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리더십이란?
뜻을 세워 무리를 일으켜야 합니다. 사람으로 무리를 이끌면 뜻이 무뎌집니다. 무리가 흩어져도 뜻은 지켜야 합니다. 내 무리로 다른 무리를 밀어내지 말고 좋은 뜻으로 나쁜 뜻에 맞서야 합니다. 뜻을 잃으면 사람도 떠납니다. 뜻으로 사람을 얻고 사람으로 뜻을 이루어야 합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익을 내세워 이끄는 것이며 가르쳐 깨우치는 것이 그 다음이라면 백성을 가지런히 바로잡는 것이 그 다음이다. 가장 못난 정치는 재물을 놓고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다" 사마천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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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이르기를 백성이 군주가 있음을 알고는 있으나 따로 마음에 둘 일이 없는 것이 최고의 리더쉽이라 했고 그 다음이 우러러 보며 높이 받드는 것이며 그보다 못한 것이 삼가 두려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마저도 아니면 함부로 비난하고 모욕하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서로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했으니 이쯤 되면 아무런 기대는 물론이고 원망조차 없을 터입니다.
리더가 되면 무엇보다 먼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안되는 일을 되도록 만드는 게 리더의 능력입니다. 무작정 밀어붙여서가 아니라 설득해서 타협하고 때론 양보도 해야 합니다. 힘 있는 자가 힘을 쓰지 않아야 진짜 힘이 생깁니다.
이강숙 총장은 늘 "살인적인 인내"를 강조하셨습니다. 가끔은 농담삼아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독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이고 비전을 공유하여 하나로 나가려면 참고 설득하기를 거듭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리더십의 첫째 덕목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리더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무엇보다 먼저 구성원 각각의 이익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비전을 앞세워야 합니다. 모두의 이익이 나의 이익과 다르지 않을 때 모두들 있는 힘을 다하기 마련입니다.
회사, 혹은 단체를 뜻하는 Company는 함께라는 뜻의 com과 빵을 일컫는 pan을 붙여 만든 말입니다 . 함께 빵을 먹는 곳이 회사며 내가 속한 공동체란 뜻입니다. 한마디로 같이 잘먹고 잘살자는 것입니다. 구성원의 이익이 조직의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iddink_and_Borodyuk_Euro_2008.jpg
히딩크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입니다. 몇 일을 관찰만 하다 선수들을 모아놓고 처음 주문한 말은 밥먹을 때 다들 한자리에 모여 천천히 먹자는 것이었습니다. 출신학교와 선후배를 따지는 풍토부터 바꾸려 했던 겁니다. 소통과 화합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히딩크식 리더십입니다.
미식축구는 희생의 경기입니다. 공격팀은 모두가 몸을 던져 공을 가진 한 선수를 보호합니다. 리더의 역할을 하는 쿼터백은 중계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공격이 시작되고 공을 넘겨받는 즉시 선수중 누구에겐가 그 공을 넘겨줘야합니다. 리더의 역할은 조정자이고 중계자입니다.
조정경기는 배에 탄 모두가 똑 같은 속도로 노를 젓지 않으면 앞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운데 가장 처지는 사람에게 나머지가 다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의 명문 대학들이 조정경기를 장려하는 까닭이 바로 그것입니다. 나 혼자 잘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리더십의 산교육입니다.
지휘자 로린 마젤은 오케스트라의 능력과 주어진 여건을 정확하게 판단하면 단원들에겐 그안에서 가능한 만큼만 요구를 합니다. 과정에서도 늘 유머와 칭찬을 잊지 않습니다. 당연히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테니 지켜보는 청중까지 모두 만족하게 되는 겁니다. 현명한 리더십입니다.
은퇴한 여성 리더중의 한 분이 담배 태우시는 사연이 흥미롭습니다. 성격이 불같아서 담배갑에서 담배 꺼내고 라이터 찾아서 불붙이는 동안 화를 가라앉힌다고 합니다. 그렇잖으면 부하 직원 면전에서 무슨 험한 말을 터뜨릴 지 본인도 감당할 수 없답니다. 당연히 독신입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 많이 가진 사람들은 그로 말미암아 누리는 다른 사람들의 호감과 호의가 마치 그 자신의 인간적, 혹은 성적 매력에서 비롯된 것인 양 착각하기 쉽습니다. 높이 올라가 많이 가지고 나면 그 안에 스스로가 매몰되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잃어버립니다.
일사불란한 꿀벌들 중에도 5%는 따로 논다고 합니다. 이런 벌을 정찰벌이라 하지만 사실은 날라리 벌이라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입맛도 까다로워 혼자 멀리 날아가 별난 꽃을 찾는답니다. 가까운 꽃무리에서 더 이상 꿀을 찾지 못해 모두 굶주리고 있을 때 날라리 벌이 찾아낸 다른 꽃들이 나머지 벌들을 살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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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뽑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만두게 하는 것보다 힘들지는 않습니다. 내보내야 할 때는 싫더라도 얼굴을 마주보고 말해야 합니다. 잘못이 있으니 그만두라는 말보단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 안타깝다는 말이 더 낫습니다. 밥 한 끼가 어려우면 차 한 잔이라도 나누며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야 합니다.
리더는 지켜보며 힘을 실어주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이 잘 움직여 일이 제대로 꾸려지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서 잘잘못을 찾아주고 더 나은 쪽으로 이끌어 주는 겁니다. 잘못을 고치도록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이 나서 열심히 하도록 길을 터서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폴란드엔 "흐느끼는 사람을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쇼팽의 음악이 그렇습니다. 통곡이 아니라 흐느낌입니다. 설명과 설득이 아닙니다. 가슴으로 곧장 스며들어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힘이 빠져 넋 놓고 함께 흐느끼게 됩니다. 소통하려면 먼저 공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게 바로 리더십입니다.
좋은 결단을 내리는 리더가 최고입니다. 그 다음이 나쁜 결정을 하는 리더라고 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결심을 하지 못하는 리더입니다. 미국 대통령 트루먼의 집무실에는 "여기서 패가 멈춘다"라고 적힌 명패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제 과감하게 배팅을 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해야 할 모든 것들을 다른 누군가에게 미루더라도 결정 만큼은 아무도 대신 할 수 없는 리더의 몫입니다.
리더십은 처음과 끝입니다. 가운데는 아래 사람을 믿고 맡겨야 합니다. 뜻을 모아서 나아갈 바를 밝히고 그렇게 다들 어디론가 함께 움직이다 끝내 허물이 생긴다면 혼자 다 뒤집어쓰는 겁니다. 비전을 세워서 사람들을 이끌고 끝까지 그 책임을 지는 게 리더의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