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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음악회 Talk Talk385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음유시인이 들려주는 집시 여인의 슬픈 이야기(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그리고 밥 딜런) "일 트로바토레"(1853)는 "리골레토"(1851)와 "라 트라비아타"(1853) 사이에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로 이들 세 작품은 오늘날 베르디의 오페라들 가운데 가장 많이, 또 자주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들 오페라의 이야기는 모두 빗나간 부정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리골레토는 외동딸 질다를 짓밟은 만토바 백작에게 복수하려다 결국은 자신의 딸을 죽게 만듭니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 남작은 서로 사랑하는 비올레타와 그의 아들 알프레도를 헤어지게 만들어 결국은 비올레타의 죽음을 재촉하고 맙니다. "일 트로바토레"에서 루나 백작과 만리코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이 아픈 까닭이 집시 여인의 주문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만으로 힘 없는 노파를 화형에 처.. 2017. 4. 21.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뮤지컬 아이다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까지... 거장 베르디의 “운명” 죽어서는 물론이고 살아서도 베르디만큼 명성과 인기를 누렸던 작곡가는 없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는 오페라 작곡가의 대명사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베르디의 삶을 두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부러워하고 우러러볼 만한 그의 삶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눈치 채지 못합니다. 어쩌면 알고도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오페라를 두고는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유형의 비극이 다 들어있다고 하면서 정작 그 자신이 겪으며 감당해야 했던 비극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의 작품을 통해 다루고자 했고, 또 다루었던 그 많은 비극들이 결국은 그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주목하지 않습니다. 출처 : http://www.cdandlp.com 베.. 2017. 4. 18.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구레츠키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현대음악은 말 그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에 만들어진 음악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대게는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모색하여 시도하고 있는 새롭고 실험적인 음악들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등장해서 유명해진 존 케이지의 “4분 33초”란 곡은 아시다시피 4분 33초간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는 곡입니다. 악기에서 나는 소리만이 음악이 아니라 청중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는 물론 침묵의 순간 흐르는 시간 그 자체도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곡에서는 악기를 부수거나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 음악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너무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것을 현대음악이라고 생각하는 탓에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조차 현대음악에는 별로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도.. 2017. 3. 23.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지휘자는 무엇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이탈리아의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아키야마 고지 감독 2014년 일본 프로야구의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한 재팬 시리즈의 패권은 퍼시픽 리그의 소프트뱅크 호크스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재팬 시리즈를 석권하자마자 우승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아키야마 고지 감독의 사임 소식이 들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그 까닭이 투병중인 아내의 병간호 때문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 잔잔한 감동이 멀리 퍼져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선수들이 전하는 바로는 일본시리즈를 앞둔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도 조금도 힘들거나 흔들리는 내색 없이 “승패의 책임은 내가 질테니 여러분은 스스로 어필하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는 말로 선수들을 감싸고 격려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으니 문득 40년 전에 있었던 비슷한 일이 떠오르면서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의 남다른 마.. 2017. 3. 21.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하이페츠. 음악은 무엇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어느 여름날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몸담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경상남도 한 농촌의 마을회관으로 내려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예술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예술 하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 공연을 보여주고 들려주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학생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예술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몸소 깨닫게 하려는 뜻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중이라고는 일곱 명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코흘리개 다섯에 할머니 두 분이었습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농번기라 휴일도 없이 모두 일하러 나갔고 일손을 거들지 못해 어린 손주라도 돌보겠다며 집에 남은 할머니 두 분이 마실을 나.. 2017. 3. 20.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나의 아버지, 테너 홍춘선 어려서 살던 집엔 대문 옆에 화장실이 따로 하나 더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홀로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를 뿜으며 짜릿한 일탈을 만끽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화장실 문을 연거푸 노크하더니 다급하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엄마 깼다." 아버지였습니다. 벌써부터 알고 계셨지만 모르는 척 하셨던 겁니다. 그날 이후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입시를 앞둔 고 3 무렵도 마냥 느긋하기만 했습니다. 일요일 점심을 먹고 잠들어서는 해질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잠결에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한참을 지켜보며 서 있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시시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았더니 아버지였습니다. 안방으로 건너오라 하시기에 정말이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겠구나 생각했.. 2017.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