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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찬58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하이페츠. 음악은 무엇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어느 여름날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몸담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경상남도 한 농촌의 마을회관으로 내려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예술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예술 하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 공연을 보여주고 들려주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학생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예술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몸소 깨닫게 하려는 뜻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중이라고는 일곱 명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코흘리개 다섯에 할머니 두 분이었습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농번기라 휴일도 없이 모두 일하러 나갔고 일손을 거들지 못해 어린 손주라도 돌보겠다며 집에 남은 할머니 두 분이 마실을 나.. 2017. 3. 20.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나의 아버지, 테너 홍춘선 어려서 살던 집엔 대문 옆에 화장실이 따로 하나 더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홀로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를 뿜으며 짜릿한 일탈을 만끽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화장실 문을 연거푸 노크하더니 다급하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엄마 깼다." 아버지였습니다. 벌써부터 알고 계셨지만 모르는 척 하셨던 겁니다. 그날 이후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입시를 앞둔 고 3 무렵도 마냥 느긋하기만 했습니다. 일요일 점심을 먹고 잠들어서는 해질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잠결에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한참을 지켜보며 서 있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시시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았더니 아버지였습니다. 안방으로 건너오라 하시기에 정말이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겠구나 생각했.. 2017. 2. 6.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러시아 음악의 향수, 소콜로프의 추억(러시아의 클라리네티스트 블라디미르 소콜로프) 지난 세기 러시아의 무대예술은 세 번씩이나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먼저 세기 초 러시아 혁명을 전후로 유럽과 미국으로 건너간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과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에프와 라흐마니노프가 발레와 음악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나 처음으로 세상 밖에 그 모습을 드러낸 철의 장막 안의 예술가들의 기량은 아득하게 높은 수준에 있어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세기말이 다가올 무렵 결국 소비에트는 무너졌고 예술가들의 삶도 맥없이 허물어졌습니다. 살기 위해 그들은 다시 한 번 나라 밖으로 나서야 했지만 전과 달리 이번에는 환난과 고난 속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예술가의 긍지와 예술을 향한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이 땅에 태어난 것도 .. 2016. 9. 19.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첼로의 역사를 새로 쓴 카잘스. 역사에서의 B.C의 의미는? 그럼 테너와 소프라노, 첼로리스트들에게 있어서 B.C의 의미는? 역사에서 기원전을 뜻하는 B.C.는 예수 탄생 이전, 즉 Before Christ를 줄여서 만든 말이지요. 여기에 빗대서 테너들에게 B.C.는 Before Caruso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프라노들에게 있어서 B.C.라면 당연히 Before Callas라고 해야겠지요. 그만큼 엔리코 카루소와 마리아 칼라스는 독보적인 존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역사에서의 B.C는 예수 탄생 이전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음악의 다른 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경우를 찾는다면 어떤 분야의 누구를 언급할 수 있을까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파블로 카잘스를 첫 손가락에 꼽아야 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첼로에서 B.C.는 Before Casals인 셈이지요. 첼로의 역사는 카잘스 이전과 카잘스 이후가 있다고 할 만큼 그의 존재와 업.. 2016. 1. 20.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공연장의 CEO는 무엇을 가져야 하는가? - 벤슨 푸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싱가포르에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과 같은 복합문화공간인 에스플러러네이드(Esplanade)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가서 봐야지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함께 데리고 가서 함께 경험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방학을 이용하는 계절학기 과목으로 “세계 문화현장 탐방”을 열고 에스플로네이드의 CEO 벤슨 푸아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을 보내는 사람은 누구며, 몸담고 있는 학교는 어떻고, 이러저러한 이유와 의도로 학생들을 인솔해서 그쪽을 방문하고 싶은데 제공할 수 있는 정보나 편의가 없는지, 혹시 학생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 등등을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메일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연구실로 돌아왔더.. 2015. 11. 17.
[배드민턴동영상]배드민턴 저항과의 싸움이다.(하이클리어 궤적) 2015.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