서 누구나 다 그냥 넘어가고 싶고 사실 대부분 하는 척만 하다가 슬쩍 지나쳐 버리고 마는 그 어렵고 힘든 과정들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섭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겠지요. 그리고 그만큼 큰 그림을 그려놓고 하나씩 차근차근 이루어가겠다는 여유와 자신감이었을 것입니다. 부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이지 지긋지긋하고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는 그 난곡들을 너무나 정확하고 완벽하면서 느긋하게까지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고 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점쳤는지 모릅니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지금도 충분히 세계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만큼 가진 것이 많습니다. 전 세계를 통 털어 밤의 여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프라노라는 것도 무척이나 자랑스럽지만 그것도 한 때로 족할 따름이지요. 단지 키가 작아서, 아니면 도저히 서양인으로 보일 수가 없는 외모 때문에 하고 싶은 배역을 잡을 수가 없다면 그에게 맞는 다른 가능성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오페라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조수미가 잘 부를 수 있는 우리나라 노래를 잘 골라서 세계무대에 내놓고 함께 자랑하는 것도 좋겠지요. 이 참에 조수미를 염두에 두고 새로 노래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잘만 만든다면 작곡가까지 더불어 유명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 조수미

 

조수미를 발탁했던 대지휘자 카라얀이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그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이제는 우리 손으로 잘 다듬고 가꾸어서 다시 세계에 자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수미만이 유독 더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이 가진 가능성을 충분히 살려서 우리 모두가 함께 보람과 긍지로 삼자는 것입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프리마돈나 존 서덜랜드를 책임자로 불러들여 서로의 가능성과 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방법을 택했고 이탈리아가 배출한 불세출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로마 월드컵을 계기로 쓰리 테너공연을 성사시킴으로써 20세기 최고의 문화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아직도 그런 사례가 없습니다. 그러자고 뜻을 모았던 윤이상 음악제가 슬그머니 통영 국제 음악제로 바뀌었고 그나마 음악제의 한 부분으로 시작한 국제 콩쿠르는 엉뚱하게 경남 국제 음악 콩쿠르가 되어버렸습니다.

 

 

조수미도 지금쯤은 많이 지쳐 있을 것입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노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전에도 짐작했겠지만 이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줄은 미처 몰랐을 것입니다.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더 외롭겠지요. 그러니 어쩌면 이쯤에서 멈추고 편하게 누리려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좋아라고 난리들이겠지만 무대와 객석에 불이 꺼지고 나면 조수미는 또 다시 홀로 남게 됩니다. 28년 전, 강단 앞으로 성큼 나섰던 그 용기와 배짱으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무엇인가를 해내기를 기다려봅니다. 첫 번째 내한연주에서 보여주었던 그 자신감으로 말입니다. 기다리지만 말고 응원을 해야겠지요. 응원보다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수미 - 나 가거든 [Jo Sumi - If I leave] MV 'The Lost Empire' 明成皇后 [HD]

 

조수미 - 나 가거든 [Jo Sumi - If I leave]
MV 'The Lost Empire' 明成皇后 [HD]

최소한 역사에 대해서 만큼은 깨어나야한다...
을미사변의 진실은 과연 무었인가?
아니 그 이전에 우리의 역사관과 교육은 어떠한가?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1. chipchic
    어릴적 조수미씨 따라하다 목만 쉬어버린 기억이 나네요.. 맹장 수술로 입원 중이라는데 빠른 쾌유를 빕니다 '0'/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