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축구동호회 총무로서 축구 실력을 향상시키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달리다 보니 달리는 것이 기분이 좋아 자주 달리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10키로 달리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지요. 10km 대회도 몇 번 나가서 달려 보니, 축구 할 때는 칭찬을 못 듣고 매번 후배들, 선배들께 야단만 맞는데... 오래 달리기 할 때는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달리는 것이 더 좋아지더군요.
그리고, 스마트 밴드를 활용하여 운동을 측정하니 운동 하는 것도 즐거워지고 스트라바와 나이키 런닝 어플을 이용하니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과 교류도 늘고 경쟁심도 생겨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10km 대회 최고 기록은 42분 45초! (송도국제마라톤) 몇 번의 10km 대회 참여 후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게 됩니다. 회사에서 단체 참여하는 인천국제하프 마라톤에서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을 뛰어보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어서 풀코스에 도전하게 됩니다. 회사 축구팀에서는 총무가 외도를 한다며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축구는 축구데로 하고, 총무의 일도 그대로 하며 혼자 달리기 연습을 하며 풀코스를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 풀코스 대회는 2017년 9월 송도국제마라톤대회였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축구를 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습니다. 왼쪽 다리에 처음 햄스트링이 왔는데 1주일 쉬고 또 축구하다 이번엔 오른쪽 다리에 와서 두 다리 모두 햄스트링 부상일 입었습니다.
회복하느라 훈련을 많이 못하고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포기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여기 저기 마라톤 풀코스 나간다고 떠벌리고 다녀서... ㅠㅠ 결국에는 참가했지만, 23km 지점에서 햄스트링 + 쥐가 내려 뛰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마라톤 풀코스는 쉽지 않군요!
다음 풀코스 도전은 2017년 11월 05일 중앙마라톤대회였습니다. 9월 부터 11월 초 까지 개인적으로 제일 바쁜 시기라 역시 연습을 많이 못했지만 틈틈히 노력해서 월 100km 정도 달렸습니다. 다행이 햄스트링 부상이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기에 도전하는데 부담은 없었습니다.
첫 풀코스 기록은 4:20:17초! 20km 까지는 기분 좋게 달렸고, 30km 넘어가니 왜 사람들이 마라톤 풀코스가 힘들다고 하는지 알겠더군요. 그래도 무사히 완주하였습니다. 뛰는 동안 '이 짓을 왜 하는거지..도데체?' 라는 물음을 스스로 계속 던졌습니다. 그리고 완주했으니 이제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었지요... 당일 날은요 ^^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몸이 회복되면서.. 왠지모를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밀려오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대회를 검색하는 제 자신... -_-;;; 뭔가 나를 끌어당기는 힘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제 축구에 전념할 시간, 그래서 2018년 3월 동아마라톤을 나가기로 결심하고 다시 축구에 전념하였습니다.
동아마라톤을 준비는 평소 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축구를 하고, '월화목일'요일은 10km 달리기를 하였습니다. 올 겨울은 엄청나게 추워서 사실 훈련을 마음 것 하지는 못했습니다. 장거리 훈련도 날씨랑 미세먼지 때문에 1주일 전에 21키로 달린 것이 마지막이었네요.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은 이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대회 전일, 온라인 동호회에서 정보를 많이 얻어 마라톤 대회 용품들을 준비했습니다.
준비용품 : 배번호, 싱글렛, 바세린, 반바지, 우비, 젖꼭지 보호스티커, 장갑, 손난로, 우비, 파워젤, 가민포러너 735XT(스마트워치), 러닝 다이나믹 팟(달리기 분석을 위한 도구), 모자 등
준비물을 챙기며 가장 고민한 것은 하루 전날 선물 받은 레이싱화(타사 재팬 - 2018도쿄 마라톤 버전)를 신을 것인가, 연습 때 신던 신발을 신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결국 많은 선배 러너들의 조언에 따라 착용하지 않기로 하고 연습할 때 신었던 신발을 착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잘한 결정! 짝짝짝!!)
대회 당일, 인천에서 서울을 가야 했는데 다행히 철인3종 동호회를 하시는 회사 선배님께서 전세버스에 자리가 남는다며 함께 가자 하셔서 편하게 대회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7시 쯤 도착하여 이것 저것을 준비하였습니다. 동아마라톤 풀코스는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잠실 올림픽 경기장으로 골인하기 때문에 가져온 짐들을 사전에 받은 봉투에 넣어 지정된 택배 차량에 싣어야 합니다. 지정된 시간을 정확하게 준수하더라구요. 조금 늦었으면 지정된 차에 싣지 못할 뻔 했습니다.
젖꼭지 보호 스티커는 사전에 집에서 바르고 왔고, 바세린은 사타구니와 겨드랑이 부분에 발랐습니다. 도움이 안될 것 같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되므로 처음 하시는 분들은 바세린을 꼭 바르셔야 합니다. 바르지 않으면 옷에 쓸려서 많이 아픕니다.
저는 그나마 풀코스 기록이 있어서 그랬는지 C그룹에 배정되었습니다. 엘리트 선수들이 지나고 A,B 그룹 출발 후 시간이 되어 출발하였습니다. 당시 기온이 6~8도 정도 되었기 때문에 장갑과 우비를 착용하였습니다. 우비는 계획 상으로는 5km 지점에서 벗으려 했으나 날씨가 쌀쌀해서 8km 지점에서 벗었습니다. 손에 땀이 좀 나는 편인데 장갑을 끼면 땀이 식으면서 채온을 떨어트리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장갑은 계속 착용하였습니다.
구간별 목표는 처음 5km 까지는 5분30초 페이스로 뛰고, 그 이후 부터는 최대한 5분 페이스로 가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물로 30km 이후에서는 체력이 버티는 한 6분 페이스로 달리는 것을 계획하였습니다.
실제 제 레이스 기록을 보시겠습니다.
16키로는 5:21 평균페이스 5:21
실제 기록은 31키로 지점부터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연습이 더 필요했던 것 일까요? 후반부 페이스가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30km 넘을 때의 고통은 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훈련만이 이러한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장거리를 뛰면서 느끼는 것이.. 늘 사람들이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데 저도 느꼈습니다. 컨디션 좋은 것 같아 오버 페이스로 달리며 남들을 지나쳐 가는 것을 기분 좋아라 하다가... 갑자기 힘들어지는 순간 나를 지나쳐 가는 수 많은 사람들 ㅠㅠ. 나보다 느려서 지나쳤던 사람들이 내가 힘들어 속도가 낮아졌을 때 나를 앞질러 가고... 하지만 또 참고 열심히 뛰다 보면 그 사람들을 다시 앞지르게 되는... 인생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42.195km를 뛰면서 조금 더 마라톤에 겸손해지고, 제 자신의 살아온 삶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응원단... 동호회 티셔스를 입고가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 그들의 응원이 참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화이팅! 조금만 더 힘 내세요" 해주는 소리가 큰 힘이 됩니다. 주변의 따뜻한 응원이 참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기록은 4:15:22. 아쉽게도 4시간 10분 대로 진입은 못했지만, 작년 중앙마라톤에 비해 5분 단축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한번 더 도전한다면 4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 잠실 경기장 앞의 풍경)
역시나, 이번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달렸는데 마라톤 하는 사람이 적어도 4시간 안에는 들어오 기록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에.. 다른 대회를 물색 중입니다. 이번에는 체중도 빼고, 하체 및 코어근육 단련을 통해 기록을 확~ 줄이고 후반부 페이스 저하를 막아야겠습니다.
공식 기록증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저의 동아마라톤 공식 기록증입니다.
훈련을 통해 후반부 페이스 처짐을 조금이나마 개선한 것이 이번 대회에서 5분을 당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히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여기 저기서 칭찬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2번째 풀코스 완주를 하니 이제는 자신감이 더욱 더 붙습니다. 다음 대회에서는 꼭 SUB4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이상 초보 마라토너의 동아마라톤 완주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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