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마라톤 세션의 화려한 출발
이번이 마일즈 데이비스퀸텟의 4부작 마지막입니다.
본 작은 4부작중에 녹음은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발매순으론 3번째에 해당합니다. 물론, 앞서 나온
두 장보다 격이 떨어져 그런 것은 아니고, 당시 레코드사의 정책상 그런 것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늦게 접하게 되었지만, 기대감은 가장 크게 가졌던 앨범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앨범의 첫 곳인 'it never entered my mind' 라는 곡 때문이였는데,
이 곡은 마일즈 연주로는 두가지 버전이 있는데, 하나는 본 작에 수록된 곡이고, 나머지 하나는 블루노트에
수록되었습니다. 먼저 접해본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인 선호때문인지는 몰라도 늦가을 초겨울에 아주
어울릴만한 곡입니다. 찬바람이 부는 공원에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는 듯한 센티멘털한 곡이라 이번
앨범에서 어떤 연주일까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블루노트는 마일즈 본인의 솔로에 좀더 집중한 느낌이고,
본 앨범에서는 퀸텟 멤버 각각의 기량을 두루두루 발휘하며 밴드이미지가 강합니다.
재즈가 다소 어렵다고 하더라도 몇몇 곡들은 아주 듣기에도 좋은 곡들이 꽤 있는데, 이 곡도 이중에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재즈 문외한에게 들려주는 미끼 비슷한 곡중에 하나라고 보입니다.
부크릿에도 쓰여있듯이 이 곡으로 완벽한 오프닝을 마치고, 본격적인 앨범의 곡들이 연주가 되어 지는데요.
며칠전 유명을 달리한 데이브 브루벡의 작품으로 알려진 'in your own sweet way' 는 데이브
브루벡 악단의 나긋나긋한 연주와 마일즈 데이비스 퀸텟의 다소 하드한 표현도 비교해서 들을 만 합니다.
특히 콜트레인의 공격적인 프레이징도 주목할 만 합니다. 한편, 레드 갈랜드의 리더작인 'ahmad's blues
는 만년 사이드맨으로서의 재능이 아까워서인지 평소 마일즈가 프리스티지 사장에게 리더로 추천을 했다고
했지만, 반신반의 했던 사장은 이 곡을 듣고, 마음이 움직여 결국 다섯 장의 솔로 앨범을 체결했다고 하니,
이래저래 레드에겐 큰 전환점이 된 곡이라 보입니다. 한편, 찰리 파커로 알려진 'half nelson' 은
보다 세련되고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잘 살아 있고, 충실한 리듬섹션도 좋습니다. 'the theme' 은 lp버전엔
앞 뒤면에 하나씩 들어가 있는데요. 같은 곡의 다른 연주버전이고, 곡의 길이도 다릅니다만 개인적으론 두번째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만약 들어볼 기회가 있어서 들어 보신다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느낌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일즈는 여러 연주앨범을 남겼지만, 이 the theme 라는 곡을 자주 연주했답니다.
그리고, 본 앨범에서도 이름에 걸맞게 the theme를 기준으로 뒤에 곡들이 거의 비슷한 연주 및 구성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이는 데요. 이게 결국은 마라톤 세션의 서막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본 앨범의 커버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말쑥하게 넥타이를 맨 콤비 차림의 마일즈가 댄디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재즈뮤지션들 가운데 마일즈 만큼 패션에 신경을 쓴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는
데, 처음에 마일즈의 패션은 정장스타일이였고, 퓨젼재즈 이후부터는 현란한 복장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마일즈가 정장스타일을 탐닉하기 시작한 계기는 영화배우 캐리 그란트란을 좋아하다보니, 모방해서
젠틀한 이미지를 살린 의상을 애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후일에는 모든 재즈맨들이 그의 의상을 흉내내기에
이르렀는데, 어쩌면 50년대이후 흑백사진속의 이런 의상을 걸친 뮤지션 사진이 있다면 마일즈의 영향이 아닐까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어찌 되었건 4부작중에 기대가 가장 컸던 본 앨범은 가장 발라드하고
이지리스링의 가까울 정도로 듣기에도 편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처음엔 이렇게 스텐다드 스타일로 가다가
점점 즉흥연주와 하드밥으로 빠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혹 4부작중에 가장 먼저 추천하고픈 앨범은 본작인
'workin' 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전 포스팅에 썼던 나머지 3부작들입니다. (자켓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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