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토리오 메시아] 동갑내기 작곡가 바흐와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었고, 평생 독신으로 음악으로 위로와 나눔을 주고자 했던 헨델의 “메시아” 이야기[오라토리오 메시아] 동갑내기 작곡가 바흐와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었고, 평생 독신으로 음악으로 위로와 나눔을 주고자 했던 헨델의 “메시아” 이야기

Posted at 2015. 5. 13. 13:58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런던은 박물관의 도시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대영박물관을 비롯하여 런던탑의 무기박물관등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유산들이 도시 곳곳의 박물관들마다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습니다. 그 수가 너무 많다 보니 나름 뜻 깊고 색다른 박물관을 찾아서 작정을 하고 둘러보려 해도 숨어 있거나 작아서, 혹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파운들링 박물관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 작은 박물관은 대영 박물관과 대영 도서관 사이에 놓여 있는데다가 입장료가 비싸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지나치기 마련이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영국의 숨은 역사 한 페이지를 발견하는 기쁨과 잔잔하지만 뭉클한 감동을 얻게 됩니다.

 

파운들링 박물관의 전신은 파운들링 호스피탈(Foundling Hospital)입니다. 호스피탈이라고 하니 병원이었나 싶겠지만 사실은 런던에 설립된 최초의 고아원입니다.

 

 

파운들링 호스피탈의 아이들의 모습(출처 : http://blog.britishcouncil.or.kr/289)

 

설립자인 토마스 코람(Thomas Coram)은 신대륙 북아메리카에서 조선업으로 크게 성공하였지만 국교도였던 그를 배척하는 청교도들과의 대립으로 1704년 런던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아침 일찍 길을 걷던 그의 눈에 버려진 아이들이 얼어 죽어 가는 모습을 보았고 그때서야 그와는 동떨어진 도시 빈민들, 특히 어린이들의 비참한 실상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런던의 어린이들 가운데 75%는 태어나서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해마다 천명이 넘는 신생아들이 길에 버려졌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코람은 17년 동안이나 끊임없이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국왕에게 올리는 한편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의 설립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1739년 파운들링 호스피탈을 설립할 수 있었고 뜻있는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었습니다.

 

 

George Frideric Handel

 

그의 뜻에 동참한 이들 가운데는 예술가도 적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로코코 시대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윌리엄 호가드(William Horgath)와 작곡가 조지 프리데릭 헨델이 있었고 이 두 사람이야말로 코람에게는 다른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지였습니다. 호가드는 동료 화가들에게 작품을 기증하도록 설득하였고 그 결과 바로 이곳에 영국 최초의 공공 미술관이 설립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헨델은 파운들링 호스피탈의 예배당에 오르간을 기증하였는가 하면 적지 않은 금액을 유산으로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자선음악회를 열어 “메시아”를 연주하였고 그 수익금으로 고아원을 도왔습니다. 그래서 박물관이 된 지금 원래 운영위원회가 열리던 2층의 회의실은 호가드를 비롯한 유명 화가들의 전시실로 바뀌었고 3층은 헨델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꾸며 헨델의 악보와 당시의 티켓, 포스트등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Hendel Messiah ( 1 ~ 53 Complete ) 헨델 메시아 전곡, 지휘 윤경희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46aoVkujLKE

 

오늘날 헨델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떠올리지만 “메시아”를 작곡하기 이전에 그는 다른 무엇보다 오페라 작곡가로 부와 명성을 얻었습니다. 태어나서 자란 독일을 떠나 런던에 자리를 잡은 그는 새롭게 내놓는 오페라마다 성공을 거두었지만 라이벌 작곡가 보논치니의 등장과 서민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거지 오페라”의 열기로 말미암아 거듭된 실패를 맛보았고 이를 만회하고자 스스로를 지나치게 혹사한 나머지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오랜 시간 온천욕에 매달려 건강을 회복한 다음 처음으로 도전한 작품이 바로 오라토리오 “메시아”였고 이 작품의 성공이 그를 재정적인 파탄과 사회적인 몰락에서 구출하였습니다.

 

"Handel Messiah" 헨델 메시아 전곡 (Conducted by Karl Richter 지휘 칼 리히터 성음1974)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u1vNacrcobI

 

이 작품의 성공을 두고 더러 사람들은 그의 흥행사적인 기질과 사업가적인 수완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오페라와 달리 무대장치와 의상이 필요 없는 오라토리오는 제작비와 제작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뿐더러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아는 성서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다가 가사 또한 이탈리아어가 아닌 영어로 되어 있어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폭넓은 관심을 얻고자 했던 헨델의 관심을 끌었고 그런 판단으로 승부수를 던진 결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재기와 역전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파산과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거듭난 한 인간의 초인적인 의지와 그 과정에서 얻을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24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 대작을 완성했다는 것도 예사롭지 않지만 작곡을 하는 동안 그 스스로 가사에 담긴 성서의 말씀과 떠오르는 영감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린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도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아마도 죽음의 문턱에서 삶의 참뜻을 깨달았을 테고 그로 말미암아 이런 기적을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깨달은 삶의 참뜻을 실천하고자 파운들링 호스피탈을 돕고자 했고 무엇보다 그를 일깨워준 “메시아”를 그 뜻 깊은 일에 앞세웠을 것입니다.

 

 

 

Handel or Bach? 바로크 시대의 위대한 두 음악가

 

헨델은 동갑내기 작곡가 바흐와 모든 면에서 대조적입니다. 죽을 때가지 태어난 독일을 떠나지 않고 신앙인으로, 직장인으로, 또 한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경건하고 성실한 삶을 살았던 바흐와는 달리 평생을 독신으로 산 헨델은 일찍이 독일을 떠나 이탈리아 각지를 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어렵게 얻은 독일의 안정된 직장도 버리고 오페라의 가능성을 쫓아 런던으로 가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결국 그가 원하던 부와 명성을 누렸습니다. 이처럼 헨델은 늘 바흐와 비교되었기에 언제나 속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거룩하게만 보이는 바흐에게도 물질적 욕구와 세속적인 성공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처럼 헨델의 삶과 음악에도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고 무엇인가를 나누려고 하는 절실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삶의 벼랑 끝에 서서 깨달음을 얻었고 그렇게 “메시아”를 만나 구원을 받았던 것입니다.

 

 

 

“메시아”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말이니 이 땅의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선택받은 자”라는 뜻이고 기독교인들에게 이는 곧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전체 3부로 이루어진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친구였던 찰스 젠넨스가 가사를 썼고 구약의 예언서와 신약의 복음서, 요한 묵시록 등을 근거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죽음과 부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헨델은 원래 부활절에 이 곡을 연주하고자 했으나 파운들링 호스피탈의 기금 모금을 위한 “메시아” 연주회가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게 되면서 이후 이곡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표하는 연주곡으로 자리 잡아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유명한 합창 ‘할렐루야’는 2부의 마지막에 등장하지만 “메시아”가 이 땅에 오시는 참 뜻은 서곡이 끝나고 처음 등장하는 테너의 레치타티보가 벌써부터 우리 모두를 향해 선포하고 있습니다.

 


출처 : 주안 감리교회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y6uPy3lB4rc

 

“위로하여라, 내 백성을 위로하여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아리아나 합창이 아님에도 어느 오페라, 어느 오라토리오에 나오는 그것보다 더 아름답고 더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모든 순서가 끝나고 마지막에 이르러 합창은 “아멘”을 외치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는 뜻입니다. 결국 오라토리오 “메시아”가 전하고자 하는 말씀을 요약한다면 “구세주가 우리를 위로하러 오시리니 마침내 그 뜻대로 이루어지리라”인 셈입니다. “메시아”가 이 땅의 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원하기 위해 저 높은 곳에서 이 낮은 곳으로 내려오심과 같이 음악이 또 그렇게 우리를 어루만지고 위로할지니 우리는 모두 이웃과 그것들을 빠짐없이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1. 김에송
    헨델의 메시아..

    그 중 유명한 할렐루야만 많이 들어봤는데

    전 곡 들어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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