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Posted at 2017.11.17 08:00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살면서 가끔씩은 사람은 도대체 무엇으로 사는지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영화 속의 명장면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쇼생크 탈출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장면들로 먼저 영화 쇼생크 탈출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젊은 은행가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받아 쇼생크 감옥에 갇힙니다. 간수들의 부당한 처사와 다른 죄수들의 폭력까지도 꿋꿋이 견디며 힘겹게 버티던 어느 날, 간수 한 사람을 도와 세금을 덜 내도록 한 것이 알려지면서 교도소장과 다른 간수들의 세금 감면은 물론 교도소장이 죄수들에게 일을 시켜 착취한 돈을 세탁하고 관리하는 일까지 맡게 되어 그들의 신임을 얻게 됩니다

 

출처 : http://www.imdb.com/title/tt0111161/


그런데 그는 그렇게 얻은 여유와 혜택을 활용해 동료 죄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힘을 씁니다. 여기저기 편지를 써서 도서관을 꾸미고 책을 기증받는가 하면 새로 들어온 젊은 죄수를 가르쳐 검정고시에 합격시킴으로써 이를 지켜본 죄수들 모두에게 보람과 긍지를 안기기도 합니다그러던 어느 날, 간수의 방에서 뜻밖에도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녹음한 음반을 발견한 앤디는 그 음반을 틀고 마이크를 연결해 스피커를 통해 교도소 전체에 음악이 흐르도록 합니다. 순간 교도소 안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제껏 그 안의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 노래는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입니다. 백작이 자신의 집사 피가로의 약혼녀인 수잔나를 유혹하려 들자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백작을 골려주려고 몰래 만나자는 거짓 편지를 쓰면서 함께 부르는 노래입니다


Mozart - The Marriage of Figaro (모짜르트 '피가로의 결혼)

 

그러나 그들에게 그 내용이나 가사는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음악은 마치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 듯 맑고 깨끗하여 그들 마음의 모든 찌꺼기를 단번에 씻어내는 듯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그때 들리는 흑인 죄수 레드의 독백이 그들 모두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출처 : http://www.imdb.com/title/tt0111161/


하지만 앤디에게 그 댓가는 혹독했습니다허락 없이 음악을 틀었고 음악을 멈추라는 간수들의 독촉에도 모르는 척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은 벌로 흠씬 두들겨 맞고 2주 동안 독방 신세를 지게 됩니다. 창백하고 초췌한 몰골로 독방에서 나온 앤디에게 동료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지냈냐고 묻습니다. 앤디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었다고 대답합니다. 그들이 놀라서 녹음기를 가져갔냐고 다시 묻자 그는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에 있어. 그것이 음악의 아름다움이야.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지.”라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이번에는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30년대말의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약간은 모자란 듯 얼치기지만 늘 즐겁고 낙천적인 귀도가 삽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집안에 약혼자까지 있는 아름다운 선생님도라를 사랑하여 순수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만으로 마음을 얻고 함께 도망까지 가야 하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결혼에 이르러 아들 조슈아를 낳고 행복하게 삽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나치가 이탈리아를 점령하면서 유태인인 귀도와 아들 조슈아는 수용소로 끌려가고, 유태인이 아니 도라도 고집을 부려 그들을 따라나섭니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귀도는 어린 아들을 안심시키려고 그들 모두는 게임을 위해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라며 누구든 주어진 어려움을 다 이겨내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진짜 탱크를 상으로 받게 된다는 거짓말을 합니다.  

 

출처 : http://kimsigyun.com/?p=687


그러던 어느 날, 귀도는 독일군 장교 숙소에서 열리는 파티에 불려가 시중을 들게 됩니다. 음식을 나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에 축음기를 발견한 그는 건너편 여자 수용소에 있을 아내를 생각하여 소리가 그쪽을 향하도록 축음기를 돌려놓고 음반에 바늘을 올려놓습니다. 그러자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뱃노래'가 흘러나옵니다어둡고 추운 수용소의 침상에 힘없이 누워 있던 도라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듣고는 홀린듯이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고 어느덧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호프만의 이야기'중 '뱃노래'-오펜 바흐(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오펜바흐는 19세기 파리에서 활약한 오페레타 작곡가입니다. "지옥의 오르페오", "아름다운 핼렌"과 같은 작품들이 인기를 끌며 명성과 부를 누렸지만 오페라가 아니라 그보다 가볍고 통속적인 오페레타로 성공했다는 자격지심에 반드시 오페라를 써서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작곡한 야심작이 바로 "호프만의 이야기"입니다.옛 연인이며 오페라 가수인 스텔라의 초대를 받고 뉘른베르크의 한 술집에 나타난 호프만은 스텔라를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 모인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했던 세 번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가운데 마지막 이야기가 3막에 펼쳐지는데 베네치아가 무대입니다줄리에타의 유혹에 넘어간 호프만은 결투 끝에 줄리에타의 연인 쉴레밀을 죽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줄리에타를 뒤에서 움직인 악당 다페르투로의 음모였음이 밝혀지고 달빛 흐르는 밤, 줄리에타는 다페르투토라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그가 보는 앞에서 사라집니다. '뱃노래'는 줄리에타가 호프만의 친구인 니콜라우스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부르는 이중창으로 여기서 니콜라우스는 남자지만 오페라에서는 메조소프라노가 남장을 하고 그 역할을 맡습니다. 혹시나 그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아들이 눈치챌까봐 귀도는 날마다 기지를 발휘해서 동분서주 합니다


출처 : http://bach1685.tistory.com/105


마침내 독일이 패망하자 귀도는 먼저 조슈아를 숨겨두고 아내 도라를 구하려다가 독일군에게 붙잡혀 총살을 당하지만 끌려가면서도 숨어서 지켜보는 아들을 생각해 짐짓 즐거운 일인 양 윙크를 하면서 태연하게 걸어갑니다. 조슈아는 날이 밝을 때까지만 들키지 않으면 게임에서 이긴다는 귀도의 말을 정말로 믿고 나무 궤짝에 꼼짝 않고 숨어 있다가 다음날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피는데 그 앞으로 거짓말처럼 연합군의 탱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타납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ji-na


한때는 거리마다 음악이 넘쳐 홍수처럼 범람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관공서에서는 새마을 노래를 틀었고 동네 가게에서는 유행가가 흘러나왔습니다. 골목길을 리어카로 돌아다니는 행상들까지 음악을 앞세워 나 여기 있다며 외쳤습니다. 확성기로 울려퍼지는 행진곡을 들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등교를 했고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는 교실 스피커에서도 잔잔하게 음악이 흘렀습니다. 하도 들으니 저절로 다 외웠지만 그때는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따라 불렀습니다. 그러다 나중에야 그 곡이 조셉 수자의 행진곡이라는 것을 알았고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지금 이랬다가는 소음 공해에다 저작권 침해라며 난리도 아닐겁니다. 누구나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지구상의 무슨 음악이든 골라 들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때가 몹시 그립습니다.어느덧 거리의 캐롤마저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전에는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기 시작하면 이제 한 해가 저무는구나 싶어 묘한 감상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12월도 그저 열두달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매듭지어야 할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무겁고 몸이 지치는 나날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혼자 듣는 음악 말고 함께 듣는 음악이 그립습니다. 때로는 시간을 내서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바쁘게 길을 걷다가도 어디선가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 들리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잠시나마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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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이루지 못한 금호문화재단 이사장 (고)박성용 회장의 꿈[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이루지 못한 금호문화재단 이사장 (고)박성용 회장의 꿈

Posted at 2017.11.16 09:04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오래 전 브리태니커 사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최소한 그 사전을 만든 사회와 문화권에서는 예술의 후원자들을 예술가들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예술 후원자들의 이름과 업적이 사전 안에 수록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어떤 이가 여기에 해당될까 생각해보지만 그다지 많은 사람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음악 분야로 좁혀 보면 그 숫자는 더 줄어들고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박성용 회장입니다. 금호그룹의 회장으로 있으면서 금호현악사중주단을 창단하여 지원했고 무엇보다 금호문화재단과 금호아트홀을 통해 우리의 음악영재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였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박성용 회장의 잘 알려진 삶과 업적이 아니라 그 분을 직접 만나서 보고 들은 것들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 박성용 회장(출처 - http://www.ohmynews.com)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문을 열고 얼마지 않아 발전재단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금호그룹의 박성용 회장은 재단의 이사로 추대되었고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저와의 인연은 그때부터였습니다. 늘 재단 회의에서만 뵙다가 금호그룹 회장실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우선 회장실이라면 당연히 꼭대기 층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낮은 층에 자리 잡고 있어 의아했습니다. 비서실을 찾았더니 한 사람의 비서가 회장실뿐만 아니라 부회장실까지 다 담당하고 있어 당황했고 회장실로 들어섰더니 너무나 단촐하고 소박한 집기를 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출처 : http://www.kartsfund.kr/


그 다음 만남은 어느 어색한 회의에서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수출 천억불을 달성했다고 해서 그 업적을 널리 알리고 자랑하는 문화행사를 만들자는 자리였습니다. 주무 장관과 관계 기관 종사자, 그리고 재계의 몇몇 분들이 참석하였고 그 가운데 박성용 회장도 있었습니다. 회의라기보다 정부의 의지와 행사의 내용을 전달하고 협조를 구하는 모임이었기에 다들 별 다른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고 주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 모양새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화제가 자연스럽게 국가 경제와 기업 경영으로 모아지자 다들 한마디씩 거들면서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마침내 박성용 회장에게 순서가 돌아가자 그는 돌연 정부의 경제 정책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참석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박 회장 스스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앉은 식탁 위에 흩어진 빵부스러기를 손바닥으로 긁어 모아 입안에 털어 넣는 행동까지도 전혀 스스럼이 없었습니다. 그 후로도 몇 번 초대를 받아 함께 식사한 적이 있지만 참 잘 먹었다 싶은 기억은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점심은 주로 광화문 회사 근처의 평범한 이탈리아 음식점이었고 그는 늘 똑 같은 파스타를 주문했기에 초대 받은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늘 그랬듯이 식탁 위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입안에 털어 넣었고 그때마다 단 한 번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이렇게 몇 번의 만남이 이어졌지만 그에게서 단 한 번도 대기업 회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린다 싶은 화려함이나 위압감을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검소하고 소탈한가 하면 고지식하기까지 한 성격이 마치 학자를 보는 듯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만난 자리에서 '경영자보다는 교수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말을 꺼냈더니 금방 손사래를 치며 '짧지만 공직자로도 일해보고 다른 일도 해봤지만 대학에서 교수로 있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말하길 '한 시간 강의를 준비하려면 일주일을 꼬박 연구실에 틀어박혀 준비를 해야 했다''그 때는 정말 잠잘 시간도 없었다'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출처 : http://www.dailian.co.kr/news/view/36120


어느 해인가 금호문화재단이 선정하는 "금호음악인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의 일입니다. 열띤 토론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수상자를 결정할 수 있었고 바깥은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진 다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전하길 그때까지 박성용 회장이 퇴근하지 않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박 회장의 관심과 열의에 감탄을 했고 어느 심사위원은 '진즉에 말하지 그랬느냐''그랬으면 좀 더 일찍 끝냈을 텐데'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심사가 모두 끝났다는 보고를 받은 다음에야 그 자리에 잠시 들린 박 회장은 마치 자신이 상을 받는 것처럼 들떠서 어쩔 줄을 몰라 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담당자에게 심사비가 적으니 더 올리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에게 저녁식사까지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따라 나서면 어느 식당을 갈지, 가면 무슨 음식을 먹게 될지를 너무나도 잘 일고 있었기에 사양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www.dailian.co.kr/news/view/36120


마지막 식사 초대는 너무나도 뜻밖이었습니다. 한 동안 보지 못했고 딱히 만나야 할 일도 없는데 함께 저녁 하자는 전갈이 왔고 그렇게 불려 간 자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고급 식당이었습니다. 이 분이 어쩐 일인가 싶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혹시나 어려운 부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동안 이야기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얼마지 않아 미국에 다녀 올 텐데 돌아오면 온갖 꽃과 나무를 다 가꾸는 식물원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미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가 진행 중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그분의 관심은 오직 음악이었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재능 있는 어린 음악도를 발굴하여 그 성장을 돕는 일을 무엇보다 큰 기쁨으로 여기는 분이었는데 느닷없이 식물원을 만드는 데 남은 여생을 바치겠다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전에 음악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이나 신이 나서 눈빛이 반짝이는 걸 보면 틀림없이 뜻한 바 그대로 이루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채 실감이 나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는데 그는 식물이 왜 좋은지 속마음을 살짝 비추었습니다. 사람은 마음을 다해 아끼고 보살펴도 그걸 몰라주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식물은 언제나 정성을 들이는 만큼 크게 잘 자라서 보답을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느닷없이 부고가 날아들었습니다. 그제서야 미국으로 간다는 일이 암수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며 그 꿈을 이루려는 뜻을 꺾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 때는 그를 보며 학자나 교수가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잘 맞는 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가끔씩 그를 떠올릴 때면 언제나 밀짚모자를 쓰고 손에는 호미를 들고 모습입니다. 목에 두른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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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공연 시간 안내 - 28회 이건음악회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광주 공연 시간 안내 - 28회 이건음악회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Posted at 2017.10.31 13:23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

안녕하십니까? 10월 31일은 광주 5.18기냠문화센터에서 이건음악회 공연이 있는 날입니다.

포스터의 시간과 달라 혼란이 있으신 분들이 계신데요. 공연 시간은 오후 8시 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공연 런닝타임은 120분 입니다. 침고 부탁드립니다.

매 공연장 마다 많은 분들의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광주에서도 멋진 공연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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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재철
    2017년 시월의 마지막 날 저녁시간을 아내와 의미있게 맞이했다.
    이건에서 주최하는 이건음악회 실연을 감상했다. 600년 전통을 가진 모스크바스레텐스키 수도원합창단 초청공연, 무반주로 오직 목소리만으로 들려주는 목소리는 천상의 천사의 음성이 이런 소리일까?
    초저음의 소리는 우리나라 에밀레종소리의 끝음을 느끼게 했다.
    공연구성도 좋았다. 첫파트에서 수도원 합창단 답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으로 시작으로 자비, 부활, 성탄, 언제나 함께하신 하나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둘째 파트는 러시아의 민속음악과 생활음악이 힘차고 생명력이 넘쳤다. 힘든 노동과 끔직한 전쟁의 역사도 아름다운 화음으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러시아의 예술성이 돋보였다.
    우리나라도 열방의 수난사가 많은데 동학혁명, 항일전쟁, 한국전쟁, 4.19, 5.18민주화운동 등도 예술로 승화시킬 작품소재 일 것이다.
    따뜨한 감동의 시간을 제공해주신 이건음악회를 비롯한 이건그룹 관계자에게 감사한다.
  2. 비밀댓글입니다
    • 2017.11.01 13:18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김운영선생님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대관이 어렵기로 유명한데 그 보다 더 어려운 것이 광주대관입니다 ㅠㅠ 저희도 광주에서 제일 좋은 문화예술회관을 대관하려 했는데 이건음악회 기간에 시 행사와 시립단체 공연 대관이 매번 잡혀있어 대관이 불가하였습니다. 내년에는 광주문화예술획관과 협력하여 좋은 공연을 더 좋은 공연장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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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박정연
    해마다 이건음악회를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고있는 광주시민입니다.
    올해의 공연은 역시나 최고였어요.
    21명의 남성성악가들이 반주도 없이 성가곡과 러시아 민요를 불러주셔서 은혜로웠구요. 멋지게 편곡된 아리랑은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색을 담아내어 주셨습니다. 문화마인드가 충분한 이건 기업 파이팅하세요 ~~^^
  10. 박효희
    공연후기가 너무 늦었네요.
    도무지 그날 받은 감동이 사라지지 않아 늦었지만 블로그를 찾았습니다.
    '무반주로 연주되는 수도원합창단의 연주'
    들어본 적이 없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끝없이 낮은 저음을 온몸으로 연주해내는 첫 성가에 제 마음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THE HORSE
    온 몸에 전해지는 감동의 떨림을 감당하기 힘들정도였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연주자들과 사진도 찍는 소중한 경험도 함께 했습니다.
    진부하지만 매해 이건음악회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시는 이건그룹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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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CD 신청 이벤트 - 제28회 이건음악회 후기 이벤트, 후기를 남겨주시면 실황 CD를 무료로 드립니다.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CD 신청 이벤트 - 제28회 이건음악회 후기 이벤트, 후기를 남겨주시면 실황 CD를 무료로 드립니다.

Posted at 2017.10.27 09:13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음악회 톡톡

 

 

이건음악회 28회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제28회 이건음악회-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 공연이었던 부산 공연에서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의 웅장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합창에 감동하였습니다. 앞으로 남은 콘서트도 매우 기대가 됩니다. 현장에서의 반응도 매우 뜨겁습니다. (아리랑 공연 때에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번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합창단 공연과 음악에 대한 여러분의 공연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나 이건음악회 블로그에 남겨주세요.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을 선정하여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합창단 공연의 실황 CD를 선물로 보내 드립니다.

본인이 글에 소질이 없으시더라도 본인이 느끼신 솔직한 느낌, 감동, 또는 아쉬운 점 등을 남겨주세요. 멋진 글과 사진도 좋겠지만 그것이 없다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기는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를 뽑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이건음악회 팬으로서의 공연 관람 후기, 또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의 의견 부탁드립니다.


 

부산, 고양, 인천, 서울, 명동성당, 광주, 대구 공연을 관람하신 후, 자신의 블로그 및 SNS에 이건음악회 블로그의 후기 모집을 요청하는 본 포스팅에 댓글을 달아주셔도 되고 또는 자신의 블로그에 후기를 남겨 주신 후 아래의 댓글에 주소를 남겨 주세요.

추첨을 통하여 이번 제28회 이건음악회 -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의 실황 CD를 보내드리겠습니다.

 

 

[핵심 팁]

1. 글과 사진을 섞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주세요. 그리고 링크를 이 글에 리플로 달아주세요 ^^

2. CD를 배송 받으실 주소와 이름을 eagonblog@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이름(또는 글쓴 아이디), 전화번호, 받으실 곳 주소 -> 배송지 및 받는 분 성함 꼭 확인부탁드립니다.]

3. 글의 양은 상관 없이지만 너무 짧으면.. 좀 그렇겠죠? ^^

4. 이메일로 보내길 원하시는 분들은 eagonblog@gmail.com로  

   글과 사진을 첨부하여 연락 부탁드립니다.

5. 사진이 없으시다구요? 그럼 티켓 인증이나, 프로그램북 인증도 괜찮습니다...   

   그것도 없으시면... 그래도 오케이!! ^^

 

@응모 기간 : 2017년 10월 26일 ~ 2017년 11월 30일 까지(약 1개월)

@당첨 발표 : 2017년 12월 초 발표 예정(정확한 배송일정은 추후 공지)              

   → CD 마스터링 등의 작업으로, 제작 완료 시점에서 배송 예정일 공지

@기타 문의 : 이건음악회 블로그에 댓글 또는 방명록으로 부탁드립니다. 보내주신 글과 사진은 이건음악회 블로그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오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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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댓글입니다
  3. 김순애
    메일로 후기남겼습니다.
    훌륭한 공연 감사합니다. ^^
  4. 비밀댓글입니다
  5. 공연후기 쓴 블로그
    http://blog.daum.net/elara1020/8467032

    뭐랄까 뭔가 공연을 보러가야할것같은 느낌이 들었었는데 말입니다 아하하하...
    (이렇게 쓰면 되는 것인가요?)
  6. 비밀댓글입니다
  7. 장현주
    사람의 목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8. http://blog.naver.com/micbae2/221130647493
    목소리가 주는 감동을 제대로 느낀 공연이었어요.
    세번째 이건음악회 관람이었는데 공연을 볼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늘 좋은 음악회 기획해주셔서 감사합니다.
  9. 비밀댓글입니다
  10. 바테스
    https://story.kakao.com/hyunlee1105/hDI9zxxx2fA
    어머니가 카카오스토리에 쓰신 후기입니다. 너무 좋았다고 너무 고마워하시네요. 덕분에 효도했습니다. 고맙습니다.
  11. 푸른하늘
    그 어떤 악기도 이보다 아름다울수 없음을 느꼈습니다. 종교음악에선 정결한 엄숙함, 러시아 민요에선 러시아의 광할한 대지와 자연, 역사, 러시아 남자의 패기가 영화처럼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감동이 아직도 가시질 않네요. 매년 이건음악회를 참석했지만 올해의 감동은 잊을수 없을 것 같습니다.
  12. 김수빈
    우연히 알게 되어 처음 가본 이건음악회... 진짜 놀랐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공연이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 최정상급의 솔로이스트였는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무반주로 합창을 하다니, 귀가 호사해서 다른 공연을 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네요. 서유럽의 성악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묵직하고 진중하면서 약간은 우울한 정서가 섞여있는 독특한 노래였다고 생각합니다. 단원들의 개인적인 매력도 돋보였구요. 성가는 경건했고, 친근한 노래는 또 그 나름대로 남성적인 멋을 풍겨주었습니다.
    좋은 공연 정말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꼭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cd 받으면 혼자 사색하며 듣겠습니다.
  13. 김운영
    안녕하세요? 이번 광주공연보고 댓글과 전화 번화는 남겨서 답글까지 받았는데요 CD 받을 주소보내드리지 못해서 이렇게 주소보내드립니다
    다만 보내주실때 혹시 8번CD도 보내주신다면 더 이상 그런 행운이 없을줄 알겠습니다
    광주 광역시 광산구 수등로 94번길 31 103동 1002호( 신가동 수완 대성베르힐 ) 김운영 입니다
  14. 무반주의 합창곡... 평소 솔로 노래보다는 합창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사람의 목소리로 반주 없이 이렇게 화음이 아름다울 수 있음에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작년에 이어 두번재 공연에 참석하게 되었고, 함께 참석했던 이건음악회 10년차 참석했던 친구의 말에 의하면 역대급이었다고 최고로 좋은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성가곡도 너무나 좋았지만 민요는 우리들이 익히 듣고 알던 곡이라 더 친숙하게 느껴지면서 그 감동이 새로웠고
    특히 요즘 모래시계를 다시 보고 있는데 백학이 나올 때 그 아름다운 그 가사가 주는 새로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기독교 천년국가의 문화 즉 음악, 문학,예술의 총 집합체같은 러시아의 문화의 일부분인 합창을 들으면서 이 민족의 광할함과 섬세함과 울림이 있는 것을 느끼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혼자 보기 아까워 직장동료들에게 알려줬는데 기대이상이었다고 고맙단 소리를 들으니 왠지 더 기분이 좋아지네요 이런 공연 준비해 주신 이건 창호 정말 감사합니다
    CD로 다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심에 깊이 존경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15. 비밀댓글입니다
  16. 비밀댓글입니다
  17. 올해 부산이건음악회도 덕분에 너무나 잘 관람했습니다..
    악기연주보다가 합창을 보니 또다른 즐거움과 감동이 있었구요...
    엄숙한 분위기라 그렇다고는 하셨지만 평상시와 다른 홍승찬교수님의 힘없는 모습이 조금 낯설었네요..
    아쉬움이 남는다면 2부마지막부분에서 지휘자분의 말씀이나 제스추어 등을 알수가 없어서 조금 담담했습니다.
    간단하게라도 통역을 해주셨으면 더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가했을텐데 말이죠
    매년 이건음악회덕에 좋은감동과 힐링을 합니다..
    관계자분께 많은 감사드리고
    내년에는 예전모습의 교수님을 뵙게되길 기원합니다
  18. cd 받으면 좋겠습니다
  19. 비밀댓글입니다
  20. 성가의 매력뿐만 아니라 남성 합창단, 러시아의 정서... 모두 너무 매혹적이었습니다.
    적은 수로도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이건음악회를 올 때마다 감탄하곤 합니다.
    이번의 공연은 아마도 평생 동안의 감동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2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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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 태초에 리듬이 있었다?[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 태초에 리듬이 있었다?

Posted at 2017.10.25 07:38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미국 프로 야구 메이저 리그 경기에서는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때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면 그 선수만의 음악을 틀어줍니다. 대게는 해당 선수의 취향이나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고르기 마련인데, 힙합이나 록 음악, 혹은 라틴 음악과 댄스 음악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지만 지금껏 클래식 음악을 쓰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피츠버그의 지역 언론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의 클래식 음악 전문 칼럼니스트 리즈 블룸은 야구보다 더 클래식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선수들의 등장 음악으로 어울릴 만한 클래식 음악을 제안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건너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강정호 선수에게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봄의 제전"을 추천했다고 합니다.

  

니진스키가 안무한 <봄의 제전> 발레 장면(출처 : http://blog.daum.net/spdjcj/2524)

 

1913년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이 초연한 발레 "봄의 제전"은 막이 열리고 얼마지 않아 객석이 술렁이고 야유가 쏟아지며 더러는 도중에 나갔는가 하면 심지어는 관객들 사이에 언쟁과 폭력이 벌어져 경찰까지 나서야 했던 희대의 화제작이었습니다. 봄을 맞이한 원시부족의 젊은이들이 남녀가 서로 어울리는가 싶더니 짝을 찾는 약탈이 벌어지고 뒤이어 등장한 원로들은 그들 가운데 순결한 처녀를 골라 봄의 신에게 제물로 바친다는 설정부터가 파격인데다가 갈등과 반전도 없이 그것이 이야기의 전부라는 것도 전에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막이 오르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 나른하고 몽롱한 파곳 소리에 이어 갑자기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들이 선율도 화성도 팽개치고 마치 태고의 전사들이 결전을 앞두고 흥분하여 방패를 두들기며 발을 구르는 듯 도발적이고 충동적인 리듬을 거듭 반복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당시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게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안짱 다리로 걷다가 제자리에서 뜀박질까지 하는 부족 처녀들의 군무는 우아한 발레는 고사하고 아무리 봐도 도저히 춤이라고 할 수 없는 기괴한 몸짓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공연을 준비한 당사자들은 이런 파장을 예상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주목을 받으리라 기대했다는 사실입니다. 소동이 벌어지자 디아길레프는 객석의 조명을 켰다가 다시 끄기를 반복하며 관객들을 진정시키려 했다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큰 소란이 벌어졌는데 알고보니 그것이야말로 디아길레프가 의도했던 치밀한 각본이었다는 정황과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그야말로 오늘날 성행하고 있는 '노이즈 마케팅'의 원조였던 셈입니다.

 

출처 : https://brunch.co.kr/@yoonballet/36

 

"봄의 제전"은 발레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기존의 통념들을 뒤집으며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태초의 음악이 그랬던 것처럼 리듬이 음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면서 선율과 화성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게 되었고 기존의 규칙적인 박자에서 벗어난 다양한 리듬들이 시도되고 수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원시주의"라 일컬어진 새로운 음악의 선구자로 떠올랐고 한 옥타브 안의 12 반음을 빠짐없이 사용한다는 "12음 기법"의 창시자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더불어 20세기 현대음악의 가장 중요한 창시자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출처 : http://www.gaeksuk.com/atl/view.asp?a_id=1111)

 

비단 음악이나 발레 뿐만 아니라 당시 유럽이 처한 상황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파국으로 치닫는 중이었고 더 이상 타협이나 절충으로 늦추거나 돌이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음악에서 쇤베르크의 선택은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고 새 질서를 만드는 것이었고 스트라빈스키의 대안은 지금까지에 연연하지 말고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트라빈스키의 이런 생각은 내면에 잠재된 천성이나 본능도 아닐 뿐더러 자라면서 다져진 신념이나 철학도 아니었습니다. 시대를 앞서갔다고는 하나 사실은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고 그 길목을 지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전작인 "불새""페트루슈카"에서는 러시아의 설화와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민족주의"를 표방했는가 하면 1차 세계대전으로 대규모 공연이 어렵게 되자 고전주의 시대 이전의 실내악을 되살리는 "신고전주의"를 내세웠고 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12음 기법"을 활용하는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그에게 있어 창작은 그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이자 삶의 방편이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작업할 때도 그는 마치 직장인처럼 날마다 같은 시간에 작업실로 들어갔다가 같은 시간에 나오는 습관을 지켰으며 기존의 다른 음악에서 무엇인가를 가져다 쓰는 일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표절과 인용에 관한 한 음악사를 통털어 헨델과 쌍벽을 이루는 경지라고 하지만 서로가 살았던 시대가 다르고 표절에 대한 인식이 후대로 갈수록 엄격해졌음을 감안하면 스트라빈스키가 단연 한수 위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1882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에서 러시아를 대표한다고 할 만큼 뛰어난 베이스 가수였던 페드로 스트라빈스키의 아들로 태어난 이고르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법대에 진학했지만 타고난 피는 속일 수 없어 학교는 다니는 둥 마는 둥 음악에만 온통 한눈을 팔았습니다. 그러다 당대를 대표하는 러시아 작곡가이자 명교수였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눈에 든 그는 스승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가르침을 받아 나날이 성장했고 마침내 20세기 발레의 모든 것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개척했던 제작자이자 흥행사 디아길레프의 인정을 받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과 함께 파리를 정복하고 세계를 이끌어가게 됩니다. 마치 아버지라도 되는 듯이 스트라빈스키를 끔찍이 아꼈던 림스키코르사코프였건만 그토록 작곡가가 되고 싶었던 디아길레프에게는 간절한 꿈을 접도록 냉정하게 충고했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모를 일입니다.

 

러시아의 작곡가 니콜라이 안드레예비치 림스키코르사코프(출처 : http://blog.daum.net/2102023/2)

 

"봄의 제전"의 기적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어낼 능력을 가졌던 스트라빈스키가 있었고 그에게 재능의 씨앗을 심어준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마침 같은 시대에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준 림스키코르사코가 있었는가 하면 역시 그의 가능성을 인정하여 마음껏 그 능력을 펼칠 기회를 준 디아길레프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디아길레프의 발레단에는 그 시대를 대표할 만한 예술가들이 다 모여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무모했습니다. 무어라 설명할 순 없지만 강렬하게 그들을 이끄는 본능을 믿고 따랐습니다. 그것은 지성에 길들여져 오래도록 숨죽이고 있었던 야성이었습니다. 야성을 깨워 지성을 마주하니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균형을 찾았습니다. 리즈 볼룸이 강정호의 등장음악으로 "봄의 제전"을 추천한 까닭을 짐작해 봅니다. 메이저 리그에 주눅들지 말고 야구의 기본과 스스로의 본능에 충실하라는 말이겠지요. 그리고 스트라빈스키가 저 혼자 이국 땅 파리를 정복하지 않았듯이 그 나머지는 동료들의 능력과 도움을 믿고 의지하라는 것이겠지요. 꿈보다 해몽이었나요? 음악이든 야구든 사람 사는 게 어디 다를 리가 있을까요? 힘들수록 복잡할수록 근본을 찾아 초심으로 돌아가야겠지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지요.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그러질 못하니 그게 또한 사람이겠지요. 그러니 날마다 기억을 하고 또 다짐을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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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이건음악회 프로그램 안내 -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레파토리 안내제28회 이건음악회 프로그램 안내 -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레파토리 안내

Posted at 2017.10.20 19:36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음악회 톡톡

제28회 이건음악회 -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의 공연이 이제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다리시는 많은 분들을 위해 여러 가지 사항들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가장 많이 접수되고 있는 질문사항이 바로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 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의 공연 프로그램알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제28회 공연 프로그램은 동방정교회의 고대 성가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통민요, 전시(戰時) 음악,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음악까지 수 세기 동안 러시아에서 사랑받아온 음악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공연은 러시아 고유의 깊은 애수와 장엄함을 간직한 동방정교회의 전례음악으로 시작됩니다. 베이스 중심의 저음 성부가 강조되는 전례음악은 합창단의 넓은 음역, 풍성한 표현력과 만나 큰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2부 공연에서는 러시아의 민족적 정서가 담긴 민요와 전시(戰時) 음악 합창을 통해 러시아 특유의 깊은 원숙함과 중후한 감성을 느끼실 수 있고, 피날레는 ‘아리랑 편곡공모전’의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아리랑’으로 국경과 언어를 넘어 관객과 합창단이 음악으로 하나되는 색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곡 소개는 다음 포스팅으로 연기하고, 공연 프로그램 부터 소개드립니다.

 

[전반부 프로그램]

 

 

[후반부 프로그램]

 

[명동성당 프로그램]

※ 명동대성당 프로그램은 인터미션 없이 70분간 진행합니다.

 

 

★ 혹시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분들은 아래의 텍스트를 확인 부탁드립니다.

PART 1 ( 11)

1.      NOW ALL THE HEAVENLY POWERS (주의 전능하신 힘)
Ancient chant. Harmonization by Grigory Lvovsky

 

2.      BLESSED IS THE MAN (복 있는 사람)

Music by Pavel Chesnokov

3.      O THEOTOKOS VIRGIN! (오 성모 마리아여!)
Music by Sergey Rakhmaninov

Transcription by Dmitry Lazarev

 

4.      IT IS TRULY MEET! (참으로 마땅하다)
Created by Tzar Fyodor lll (Romanov, XVII Century)

Harmonization by Archimandrite Matthew (Mormyl)

5.      PHOS HILARON (화사한 빛이여)

Valaam Monastery chant

Harmonization by Archimandrite Matthew (Mormyl)

6.      PRAISE YE THE NAME OF THE LORD (하느님의 아들을 찬양하라)

Kiev chant. Harmonization by Alexander Kastalsky

Transcription by Mark Trofimchuk

 

7.      KYRIE ELEISON[W사1]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Music by Holy Catholicos – Patriarch of Georgia Ília ll

Arrangement by Zviad Bolkvadze

8.      HAVING BEHELD THE RESURRECTION OF CHRIST(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보았네)
Kiev chant. Harmonization by Pavel Chesnokov

9.      STRENGTHEN, OH GOD! (하느님, 알려주소서)
Music by Alexey Kosolapov

 

10.    HAVING BEHELD A STRANGE NATIVITY(우리는 그리스도의 놀라운 부활을 보았네)
Music by Georgy Sviridov

Transcription by Anton Sviridov

 

11.    GOD IS WITH US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

Music by Pavel Chesnokov

Transcription by Andrey Poltorukhin

 

PART 2 ( 11)

 

 

1.      AH, MY STEPPE WIDE(, 드넓은 초원이여!)
Russian folk song

Arrangement by Alexander Sveshnikov

 

2.      THE BATTALION IS ADVANCING (군사들이 진군해오네)
Cossacks folk song

rrangement by Konstantin Shvedov

 

3.      KALINKA (칼린카)
Russian folk song

Arrangement by Dmitry Lazarev

 

4.      IN THE SMITHY (대장간에서)
Russian folk song

Arrangement by Andrey Sveshnikov

 

5.      DOWN THE PITERSKAYA STREET (페테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Russian folk song

Arrangement by Andrey Poltorukhin

 

6.      THE ROLLING FIELDS(THE MEADOW) (구불구불한 언덕)
Music by Lev Knipper

Lyrics by Victor Gusev

Arrangement by Dmitry Lazarev

 

7.      ON THE HILLS OF MANCHURIA (만주의 언덕에서)
Music by
ĺlia Shatrov

Lyrics by Alexey Mashistov

Arrangement by Yury Slonov

Transcription by Andrey Poltorukhin

8.      KATYUSHA (카츄사)
Music by Matthew Blanter

Lyrics by Mikhail Isakovsky

Arrangement by Andrey Poltorukhin

 

9.      The CRANES (백학)

Music by Yan Frenkel

Lyrics by Rasul Gamzatov

Arrangement by Vadim Novoblagoveshchensky

 

10.    THE HORSE  ()
Music by Yan Frenkel

Lyrics by Rasul Gamzatov

Arrangement by Vadim Novoblagoveshchensky

 

11.    THE WAVES OF AMUR (아무르 강의 물결)
Music by Max Kyuss

Lyrics by Serafim Popov

Arrangement by Andrey Poltoruk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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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만업
    부산공연을 보고 좀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부분의 곡이 생소한 곡이었지만 안내책자의 가사를 보며 최대한 음악을 느껴볼려고 했습니다. 때론 엄숙하고 장엄함이 또 때론 힘차고 경쾌함이 느껴졌습니다. 잘 접하기 어려운 러시아의 성가곡이며 민요였지만 즐겁게 감상하고 왔습니다. 공연 중간 박수도 같이 치면서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는 말을 실감하고 온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시간 만들어주신 이건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 전인식
    어떤 연주회든 도입부가 중요하지만 첫곡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소리의 깊은 울림이 발단, 전개, 절정, 결말로 이어지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소 딱딱했던 1부 공연, 분위기를 반전시킨 2부 공연 - 합창단 스스로도 객석의 분위기를 접하면서 긴장이 풀리고 흥겨움이 더해진 무대였습니다.
    여기 부산에서의 공연이 첫 공연이었던 만큼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하는 공연도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관객이 모이리라 생각됩니다.
    1992년에 탈리히 현악 4중주단의 공연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몰랐다가 이삼년 전부터는 해마다 이건음악회의 공연을 신청하고 직접 보면서 즐기고 있습니다.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건승하십시오.
  3. 비밀댓글입니다
  4. 합창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뒤늦게 이 음악회의 소식을 듣게 되어 표를 구할 수 없어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CD라도 구하고자 하니 꼭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5.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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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이건음악회 티켓 추가 신청 안내제28회 이건음악회 티켓 추가 신청 안내

Posted at 2017.10.18 10:26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음악회 톡톡

마감되었습니다. (10/24 오전 8시 기준 마감)


해마다 많은 분들이 이건음악회 무료 티켓 이벤트에 신청하고 계십니다. 공연장의 좌석수가 한정되어 있어 모든 분들을 모시기는 힘들지만 성의 있는 사연과 이건음악회 블로그 구독 여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티켓을 전달드리고 있습니다. 


이벤트에 당첨되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공연에 참석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친절하게 저희에게 연락주셔서 서 반납 해주고 계시는데요. 이러한 티켓이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 해에는 반송 또는 반납 티켓들을 모아서 기회를 놓치신 분들께 제공하고자 합니다. 


티켓 여분이 생길 경우, 공연장별로 추가 이벤트에 응모하신 분들에게 선착순으로 티켓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티켓은 시간관계 상 전자 티켓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응모하신 분들에게는 접수 시간 순서에 따라 당첨 되실 경우 본인의 휴대폰 문자 메세지로 바코드 번호가 전달되며, 바코드 번호를 통해 1명당 2장의 공연티켓이 사용 가능합니다.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이라는 세계적인 합창단의 공연을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가 이벤트는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어 정보 입력하시면 됩니다. 

이벤트 발표는 10월 25일 발표하겠습니다. (중복 신청 시 자동 탈락될 수 있습니다.)


추가 이벤트 신청 :  마감되었습니다. (10/24 오전 8시 기준 마감)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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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ㅇㅇ
    아직 처음 공연 티켓이벤트 당첨자는 발표안된건가요??
  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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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전설의 시대를 만든 거장의 신화. 에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므라빈스키[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전설의 시대를 만든 거장의 신화. 에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므라빈스키

Posted at 2017.09.20 15:23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에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므라빈스키,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거장들 가운데 가장 높은 반열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삼가고 자중하여 내세우지 않고 드러나려 하지 않았던 은둔자이자 수도자였던 지휘자입니다. 그는 190364,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고 공부했으며 그곳 오케스트라인 레닌드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오늘날의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가 되어 평생을 떠나자 않고 그곳에만 50년을 바쳐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를 만들었으며 1988119, 그곳에서 죽었고 또한 바로 그곳에 묻혔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도 그랬지만, 오늘날 너나 없이 세속적인 욕망을 쫓아 현실과 타협하여 일탈조차 마다하지 않는 세태를 마주할 때마다 누구보다 고귀했던 그의 존재가 더욱 그리워지고 그가 남긴 향기의 여운이 점점 더 짙어갑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버지를 잃었고 그가 누렸던 여유와 풍요 또한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그로 말미암아 한 때는 마린스키 극장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했고 먼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나중에 레닌그라드 음악원에 들어가 체르노프에게 작곡을, 그리고 가우크에게 지휘를 배웠습니다. 그는 원래 작곡가가 되기를 원했지만 창작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소비에트 공산정권 치하에서는 의미가 없는 일이었기에 지휘자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악 뿐 아니라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1923년부터 1931년까지 발레단에서 음악 코치로 일했습니다. 지휘자로는 1929년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1931년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였고 이듬해부터 역시 레닌그라드에 있는 국립 크로프 오페라 발레극장의 부지휘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3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소비에트 연방 지휘자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아 곧 바로 레닌그라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하였고 이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50년 가까운 세월을 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취임 당시 수준 이하의 평가를 받았던 악단을 다듬고 또 단련하여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토록 긴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면서 음악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늘 단원들의 한결같은 존경을 받았다는 사실이야말로 그 어떤 지휘자도 이루지 못한 므라빈스키만의 보람이자 자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 필의 관현악 앨범

출처 : 곽근수의 음악이야기

 

영국의 BBC 방송이 만든 므라빈스키의 다큐멘터리 영상에는 그에 관한 감동적인 일화가 여럿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가 떠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그의 기일이면 생전에 그와 함께 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그의 묘소를 찾아 서로의 추억을 떠올리며 업적을 기립니다. 그 가운데 은퇴한 한 여성 단원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처음 오케스트라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저 남들보다 바이올린을 잘 켜는 연주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므라빈스키와 함께 하는 시간을 지나면서 나는 진정한 음악가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어느 단원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언젠가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을 연주하기로 했을 때, 거듭되는 연습과 리허설에 단원들은 지쳤지만 므라빈스키는 전혀 만족하지 않고 심지어 단원들의 악보를 집으로 가져가서 세세한 지시를 꼼꼼하게 적어서 다음날 다시 나누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여러 번의 리허설을 거친 다음 마지막 리허설에 이르렀을 때 단원들 모두가 느끼기를 너무나도 완벽한 연주였기에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고 마치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음악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리허설이 끝나자 므라빈스키는 그날 연주를 취소했고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은 그가 말하기를 이처럼 완벽한 연주는 다시 있을 수가 없으므로 리허설만큼 연주회가 잘 될 리가 없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출처 : http://music.kyobobook.co.kr/ht/record/detail/4543638700219

 

러시아의 역사를 통털어 최고의 지휘자인만큼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에 관한 한 그의 해석과 연주를 으뜸으로 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특별히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면서 서로 음악과 우정을 함께 나누었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만큼은 이후로도 그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15곡의 교향곡 가운데 5, 6, 8, 9, 10, 12번의 여섯 곡을 초연하였고 그 밖의 많은 곡들이 므라빈스키의 지휘봉 아래 세상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그가 생전에 가장 많이 연주한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이었고 그 다음으로 자주 연주한 곡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가 심혈을 기울인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드 부인이 스탈린의 눈에 거슬려 당국의 호된 비판을 받게 되자 모두가 그를 멀리했지만 므라빈스키만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의 초연을 성공으로 이끌어 위기에서 그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쇼스타코비치가 다시 한 번 그의 교향곡 8번으로 사면초가에 빠졌을 때 므라빈스키만이 홀로 그를 지지하며 나섰다고 합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두 사람의 우정은 갈수록 깊어졌지만 한 차례 위기를 겪으며 잠시 흔들리기도 합니다.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 13번을 완성하여 초연을 부탁했지만 므라빈스키가 거절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멀어진 것입니다. 므라빈스키가 생각하기에 그 곡은 전과 달리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은 화해했지만 그만큼 소비에트 체제와 이념에 관한 한 므라빈스키의 부정적인 생각과 태도는 단호했습니다.

"이념은 악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악인에게 필연적인 확고함과 결단력을 제공한다." 소비에트 시절 체제의 핍박을 받았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자전적 소설 "수용소 군도"에 나오는 말입니다. 소비에트 당국이 그를 축출하고자 탄핵을 결의하는 문서에 동료 예술가들의 서명을 강요했을 때도 지휘자 므라빈스키는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솔제니친이 저술을 통해 저질렀다는 반국가적, 반사회적, 반체제적 행위에 대해 므라빈스키는 그의 책은 소비에트 안에서 출판이 금지되었기에 읽을 수가 없었고 따라서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끝까지 거부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출처 : http://kathyhong.tistory.com/archive/201402

 

지휘자의 역사를 통털어 20세기 전반은 토스카니니와 푸르트뱅글러의 시대였고 후반은 카라얀과 번스타인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푸르트뱅글러는 나치에 협력하였고 카라얀은 나치에 가담했습니다. 번스타인은 사회주의에 동조하였지만 문제가 되자 부인하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토스카니니만이 무솔리니와 히틀러에 무모하리만큼 용감하게 맞섰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치와 신념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만이 지배하고 결정해야 하는 오케스트라와 음악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입니다. 므라빈스키는 평생을 소비에트 체제 속에서 살면서도 공산당에 입당하지 않았고 다만 50년을 한 오케스트라에 그의 모든 것을 바쳐 바닥에서 정상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지 않을 때 그는 늘 시골의 오두막에 머무르며 밤이면 책을 읽고 낮이면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자연을 바라보거나 그 속을 말없이 거닐었습니다. 그리고 꺾이지 않는 그의 뜻은 말 대신 음악에 담아 절절하게 쏟아냈습니다. 음악이 있었기에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신념이 있었기에 음악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음악가이자 예술가였습니다. 무엇보다 참으로 아름다운 한 인간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 그 사람다운 삶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려주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꿉니다.

 

 

https://youtu.be/mqZ3UfpO4tA

차이코프스키 - 교향곡 6번 / 므라빈스키 유튜브 동영상

 

00:10 - I. Adagio. Allegro non troppo

17:44 - II. Allegro con grazia

25:50 - III. Allegro molto vivace

34:10 - IV. Finale. Adagio lamentoso. Andante

=======================================================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 Evgeny Mravinsky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교향악단 / 예프게니 므라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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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실래
    인간이 지휘한 것이 아닌 것 같은 음반들이 있죠. 푸르트벵글러의 1942년 베토벤 교향곡 9번, 첼리비다케의 모차르트 레퀴엠(뮌헨 필), 므라빈스키의 차이코프스키 "비창" 1975년 일본 방문 라이브 공연...그 중 므라빈스키의 비창은
    정말 처절하고 비장하다 못해 귀신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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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이건음악회 티켓 응모 이벤트 - 모스코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공연 신청하세요!제28회 이건음악회 티켓 응모 이벤트 - 모스코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공연 신청하세요!

Posted at 2017.09.18 11:47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음악회 톡톡

[티켓 응모이벤트가 마감되었습니다.]


제28회 이건음악회 - 모스코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티켓 응모 이벤트를 실시 하오니, 아래의 내용 확인하시어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신청시 주의사항]


1. 주소와 핸드폰 번호는 꼭 티켓 받으실 곳의 정확한 정보 입력 부탁드립니다. ^^ 

2. 원하시는 공연장의 스케쥴을 확인하시어 선택 부탁드립니다.

3. 감동 응모 사연은 이건음악회 블로그를 통해 공개 예정입니다. 

4. 이벤트 응모 기간은 2017년 9 18일부터 10월 08일 까지 입니다.

5. 중복 신청 시, 당첨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6. 발표 : 10/16(월) 예정 - 당첨자 개별 문자 발송 


꼭 참여하셔서 좋은 공연 관람하실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티켓 응모이벤트가 마감되었습니다.]
 

참고★

 

1. 티켓신청 그림 클릭이 안되시는 분은 아래의 주소를 클릭 또는 복사하여 인터넷 주소창에 붙여 넣으시면 됩니다

2. 티켓신청 그림을 클릭하거나, 주소를 넣어도 티켓신청 팝업이 뜨지 않으시는 분은 [팝업차단 설정 해제]를 해주세요. 방법은 인터넷익스플로러 기준으로, 도구→팝업 차단→팝업차단 사용 안함 클릭 하시면 됩니다.


3. 공연관련 정보는 상단 내용을 참조하시고 기타 문의사항은 리플로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당첨 기원 메세지도 남겨 주세요 ^^ 참고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주변 지인들께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티켓 응모이벤트가 마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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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전 댓글 더보기
  2. 감동적이고 슬픈 사연이 없는게 슬픕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3. 김미숙
    늘 귀한 공연을 준비해주시는 이건에 감사드립니다.
    예전엔 미사곡이 좋아 일부러 명동성당 미사시간에 뒷자리에 앉아 감상하곤 했는데 그 때마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명동성당 공연이면 더 좋을 것 같아 찾아보니 특별공연이라 그런지 선택 메뉴에 보이지 않더군요.
    명동성당 공연은 일반인에게 관람 기회가 없는지요?
  4. 채송희
    매년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공연자들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구요~ 이번 이건음악회 준비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5. 전선혜
    저 남편 이제 해외 출장가면 혼자서 애보고 직장 다녀야 하는데 이번이 출장 가기전 남편 찬스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거 같애요~~ 꼭 가고 싶네요 ^^
  6. 박지언
    주소 입력창에 그냥 우편번호 없이 입력해 넣었습니다.
    이건 음악회를 친구들에게도 소개했는데.....해마다 좋은 음악회로 좋은 추억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7. 윤형준
    광주에서의 공연이라 더 반갑습니다~~^^
    올해 공연도 볼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8. 티켓이 당첨된다면 배송으로되나요? 아니면 당일 공연 창구에서 얻는건가요?
    모르고 주소를 그냥 안적고 사연적고 응모했는데 괜찮은가용?
  9. 신희숙
    해마다 가을이면 이건음악회를 기다리며 행복 ~~ 아비 아비탈의 만돌린 연주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러시아의 합창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 너무 좋습니다. 저는 러시아 합창단이 오면 꼭 구경갔습니다. ㅎㅎ 붉은 군대 합창단, 돈코사크 합창단 ~~ ^^ 이 분들은 어떤 사운드를 들려주실지 너무나 기대됩니다. 저는 친구 둘이 같이 가야 하니 티켓이 3장 필요한데 꼭 보내주세요 ~~~. 고양 아람누리 연주에서 지나간 연주의 음반도 다 사서 잘 듣고 있어요.
  10. 윤정원
    가을밤 연주라니 정말 기대되네요~>.<
    대모님과 성당에서 보려고 신청했는데 기도해야겠어요!
    매해 더 뜻깊고 명성있는 음악회로 발전하시길 기원드립니다!
  11. 부산사는 김씨
    깜빡?하고 있다가 새벽같이 응모합니다 ~

    매년 수준높은 공연 준비노고에 감사드리며, 올해도 가을비 같은 감동을 흠뻑? 맞길 기대해 봅니다 ㅎㅎ~
  12. 김윤하
    이건음악회가 있어 더욱 특별한 가을을 누립니다. 매년 감사하며 올해도 기대고대합니다~^^
  13. 곽기만
    창문만 잘만드는줄 알았드니 음악회도 깊이있게 잘하시네요 가을속으로 아니가을의음악속으로 함께할수있기를바랍니다
  14. 정말 기대 됩니다^^

    29,30

    우리 4가족 행복한 음악회가 되어 보고 싶습니다^^

    기대 해 보고 싶습니다^^
  15. 나라를 지키는 중학생 아들을 키우느라 이건 음악회의 몇년 전 감동을 잊고 있었네요.. 긴 연휴에 문득 생각이 나서 사이트를 찾아보았는데 신청기간에 끝났을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요.. 아직 신청이 끝니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했습니다. 맑고 청량한 가을밤에 멋진 음악회로 남편과 함께 편안하고 멋진 일상을 누려 보고 싶습니다.
  16. 신선휴
    우리 사회에 공헌 하시는 이건산업에 깊이 감사 드리오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17. 장소연
    다행히 기간 안에 신청했네요ㅎㅎ
    올 추석은 노량진에서 공부하느라고 혼자 보냈는데
    음악회를 통해 여유를 가지고 싶습니다
  18. 보라도치
    결혼하고 같은 해에 출산 후, 육아맘으로 사느라 공연 좋아하시는 친정엄마하고 공연 데이트 못한지
    꽤 됐네요. 결혼 전에는 좋은 공연 같이 보러 자주 다녔는데 요즘은 마음같지 않네요. ㅜㅜ
    올해 가을에는 엄마한테 꼬~옥 좋은 공연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엄마가 너무너무 좋아하실 거에요~!
  19. 비밀댓글입니다
  20. 비밀댓글입니다
  21. 아일랜드
    혹시라도 오늘 공연 못가시는 분 계시면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010-8934-4566입니다.꼭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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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러시아 정교회의 역사와 전례음악[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러시아 정교회의 역사와 전례음악

Posted at 2017.09.14 18:20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음악회 톡톡

28회 이건음악회의 연주자는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입니다. 스레텐스키 수도원은 러시아 정교회 소속이며, 이들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홍승찬교수님께서 이건음악회 팬 여러분들을 위해 러시아 정교호의 역사와 전례음악에 대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

홍승찬교수님의 글 참고 하시어 러시아 정교회를 이해하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러시아 정교회의 역사와 전례음악 (홍승찬 교수)

 

2017년은 루터가 카톨릭 교회의 반성과 혁신을 촉구하면서 시작된 종교개혁이 50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그로 말미암아 소위 개신교 교회가 등장하기 전까지 기독교는 크게 로마 카톨릭 교회와 동방 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로 양분되어 있었습니다. 초기 기독교가 온갖 박해와 시련을 지나 313년에 로마제국에서 공인을 받고 392년에 마침내 국교로 선포될 즈음에 제국 안에는 다섯 개의 교구, 5대 주교구가 자리 잡고 있었으니 예루살렘과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콘스탄티노플, 로마가 그들입니다. 그 가운데 예루살렘과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주교구가 7세기 중엽 이후 이슬람의 정복으로 무너져버리자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이 남아 교회의 두 중심축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동과 서로 갈라진 로마제국의 두 중심지였던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은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공생과 경쟁의 묘한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476년에 서로마제국이 멸망하고 그 빈자리를 채울 만한 절대 강자가 나타나지 않는 동안 로마교회는 정치 권력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위상과 세력을 키워갈 수 있었기에 다른 교회에 대한 로마 교회의 우위를 주장하며 로마 교구의 주교를 교황이라 부르게 됩니다. 이에 반해 콘스탄티노플의 교회는 교리상 모든 교구가 동등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로는 동로마 제국, 즉 비잔틴 제국의 지배 하에 있었기에 제국의 황제는 콘스탄티노플 교회 뿐만 아니라 로마 교회까지도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했습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입장과 교리의 차이는 두 교회를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었고 여기에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1054년 두 교회는 서로가 서로를 파문하여 갈라서게 되었습니다.

 


로마교회와 결별한 이후 동유럽을 중심으로 교세를 넓혀 간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교회는 교리와 예배의식, 조직 을 정비하며 점차 독자적인 성격을 확립해갔습니다. 콘스탄티노플 교회는 로마 교회에 대해 스스로의 정통성과 우위를 주장하기 위해 정교회라 일컬었고 그 지역의 방위를 앞세워 동방 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라 부르거나 그 지역의 문화권을 가리켜 그리스 정교회라 부르게 됩니다. 9세기에 불가리아에 교회를 세운 정교회는 10세기에 이르러 키에프 공국의 러시아인들을 개종시켜 러시아 정교회의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453, 비잔틴 제국이 오스만 투르크의 침략으로 몰락하자 러시아의 황제가 비잔틴의 황제를 이어 정교회의 모든 교회를 대표하는 수장이 되었습니다.

 

 로마교회와는 달리 동방정교회는 황제교황주의체제였습니다. 이에 따라 동방정교회에서는 비잔틴제국의 황제가 교회의 수장이었고 그 아래에 총대주교가 있었습니다. 비잔틴제국의 멸망한 다음부터 그 자리는 러시아의 황제가 차지하게 되었고 이후 러시아 정교회가 모든 정교회를 대표하는 위상을 갖게 됩니다. 1721, 표트르 대제는 총주교제를 폐지하고 종무청을 설립하여 교회에 대한 황제의 권한을 더욱 강화했지만 러시아 혁명으로 공산 정권이 들어서자 황제교황주의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되었고 이후로는 명목상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제가 정교회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동방정교회는 로마가톨릭교회와는 달리 초기 기독교의 알렉산드리아 교구와 안티오크 교구를 포함한 13개의 독립적인 자치 정교회들로 이루어져 있고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는 로마 교황처럼 실질적인 권한과 권위를 가지지 않습니다. 다만 교회에 관련된 공통의 문제와 관련하여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교회공의회에서 이루어지며 특히 모든 교회의 대의원이 참여하는 대공의회는 최고의 권위와 권한을 행사하게 됩니다.

 

동방정교회의 전례는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잔틴식 ·아르메니아식 ·(西)시리아식 ·()시리아식 ·알렉산드리아식이 그것입니다. 이 가운데 비잔틴식이 가장 대표적이며 그 음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잔틴전례음악의 중심에는 비잔틴성가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마치 그레고리오성가가 카톨릭교회음악의 근원인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비잔틴성가는 그리스어를 가사로 한 단선율의 성가로 대게 단조롭게 울리는 낮은 음을 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리아전례에 사용된 시리아성가는 비잔틴성가와 더불어 그레고리오성가의 탄생과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러시아정교회는 일찍부터 비잔틴성가를 러시아어로 부르며 거기에 그들 나름의 음악을 더했으며, 16세기부터는 서로 다른 여러 선율이 함께 어우러지는 다성음악을 성가에 사용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과거 로마카톨릭교회가 모든 국가와 민족들에게 라틴어 성서와 전례를 강요했던 것과는 달리 동방정교회는 처음부터 모국어 성서와 전례를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비잔틴전례권에 속해있지만 불가리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의 발칸 국가들은 단선율의 비잔틴성가와 더불어 러시아의 다성음악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는지요? 스레텐스키 성당에서 합창단이 노래하는 영상 첨부드리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스마트폰 보기 : https://youtu.be/5CVtZKPpK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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