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연주자.
월드컵 4강도 좋지만, 이런 연주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시작한 연주의 서막이 시작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집에서 음반은 많이 들어도 이렇게 연주회장을 찾은 것은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프로그램도 좋았고, 대가의 면모를 눈앞에서 바라본다는 자체가 말그대로 감개무량했습니다.
실제로 들어보니, 굉장히 안정된 연주와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바이올린 소리가
훨씬 크게 들립니다. 거의 R석 같은 S석에 앉은 것도 한 몫한 것 같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좌석을 거의 다 매운 상태였는데, 악장사이에
몇번을 박수을 치는 바람에 눈쌀이 찌푸려지곤 했고, 바이올린 독주회이니 활이 바이올린에서 떨어져야
곡이 끝나는 건데, 그냥 박수를 치려는 사람들 때문에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이점만 빼고는 아주 훌륭했고,
기억으론 4번의 앵콜을 받아줘서 한참을 더 들었습니다. 거의 2시간을 서서 있는 것도 힘들텐데,,,하면서,,,
좋긴 했지만, 그만 쉬게 해주는게 더 낫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아래는 원래 사진을 찍으면 안되지만, 아이폰으로 찍어도 될때만 딱 2장 찍었습니다.
▲ 공연 시작하기전.▲ 앵콜곡 들어가기전,,,'사랑의 인사'를 연주하기 전으로 기억되는데, 의외로 관객에게 말을 하십니다.
1985년 태어난 첫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이 곡을 그때 연주를 했다면서,,,,,
▲ 말하자면 인증샷
▲ 바이올린 정경화
▲ 반주자 케빈 케너 ; 엄청 잘 하십니다.
▲ 사랑받는 강아지들
▲ 젊은 시절
아래는 프로그램지에 나와 있는 공연소개를 발췌 편집하였습니다.
정경화
연주인생 3막의 서장을 열다.
오랜 공백의 침묵을 깨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활동을 재개합니다.
2005년 게르기예프가 키로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을때, 정경화는 9월 23일에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28일에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였으나,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23일 당일 직접 무대에 올라가
연주 취소를 알리고, 28일 연주를 약속했습니다.
28일.
약속대로 퉁퉁 부은 손가락에 무통주사를 맞은 상태에서 브람스 대신에 브루흐를 연주를 강행한 결과, 손가락 부상이
악화되어 연주활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2010년 5월 4일. 아슈케나지가 지휘한 필하모니아의 내한공연에서 정경화는 브람스 협주곡으로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였고, 올해 8월 대관령 국제음악제에서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선보인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통해
연주무대로 돌아올 준비가 되었음을 청중과 함께 확인하였습니다.
마침내 12월. 정경화는 바이올린 독주회를 통해 본인의 표현대로 '연주 인생의 3막' 을 엽니다.
정경화의 숙원인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녹음이라는 대장정을 알리는
연주회입니다.
정경화는 그동안 손가락 부상으로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평생토록 본인을 아끼고 이끌어주던,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을 잃기도 했습니다. 12살 정경화를 줄리어드로 이끈 명소 언니를(2007년), 국내 라이센스 음반 1호를 기록한
정경화 데뷔음반 이후 줄곧 정경화의 녹음 스튜디오를 지켰던 명 프로듀서 크리스토버 레이번을(2007년), 그리고
어머니(2011년)를 차례로 잃으며 정경화는 '인생' 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에, 이분들에 대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존경, 사랑을 담아 연주곡을 선정하였습니다. 인간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정경화의 기쁨과 아픔, 시련과 행복, 믿음과 사랑을 고국의 팬들과 고스란히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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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 모짜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제 21번 마단조, K.304
" 모짜르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연주여행을 다녔으며, 1778년에는 어머니와 파리연주를 함께 갑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십니다. 이 곡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작곡하였습니다. 모짜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한 단조
작품입니다. " (정경화)
- 단조이지만 1악장은 영락없는 모짜르트의 작곡임을 알 수 있습니다. 2악장에선 상당히 슬픕니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사장조, Op.78 '비의 노래'
" 이 곡은 브람스가 사십대 중반인 비교적 젊은 시절에 썼습니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세 곡 중 가장 향수 어리고,
음악적으로 무르익고 아름다운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
(정경화)
- 저에게는 의외로 어려운 곡입니다.
♬바흐 Air C장조(오케스트라 모음곡 편곡) - G선상의 아리아
" 이 곡은 살아생전 아버지께 마지막으로 드린 곡입니다. 1980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10년을 건드리지도 못한 곡이기도
합니다. 그 후에는 음반으로 녹음도 하고, 연주도 했지만, 이번에 다시 나름대로 해석하여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이곡에서 바흐를 받쳐주었던 믿음, 즉 영혼의 연결을 읽었습니다 " (정경화)
- 워낙 많이 알려진 곡입니다. 대가의 면모가 보이는 연주였습니다.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
" 이 곡은 프랑크가 이자이의 결혼선물로 쓴 곡인데, 저는 젊은 이들의 사랑에 대한 축복만이 아니라 인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개인적인듯하면서도 사람 사이에 관계를 떠올리게 하고, 드라마틱하면서도 센티멘털한
느낌을 줍니다. 감각적으로 기가막힌 선율이 행복감을 주기도 합니다. 음악을 하는 동안 일평생 저의 멘토였던, 한번도
저를 실망시켰던 적이 없는 친구 크리스토포 레이번께 드리고 싶은 곡입니다. " (정경화)
- 꼭 한번 들어볼만 하다고 그 날 연주에서 느꼈습니다. 특히 마지막 악장.
혹시 사인회를 하지 않을까 싶어 정경화 40주년 기념앨범 책자를 들고 갔지만, 사인회는 없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으로의 연주활동이 참으로 기대가 됩니다.
음반으로 집에서 듣는 것과 음질적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더군요. 대신에 분위기. 그러니까 air감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