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아마도 책 제목 때문에 더 알려진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故 박완서 작가님(1931.10.20 ~ 2011.1.22)의 마지막 책인지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책이지요.
원래 박완서 선생님과 그림읽기에 대해서 포스팅하려 하였으나,
선생님을 추모하며 선생님에 대해서 먼저 포스팅 하려 합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서문으로 책읽기
보통 '서문',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로 시작되는 부분은 잘 안 읽게 되지요.
하지만 박완서 선생님의 서문은 뭔가 다릅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읽으신다면 반드시 '작가의 말'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렇게 솔직한 서문은 처음 봤기 때문이죠.
아무리 솔직해도 이렇게 솔직할 수 있을까 싶은 서문에 처음엔 당황스럽기까지 했었죠.
[너무도 쓸쓸한 당신]의 책 서문입니다.
"왜 꼭 뻔한 작가 서문이라는 걸 써야 되는지, 그 부담감이 소설 한편 만들기보다 훨씬 괴롭다."
책 서문에 서문같은 것 쓰는 것이 정말 싫다라고 쓰시다니!!!
서문의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죠.
"내가 상을 탈 때라던가 남의 수상식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상금만 있고 수상식은 없었으면 상도 탈 만하련만, 하고 느끼곤 한다. 수상식엔 으레 음식이 나오니까 수상식까지는 참아준다 해도 뻔한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수상소감만이라도 안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읽으려면 이러한 '솔직한 현실직시'를 먼저 만나야 하나 봅니다.
일단 싫은 건 싫은 거죠.
물론 곧 체념하시고 받아들이셨지만...^^
참고로 너무도 쓸쓸한 당신의 단편을 모아 둔 책인데, 서문에 계속 말을 이어 가십니다.
이 책에 대한 소개이기도 하죠.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은 젊은이들 보기엔 무슨 맛으로 살까 싶은 늙은이들 얘기가 대부분이다. 늙은이 너무 불쌍해 마라, 늙어도 살맛은 여전하단다, 그래주고 싶어 쓴 것처럼 읽히기도 하는데 그게 강변이 아니라 내가 아직도 사는 것을 맛있어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저절로 우러난 소리 같아서 대견할 뿐 아니라 고막기까지 하다. 물론 내가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단맛만은 아니다. 쓰고 불편한 것의 맛을 아는 게 연륜이고, 나는 감추려야 감출 길 없는 내 연륜을 당당하게 긍정하고 싶다."
박완서 선생님은 글을 보면, 현실직시 이후 그 바닥에서 '희망'을 보는 방법을 배운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나서야 진짜 긍정을 볼 수 있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던 책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의 서문도 너무도 솔직하죠.
마음을 짠하게 할 만큼 ...
소설도 감동있게 읽었지만, 그 보다도 더 깊은 감동은 '작가의 말'을 통해 보여주신 선생님의 태도였죠.
"잘난 척하는 것처럼 아니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 지쳐 있고 위안이 필요하다."
특히 이 말에서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싱아의 후속편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서문도 보시면
"이런 일의 부질없음에 마음이 저려 오곤 했던 것도 쓰는 동안에 힘들었던 일 중의 하나이다."
여전히 솔직함에 놀라게 되죠.
누군가에게 또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책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책머리에'입니다.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내 자식들과 손자들에게도 뽐내고 싶다 그 애들도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참 좋겠다"
당당한 모습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책에서도 솔직한 즐거움을 볼 수 있죠.
" 늙어 보인다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고, 누가 나를 젊게 봐준 날은 온종일 기분이 좋은 평범한 늙은이지만 글에서만은 나잇값을 떳떳하게 하고 싶다."
솔직 담백한 진정한 인생의 선배 앞에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글이죠.
실제로 마지막 책은 단편으로 기록한 글을 산문집으로 모아서 그리 재미(?)있진 않아,
책을 읽고 실망하신 분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삶을 나누기엔 충분한 책이라 생각이 드네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 아쉬움을 느끼신 분은 꼭 소설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책읽기
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면 처음엔 영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느낄 불편한 상황과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죠.
너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에 선생님의 글에서 어느 것도 감출 수가 없기에 불편하게 느끼거든요.
내가 느끼는 감정, 오직 나만이 알거라 생각했던 감정은 선생님의 글에서 여지없이 드러나곤 합니다.
하지만 이내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 바닥에서 하늘을 보는 법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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