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어딘가 두평 마음의 집이 있다'
참 제목이 끌리지 않습니까?
이 책은 아빠의 3년차 주말캠핑의 푸른 에세이입니다.
문체가 심상치 않게 서정적이고 시적이여서, 놀랐는데, 저자의 약력을 보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3년동안 캠핑후기라고 봐도 괜찮겠지만, 그동안 캠핑카페에서 봐왔던 캠핑후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장력입니다. 그러다 보니 글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싶기도 합니다.
읽으면서 참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서 포스트잇을 붙인 곳이 네군데가 있는데,
초반부에 한참 장비에 빠진 저자를 보고 아내가 던진말
"캠핑 떠나는 게 셀레, 아니면 장비 오는 게 설레?"
중반부에 장비(주로 리빙셀등 기타등등)빨의 한계를 느낀 저자가 던진 말
"최대한 가볍게 가자! 가족만 남을 때까지 최대한 가볍게"
그리고, (생략) 야영지에서 동하(저자의 아들)가 친구를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아내와 나는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 속에서 뛰어
놀고 있는 내 아이가 아니라, 내 아이와 함께 어울려 노는 우리 아이들.
(생략) 그때야 비로소 조금 알 것 같았다. 내가 우리 아이들을 챙겨주는 동안 우리
아이들이 내 아이를 보듬어 주고 있다는 것을. 내 아이가 잘 자라려면 이웃이라는
말을 배우기 전에 이웃을 봐야 하고, 친구라는 말을 배우기 전에 친구를 겪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마지막 페이지에 나와 있는 글귀입니다. 이것도 그대로 옮겨보면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흔적 없이
사라질 그들의 하룻밤을 허락해도
좋지 않겠는가. 숲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며
즐기는 곳도 아니다. 단지 한 마리의 새처럼
깃들다가 떠난 곳임을 안다면.......
이 책은 시인, 교육자, 남편, 아빠인 저자가 좌충우돌 캠핑이야기를
담은 "휴먼다큐멘터리' 입니다.
장비에 빠져 카드빚에 치이고, 무작정 떠난 한밤중에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말그대로 같은 남자로서 동정심이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소심하고 엉뚱한 이 가족의 숲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숲어딘가 두평 마음의 집이였습니다.
캠핑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참 많은 도움을 준 책입니다.
캠핑 그 자체의 의미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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