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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들어야 할 음악)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4. 20.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13)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들어야 할 음악)

 

 

 



해마다 연말이면 송년 음악회라는 이름으로 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큰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등장하여 베토벤의 교향곡 9, ‘합창을 연주하는 경우가 흔한데요, 일본에서 건너온 풍습인 듯합니다. 왜냐면 서양음악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오히려 합창 교향곡을 신년에 연주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자유와 평등, 형제애가 실현될 미래를 염원하는 4악장의 가사를 따진다면 한 해를 정리하는 기분보다 새해를 열어가는 다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1231일 자정을 넘겨 끝나는 제야음악회도 있고 신년 벽두에 열리는 신년 음악회까지 있어 한 해의 끝과 시작이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훌쩍 지나가버리는 느낌이라 즐겁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 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혼자서, 아니면 정말 가까운 누군가와 나란히, 혹은 오붓이 둘러 앉아 조용하게 보내고 싶을 때 꼭 들을 만한 음악 한 곡을 소개드리려고 하는데요, 리하르트 시트라우스의 가곡 ‘Morgen, 내일입니다. 이 곡은 독일어로 된 시에 음악을 붙인 독일의 예술가곡, 'Lied 리트'입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 말로 된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이 있겠지만 특별히 독일 가곡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은 가사의 뜻과 음운, 심지어는 뉘앙스까지를 노래의 선율과 피아노 반주로 잘 나타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슈베르트는 이전의 어느 작곡가보다 많은 가곡을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높은 차원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어 진정한 독일가곡의 창시자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슈만이 그 뒤를 이었고 브람스와 볼프를 거쳐 리하르트 시트라우스에 이르러 독일가곡의 역사는 정점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오늘 들으실 모르겐은 바로 그 리하르트 시트라우스의 작품입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Und morgen wird die Sonne wieder scheinen

und auf dem Wege, den ich gehen werde

wird uns, die Glucklichen, sie wieder einen

inmitten dieser sonnenatmenden Erde...

 

Und zu dem Strand, dem weiten wogenblauen,

werden wir still und langsam niedersteigen.

stumm werden wir uns in die Augen schauen,

und auf uns sinkt des Gluckes Schweigen.

 

그리고 내일은 태양이 다시 빛나겠고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 위에서

우리, 행복한 우리를 내일은 다시 하나 되게 하리라.

태양을 호흡하는 이 땅 위에서...

 

그리고 푸른 파도가 치는 넓은 바닷가로

우리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내려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하여, 조용한 행복의 침묵이 우리 위에 임하리라.

 

 

담담하게 펼쳐지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시는 우리말로 그리고라는 뜻의 'und' 로 시작하고 있지만 노래에서는 그 앞에 짧지 않은 피아노 전주가 펼쳐집니다. 말하자면 'und' 속에 담긴 뜻을 피아노 소리로 풀어내는 것이고 이 부분이 이 가곡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이기도 합니다. 제목이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시의 내용은 모두 앞으로 벌어졌으면 하는 희망과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und'라는 한 마디에 다 담고 있는 것이고 시에서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수많은 사연들을 피아노 전주가 들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첫 부분에 두 번이나 등장하는 ‘wieder'라는 말은 우리말로 다시라는 뜻입니다. 노래 가운데서도 길고 높은 음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시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듯합니다. 이 단어로 충분히 짐작했겠지만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탄했다가 어느 순간 어려움이 닥쳐 서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그러다 지금에 와서는 모든 것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고 있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는 강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천천히라는 뜻을 가진 ‘langsam'에서는 음악이 느려지는가 하면 내려간다는 뜻의 'niedersteigen'에서는 음높이도 점점 내려갑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처음에 나왔던 피아노 전주가 다시 나타나는데요,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조금씩 뜸을 들이면서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 가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한 해의 마지막 시간을 어느 바닷가로 나가 함께 시간을 보내시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찬 겨울 바람에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서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을 함께 걸으면서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그러다 갑자기 넓게 펼쳐진 바닷가에 이르면 귓가를 때리는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십시오. 그 순간 시선을 돌려 서로의 눈을 마주본다면 그 눈 속에서, 서로의 미소 속에서 다가오는 새 해가 밝아올 것입니다.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