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희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ㅠㅠ 다 털려서 힘들었던 경험,
여러분들과 공유하며, 혹시나 이 글을 "도둑"님께서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올려봅니다.
To. 우리집 털어간 도둑님께..
얼마 전, 당신이 우리집에 다녀간 후, 행복하던 우리집은 한 동안 우울증이 걸린 듯 슬펐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이 가져간 물건 때문 만은 아닙니다. ㅠㅠ
당신은 5d mark2, 24-70L, 70-200L(아빠백통), 50.4(쩜사), 580ex, 네셔날지오그래픽 가방, 명품 지갑(선물 받아서 고이 모셔놓고 안써본거 ㅠㅠ) 등 많은 것을 가져갔고.... 그 대부분이 제 물건이어서 저는 정말 ㅠ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학생 시절부터 용돈 아끼고, 군생활하면서 모아온 돈으로 구입한 카메라 장비들이었거든요. 그 조그마한 부엌창을 뚫고 들어온 당신의 훌륭한 도적질 솜씨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제 머리가 들어갈까 말까 한 사이즈) 이건창호 다니는 제가 이건창호를 쓰지 않은 벌인가요? ㅠㅠ 정말 어떻게 그곳을 뚫고 들어올 생각을!!!! 역시 창문은 방범 기능이 뛰어난 이건창호를 써야 ^^;;;
아버지는 ㅠㅠ 상심한 저를 다독이며(?) 위로하셨지만... 문제는 경찰들이 떠나고 나서 벌어졌습니다.
당신이 가져간 그 보석들은 아버지께서 할머니 유품으로 보관하시던... 할머니를 추억할 만한 것들이었습니다. ㅠㅠ 싹쓸이 당했다는 사실에 아버지는 당황하셨지만... 침착하셨습니다.
그러나 많이 서운해하셨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많이 슬퍼하셨고, 몇 년이 지나도 할머니 사진을 제일 잘보이는 곳에 모셔두시고 항상 향을 피우고 기도하시는 아버지께는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정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어지러운 집을 정리하고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다음 날 아침.. 흥분한 아버지의 목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이 도둑노무쉐키!" "XXXXX!!!!!" 흥분하신 아버지의 욕설이 들렸습니다.
-_-;;; 어제도 별일 없으시더니 왜 그렇게 흥분하셨을까?? 이유는 이랬습니다....
20여년 전에 사셨던.. 본인의 카메라가 장농 속에 멀쩡히 있는 모습에 이성을 잃으셨다고 합니다. 5d mark2 정도는 비교도 안되게 좋다고 생각하셨던 아버지 카메라가, 아들의 디카는 모조리 도난 당했는데.. 정작 본인 것은 렌즈 하나, 악세사리 하나 없어진 것 없이 ㅋㅋㅋ 그대로 있었으니... 자존심이 엄청나게 상하셨던 것이죠!!
왜그러셨어요!!
가져 가시려면... 아버지 카메라도 가져가시지!! 아버지는 지금도 당신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으셨구요! 물건 하나 사시면 고장 날 때까지 아끼시며 자기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쓰시는 분인데... 참...안타깝네요... 필름카메라도 중고로 팔면 돈 나올 텐데...
어찌나 괘씸해 하시던지 ㅋㅋㅋ 근데 옆에서 왜이렇게 웃긴지 하하하하!!! 입술이 씰룩 거리다.. 하마터면 -_-;; 귀빵맹이 맞을 뻔 했습니다.
아버지의 카메라는 니콘 FE2이고, 렌즈도 5가지에 스트로도보 하나 있었습니다. 20여년 전에는 사기도 힘들었고 비쌌다고 하는데.... 지금은 도둑놈이 가져가지도 않는 카메라! ㅋㅋㅋ
당신을 욕하며 한참을 소리치고 나서야 진정하셨습니다.
아무튼.. 당신이 훔쳐간 것은 한낱 카메라, 보석, 명품 뿐이 아니라, 아버지의 자존심 마저 훔쳐간 것입니다. 금전적 피해보다도 정신적 피해가 더 컸습니다.
참고로 이제 우리집 캡스 달았으니 다시 오지 마세요!! 훔쳐갈 것도 없습니다.
P.S. 당신 덕에 아버지 장농이 개방되어 ㅋ 구경해보니 레어 아이템이 또 있더군요. ㅋㅋ 소니 라이오와 소니 워크맨... 15년 전에 엄청 인기 끌었던 그 모델!!! ㅎㅎㅎ 나중에 골동품으로 팔면 돈 나올텐데.. 실수하셨습니다 ^^ ㅋㅋㅋ
Tip!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참고 팁 드리자면, 일반창은 잠겨 있더라도, 도둑이 뚫고 들어오기 쉬우므로 방범창살을 설치하거나, 보안기능이 뛰어난 시스템창으로 교체하는 것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태를 방지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은 ㅠㅠ 방범창이 없었어요~ 창문이 좁아서 설치 안했는데.. 후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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