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3)-소야곡, 소화제, 세레나데-
소야곡과 세레나데
小夜曲, 작을 소, 밤 야, 가락 곡을 붙여놓은 말이니 풀어쓰자면 밤에 듣는 작은 음악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그렇다면 세레나데의 뜻이 바로 이러하다는 말인데,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세레나데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군요. 세레나데라면 흔히들 연인의 창가에서 기타를 뜯으며 부르는 구애의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물론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노래도 세레나데지만 음악사에서는 특별히 18세기에 유행했던 기악합주곡을 세레나데라고 부른답니다.
그 당시 세레나데는 저녁 잘 먹고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편안하게 들으려고 만든 음악이었습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어렵거나 긴 음악은 이런 분위기기에 맞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세레나데들은 하나같이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곡들입니다. 악기편성도 간단하고 악곡의 구성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런 저런 형식의 짧은 악장들을 죽 이어 놓았을 따름이지요. 말하자면 배불리 먹은 저녁을 소화시키면서 가벼운 수다를 떨기에 적합한 음악인 셈입니다. 다시 말해 소화를 돕기 위한 한 잔의 차, 혹은 소화제가 바로 세레나데입니다.
소화를 돕기 위한 음악 - 소화제
설마 음악을 소화제라고 생각했을까 의아하겠지만 그 시대에 유행했던 다른 음악들의 처지를 살펴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당시의 상황을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무렵 세레나데와 가장 비슷한 형태와 용도로 만들어진 곡이라면 디베르티멘토가 있었습니다. 그 말은 기분전환용 음악이라는 뜻이니 좀 더 깊이 따지자면 음악을 그저 가벼운 오락거리 정도로 여겼다는 것이지요.
생계를 위한 일에서 벗어나 있는 귀족들에게 있어 음악은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고 삶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장식품일 따름입니다. 낮이나 밤이나 음악은 그들이 머무는 곳 주변을 맴돌면서 그들의 따분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삶에 끼어들거나 생각의 한 가운데를 차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때로는 기분전환을 위해서, 그리고 심지어는 소화를 돕기 위해서도 음악이 있어야 했고 가끔은 누군가에게 스스로의 재력과 고상한 취향을 자랑하기 위해 음악을 필요로 했지만 음악을 가슴 속 깊이 갈구하기에는 너무나 익숙한 환경일 따름입니다.
작은 밤의 음악... 세레나데 = 소야곡
18세기에 만들어진 세레나데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어로 클라인이라면 작다는 뜻이고 나흐트는 밤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무지크가 바로 영어의 뮤직, 즉 음악이라는 뜻이니 이것이야말로 일본 사람들이 한자어로 옮겨놓은 세레나데의 뜻, 소야곡과 딱 들어맞는 이름이군요. 다시 한번 정리해 보기로 하지요. 세레나데를 독일어로 바꾸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가 되고 이것을 다시 한자어로 옮겨 놓으면 소야곡이 됩니다.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