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예술가란? 예술계의 3대 왕자병은 누구인가?
예술계의 3대 왕자병이 있다고 합니다. 마에스트로와 발레리노, 그리고 테노르입니다. 지휘자는 늘 오케스트라가 따라오지 못해서 문제지 스스로는 누구보다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발레리나들에 둘러싸여 그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발레리노는 눈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테너는 세상 모든 여인들이 자신의 노래에 넋을 잃을거라 착각하며 우쭐댑니다.
출처 : 베토벤 바이러스
세상에는 잘난 예술가와 잘난 척하는 예술가가 있지만 못난 예술가는 없습니다. 못나 보이는 예술가가 있을 뿐입니다. 잘난 척해서 못나 보이기도 하고 못난 짓을 해서 못나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스스로자랑스러워야 하고 누구에게도 아쉬울 것이 없어야 합니다. 예술가는 모두가 다 잘났습니다.
정말 처세에 능한 예술가는 예술 말고 다른 건 전혀 모르는 척 합니다. 예술이 가장 큰 무기란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예술이 모자라니 다른 방법을 찾는겁니다. 처세의 기본은 언제 어디서나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더러는 불쌍한 척 도와달라는 처세도 있습니다. 최악의 처세는 잘난 척입니다.
아티스트들 가운데 누군가를 두고 그 사람이 어떠냐고 물으면 "참 좋은 사람이지"라는 대답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력이 별로란 얘기입니다. 성격 착하면서 예술가로 뛰어나긴 힘든 것 같습니다. 우선은 예민해서 그렇고 모진 데가 없으면 날마다 반복되는 길고 지루한 연습을 견딜 수가 없을 겁니다.
출처 : PIXABAY
남달리 뛰어난 예술가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집중력입니다. 때문에 같은 시간을 들여도 성취가 큽니다. 뭐든 빠지면 헤어나지 못합니다. 도박이나 사랑에 빠져 목숨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딘가 빠져서 보는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를 겁니다. 제 정신이 아닌 까닭입니다. 그래서 더 잘 보고 느끼는 겁니다.
위대한 예술가가 마지막 작품을 미처 끝내지 못하고 눈을 감으면 마치 있어서는 안되는 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떱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 누구도 주어진 삶의 시간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날마다 뭔가를 잔뜩 벌여놓고는 마무리를 짓지 못합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미완성입니다.
출처 : PIXABAY
위대한 예술가의 삶을 말하라고 하면 늘 '이러저러해서 성공했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업적을 남겼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가 이룩한 놀라운 성취가 후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정작 알고자 하는 삶의 굴곡은 온 데 간 데 없고 예술만 덩그러니 남아 삶을 대신하는 셈이고 예술이 온통 삶의 이유며 목적이었기에 위대한 삶이었노라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정말로 그랬을까요? 그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했을까요? 사람들이 그렇게 알아주길 바랬을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견디기 힘든 슬픔과 참을 수 없는 아픔을 겪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이겨내기 마련이라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압니다.
그래야 하니 그렇다는 말이고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인 것이지요. 그래서 그저 그런 척하려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면서 속으로만 힘겨워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후벼 판 가슴에 쌓여서 짓눌린 쓴 맛, 신 맛, 떫은 맛 나는 삶의 찌꺼기가 썩고 삭고 문드러져 곰삭은 맛이 제대로 들어야 참 예술로 거듭나는 겁니다.
출처 : PIXABAY
젊어서 귀가 먹어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은 만 천여 장이 넘는 필담을 메모로 남겼고 오늘날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 그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히 짐작컨대 그렇듯 세상과의 단절이 있었기에 철저한 고독 속에서 온전한 자유를 얻었을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세상의 소리가 아닌 내면의 소리에 귀 울일 수 있었을 겁니다.
결핍이 곧 충만이요 충족이 곧 결여입니다. 내게 없는 것을 탓하기에 앞서 그 때문에 얻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번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그 소리에 마음을 열고 몸을 일으켜 손을 뻗고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그것이 곧 내가 사는 까닭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