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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톡톡/심심타파!

[음반소개] piano li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26.

 

 

이 음반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자켓의 그림은 비행기 타고 하늘위로 올라가 내려다 본 구름인 것 같고,

이런 구름을 보고 있는 듯한 고요한 느낌이 앨범 전체를 감쌉니다.

저는 이 앨범의 3가지를 주목했는데요. 연주, 곡(편곡), 음질입니다.

연주는 말 할 것도 없이 아주 좋습니다. 세계적인 연주자를 비웃기라도 하듯한 아주 훌륭하구요.

곡은 익숙히 많이 들어 본 직한 곡에다 편곡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위화감 전혀 없이 이게

정말 편곡을 한 것인가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질. 오디오가이레이블의 음질은

당연 좋겠지만, 10주년 기념으로 HQCD입니다. 연주자와 곡이 좋은 걸 아주 잘 받쳐 준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말을 많이 써도 부클릿에 있는 레코딩노트를 따라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강신태라는 피아니스트는 아주 독특한 페달링과 터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 오디오가이 레코드에서 발매한

"JUXTAPOSITION(2008)" 음반의 녹음 작업때 처음 그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레코딩 프로듀서이자 엔지니어로서 정말 무수한 피아니스트를과 함께 음반 작업을 해보았지만,

이것은 내가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피아노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이 음반에서는 각 곡마다 미묘하게 피아노의 음색이 다르게 들립니다. 음색의 이러한 변화는, 녹음의 세팅이나

프로세서를 달리하여 인위적으로 소리를 가공한 탓이 아닌, 감성이 담긴 손 끝이 공기를 가르며 피아노의 건반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의 터치 그리고 지극히 섬세하고 세심한 페달링만을 이용해 피아니스트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것입니다. 녹음 장소였던 장천아트홀은 넓은 공간에 비해 그리 울림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음반에는

아주 풍부한 울림의 피아노 사운드가 담겨있습ㄴ다. 세심한 페달링으로 오른손의 중요한 음 하나하나에만

서스테인 페달이 동작, 왼손에서의 표현은 따뜻하며 음의 여음이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피아니스트가 소리를

컨트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오직 마이크만을 통해 담아낸 지극히 순수한 피아노 소리로,

컴프레서나 리버브 등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소리입니다.

 

피아노에 앉아 있는 아티스트를 바로 정면에서 바라보는 듯한 이 시선은, 또 하나의 예술가적 감성을 지닌 두 개의

마이크, 그리고 홀 무대 내부의 울림을 담기 위한 다른 두 개의 마이크가 서로 믹스되어 이루어낸 것입니다.

이 마이크들을 통한 소리가 레코더에 담기고, 담기 소리는 스피커라는 물리적 변환기를 통해 다시 공기를 움직여

우리의 귀로 전달이 됩니다. 이것은 마치, 내가 좋아하고 동경하는 피아니스트가 무대에서 홀로 연주하는 소리를

무대 바로 뒤의 음향조정실에서 듣는 것과도 같은, 무대와 조정실을 이어주는 작은 문을 반쯤 열어두고서 목소리를

낮추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과 흡사한, 바로 그런 느낌입니다.

'나의 음악과 소리를 들어야 한다' 고 강요 받는 것이 아닌, 자연스레 열린 문틈 너머로 듣게 되는 이 아련한 느낌.

이러한 녹음 당시의 느낌을 이 음반에 담아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아티스트가 연주한 음악의 감정, 음 하나하나에

담긴 그 마음이 이 음반을 통해서 여러분께 전달 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01. 음 꽃으로 물드는 테라스 -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 중에서 "꽃의 이중창"

02. 쪽빛 바다 요람 -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에서 "허밍코러스"

03. 오래된 자장가 - 한창욱의 '포구에서' 중에서 "섬 집 아기"

04. 춤추는 피아노 -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중에서 "조각배"

05. 아지랑이 - 슈베르트 연가극 '겨울나그네' 중에서 "봄 꽃"

06. 달님 몰래, 음 별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어린 요정의 담요 속 - 모짜르트의 '플루트,바이올린,비올라 그리고 첼로를

위한 4중주' 중에서 "아다지오"KV. 285

07. 하프 소리가 나는 피아노 - 마스카니의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에서 "간주곡"

08. 마음 연못 - 한창욱의 '포구에서' 중에서 "나뭇잎 배"

09. 지난 겨울 이야기 - 비발디의 '사계' 중에서 "겨울 - 라르고"

10. 노래하는 별 꽃 - 보로딘의 '현악 4중주' 중에서 "녹턴"

11. 별의 목소리 - 슈베르트의 가곡 '밤과 꿈'

12. 라르고 흔들의자 - 알비노니의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중에서 "라르고"

13. 사람의 삼원색 -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에서 "라르고"

slow, sleeping, spirit, pianism 이라고 부크릿이 시작되는데요. 공감이 갑니다.

또하난의 애정(청) 음반이 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