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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작은 미술관 2012 EAGON CALENDAR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6.

나만의 작은 미술관

여러분 책상이나 집에 미술관 하나 쯤은 가지고 계시죠?

전시되는 것도 보통 매월 바뀌지시요?

이번 포스팅은 나만의 작은 미술관인 2012년 달력으로 그림읽기를 하려 합니다.

참고로, 업무 일정이 가득채워지기 시작하고 머리가 지끈해 질 때면 잠시 돌려 놓으셔도 됩니다.

그러면 그림이 나오거든요...ㅋㅋㅋ

 

 

2012 EAGON CALENDAR

올 해 회사 달력은 이상국(李相國, 1947 ~  ) 화백님의 목판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판화를 보고 있노라면 먼저 표현이 매우 제한적라는 특성이 있죠.

하지만 표현하기 힘들다는 의미는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되죠.

겉표지 작품부터 보겠습니다.

<시골아이, 1976년, ed. 1/20, 54x32.5>

인물을 그린 작품을 보노라면,

가장 먼저 인물의 표정을 보게 됩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의 시골아이 표정은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나의 기분에 따라 아이의 표정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 오르기도 하고, 아이에 대한 측은함(?)과 부러움 등 잠시 과거로 갔다오게 하는 작품입니다.

 

판화의 강렬함

판화에서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은 표현의 강렬함죠.

카리스마라 할까요.

<춤-승무, 1971년, ed. 1/30, 54x34>

작품이 있는 곳엔 2장으로 되어 있어서 액자와 같은 효과를 주었답니다.

입체감이 느껴져서 진짜 액자에 담은 듯 하죠.

춤-승무의 작품을 보노라면 매우 강렬함을 느낄 수 있죠.

약간은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교과서에 배웠더 조지훈님의 시 '승무' 떠오르시는 분들 계시죠?

 

얇은 사 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꼬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절제하고 절제하고 또 절제해서 나오는 그 무엇이 느껴지네요.

 

추상의 자유로움

4월과 12월엔 나무와 관련된 작품입니다.

<겨울나무, 2003년, ed. 20/20, 25x33>

ed.는 edition의 약자군요...ㅋㅋㅋ

또 다른 작품입니다.

<겨울나무, 2005년, ed. 29/30, 47x40>

추운 겨울을 올곧게 서 있는 나무!!

강렬함은 간결함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림에서 표현하고 싶은 수많은 욕심들을 내려놓고

진정 표현하고픈 핵심을 간결하게 나타낼 때 진정 강렬함이 나오는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림을 계속 지켜보노라면,

겨울나무인데 마치 나무가 불에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가 아닌 뜨겁게 용솟음 치는 모습이랄까요.

2012년 달력에 실린 작품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합니다.

글을 쓰다 이상국 화백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니, <나무>라는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달력엔 없지만 함께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나무><발췌 http://fpn119.co.kr/sub_read.html?uid=13056&section=sc72>

나무에서 이젠 산으로~~

<산으로부터 Ⅱ, 2005년, ed. 20/20, 26x40>

제목이 없었다면 어디서부터 상상해야 할지 모를 작품이죠.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미로찾기를 했다는...^^

일단 이 작품에선 추상과 흑백 대비를 볼 수 있습니다.

단순화된 표현은 결국 추상적 표현으로 나타나게 되지요.

이 추상은 흑백의 대비로 이어집니다.

특히 판화이기에 흑백의 표현으로 경계를 구별하지요.

그런데 흑색부분을 한참 보다가 어느 순간 '산은 색이 칠해지지 않은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흑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모여서 산이 된 것이 아닌, '비워있는 바탕 자체가 산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치 나무가 모여서 산을 이룬 것이 아니라, 산이 나무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흰 바탕은 비워 있던 것이 아니라 산으로 가득채워져 있었던 것일 수도 있죠...ㅋㅋㅋ

그렇기에 제목이 단순히 '산'이 아닌 '산으로부터Ⅱ'가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먼저, 목판화 작품에 대한 유홍준 미술평론가님 말을 빌려 봅니다.

" 이상국 목판화의 매력은 간결한 형태와 느낌을 동반한 선에 있다. 그는 화면상에 절대로 서사적인 요소를 개입시키지 않는다. <나무>, <산>, <산동네>, <시골아이>... 그가 즐겨 그리는 일정한 대상에 대한 깊은 관조와 사랑을 응축시킨 형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와 이상국 화백님의 말로 마무리 합니다.

추상에 대한 이야기는 아트 인 컬처(art in culture)에서 이상국 화백님과의 인터뷰가 있어서 일부 발췌합니다.

(http://www.artinculture.kr/content/view/868/28/)

" 전업작가로 돌아선 후 사회생활에서 오는 인간관계는 다소 느슨해지고 자연히 주변 환경, 산, 산동네, 나무 등 자연이 마음에 다가왔다.

북한산 자락을 헤매며 산을 스케치하기도 하고, 농장에 쌓아 놓은 고사목(枯死木)을 그리기도 했다.

나는 나무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아내고, 화면 좌우에 띠를 두르고 점을 찍어 아픔, 상처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본격적인 풍경의 해체 과정은 영국 체류 이후의 일이다.

헤겔의 정반합의 이론을 내 그림에 대입해 형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작품을 시도한 것이다.

형상 과정에서 작품이 마무리되면 구상이고,

해체나 재구성의 과정에서 작품이 마무리되면 추상이 되는 식이다.

몬드리안이 시도했던 화면의 단순화에서 오는 추상화(抽象化), 그리고 조선 청화백자나 호랑이 그림의 변형에서 오는 추상화를 응용한 것이다.

좌우간 형체를 해체하면서 화면에서의 긴장감과 구성의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었다."

 

2011년 달력도 있어서 함께 찍어 봅니다.

이건의 달력 표지 변천사...ㅋㅋㅋ

달력을 넘겨 보면 한 해 있었던 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 가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나만의 미술관 하나씩 갖고 계실텐데, 바쁜 일상 생활 가운데 쉬어가는 곳이 되길 바래며,

다음 포스팅은 2013년 달력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