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소설, 시, 노래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를 일컬어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이라 말했습니다. "소설 한 두편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소설가로 먹고 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뭔가 써내는 것을 고통으로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출처 : http://www.pentabreed.com/sub/view/?idx=300
"바닷가에 시체가 밀려오면 파리가 가장 먼저 달려든다. 시인은 파리다." 이성복 시인의 말입니다. 시인 라포르그는 "현실의 삶은 비열한 것이지만 다행히도 그것이 시에서 나타날 때는 카네이션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라 말했습니다.
"청계천 노점에서 막걸리 몇 잔에 얼큰해져
돌아오는 길
꼭 거쳐야 할 경유지인 것처럼 그 불빛을 찾아들어, 글만 쓰면 배가 고파진다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주제에 글을 써야 하느냐고, --, 술주정 같은 푸념을 했을 때
그 서점의 여자는 묵은 책의 먼지를 털 듯 말했었다. 쓰고 싶은 사람에게 글을 쓰게 하세요--. 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 속은 하얗게 비어 왔었고
눈앞이 아득히 흐려졌었다"
김신용의 시 "그 불빛"입니다.
출처 : 씨씨제로포토
시인도 아니고 소설가도 아니지만 알듯 말듯, 아는 듯 모르는 듯, 날이면 날마다 살려고 쓰면서도 죽자고 한숨 짓는 그 누군가의 넋두리인 것만 같습니다.
소설보다 시가 더 절실합니다. 이야기로 길게 풀어쓸 새도 없이 내지르는 외마디 비명입니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어 삼키는 겁니다. 기쁘다 못해 울고 너무 슬퍼 웃는 겁니다. 그러니 밑도 끝도 없는 겁니다. 앞뒤를 가린들 무슨 소용일까요. 견디지 못해 나를 묻어버리는 겁니다.
음악보다, 시보다 노래가 먼저입니다. 음악 없는 노래는 있어도 노래 없는 음악은 없습니다. 시 없이 노래할 수 있지만 노래 아닌 시는 없습니다. 노래는 바람 같이 불고 물처럼 흐릅니다. 느낌이 스치고 마음이 가는 곳에 노래가 있습니다. 머리가 텅 비어서 생각이 사라집니다.
노래는 말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어야 하고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이름이 되어야 합니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을 노래로 외쳐 일깨우고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아 속으로 삼킨 말들을 가락에 실어 흘려보내는 겁니다. 엉킨 삶을 풀어서 꿈을 짜는 겁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kCp2cO_TW0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