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겐츠 오페라 축제] 대자연의 경관과 음악의 감동이 함께 어우러진 색다르고 뜻 깊은 여행을 생각하신다면 베르겐츠 오페라 페스티발을 추천합니다![브레겐츠 오페라 축제] 대자연의 경관과 음악의 감동이 함께 어우러진 색다르고 뜻 깊은 여행을 생각하신다면 베르겐츠 오페라 페스티발을 추천합니다!

Posted at 2013.11.19 10:29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52)
[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브레겐츠 오페라 축제

 


혹시 대자연의 경관과 음악의 감동이 함께 어우러진 색다르고 뜻 깊은 여행을 생각하신다면 베르겐츠 오페라 페스티발을 추천합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유럽 각지에서 수많은 음악 축제들이 열리고 있고 저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지만 베르겐츠 페스티발은 비교적 뒤늦게 시작하여 최근에야 널리 알려진 축제입니다. 그리고 사실 오스트리아의 휴양도시 브레겐츠는 해마다 열리는 오페라 축제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이었을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물론 스위스까지 펼쳐진 드넓은 보덴 제’(See는 독일어로 호수를 뜻한다)를 끼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휴양도시이지만 비슷한 조건의 마을이나 도시들은 너무나 많아 브레겐츠를 특별히 기억할 이유가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그들만의 특별한 무엇인가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런 고민 끝에 세상에서 하나 뿐인 오페라 축제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1946년에 시작된 브레겐츠 페스티발은 호숫가에서 펼쳐지는 최초의 오페라 축제입니다. 이후 비슷한 시도들이 뒤를 이었지만 브레겐츠가 가장 먼저였고 그 후로도 꾸준히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여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규모와 명성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호수에 큰 배를 띄워 갑판 위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축제의 시작이었지만 그것이 보덴 제를 찾는 관광객과 휴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1948년부터는 호수 위에 고정적인 무대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1979년에 이르러 지금과 같은 첨단의 시설을 완성하였고 1980년에는 호숫가에 페스티벌 하우스를 따로 만들어서 해마다 7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오페라 페스티발을 열고 있습니다.






사실 여름마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음악축제라면 이탈리아의 베로나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로마시대에 지어진 원형극장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오페라 축제가 열립니다. 그러나 베르겐츠에서 경험한 토스카는 베로나 야외극장에서 베르디의 아이다를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동이 있었습니다. 베로나에서는 2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드넓은 원형극장의 구석 자리에서도 마치 바로 앞에서 보는 듯 착각할 정도로 소리가 너무나 또렷하게 들려 흠칫 놀랐었습니다. 베로나에서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고대 로마의 위대한 역사와 그것이 이룩한 위대한 업적에 감탄했다면 베르겐츠에서는 인간이 도저히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자연의 섭리와 그것에 맞서도 끝내 어우러지고 마는 인간의 운명에 저절로 빨려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에 하나 뿐인 소리의 향연을 베풀었던 베로나와는 달리 베르겐츠는 세상에 하나 뿐인 장관을 펼쳐보였습니다. 그들이 처음에 의도했던 그대로 세상에 하나 뿐인 가치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성급한 호사가들은 브레겐츠 페스티발을 두고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바이로이트 페스티발과 함께 세계 3대 음악축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유서 깊은 유럽의 다른 축제들에 비해 브레겐츠 페스티발에 대한 이미지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말하자면 기발한 아이디어로 휴양도시 브레겐츠에 관광객들을 끌어들이자는 의도가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오락영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007 시리즈에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콘텐츠보다 마케팅이 앞서는 현대 쇼 비즈니스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 처음으로 브레겐츠를 방문하여 남들보다 일찍 페스티발이 열리는 호숫가 무대를 찾았을 때도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크게 눈길을 끄는 곳이 없었고 호텔에서 소개한 어느 레스토랑에 들러 이른 저녁 식사를 마쳤지만 그다지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다시 호텔로 돌아와 정장으로 갈아입고는 일찌감치 페스티발이 열리는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별 다른 할 일이 없어 일찍 찾은 호반의 공연장에서 기대치 않은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탁 트인 무대를 바라보는 넓은 객석에 홀로 앉아 커다란 무대와 어우러진 호수 너머 풍경을 바라보는 기분은 참으로 묘했습니다. 아무 것도 가릴 것이 없어 밖에서도 볼 수 있는 무대는 이미 공연 전의 호기심과 흥분을 자아내는 대상은 아니었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그것에 있었던 기념비적인 조형물인 것처럼 호수 위에 떠서 유유히 하늘을 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해가 저물면서 관객들도 하나 둘씩 객석을 채우기 시작했고 호수 저편 린다우에서 다가온 배가 천천히 다가와 마침내 기슭에 이르러 한 무리의 사람들을 내려놓자 조금 전까지의 호젓하고 적막한 공기는 흩어지듯 사방으로 날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무는 해가 파란 하늘과 푸른 호수를 점점 더 붉게 물들일 즈음 새하얀 조명이 차례로 들어오면서 검게 드리우는 어둠의 장막을 새하얀 빛이 걷어버리는 순간은 마치 위대했던 한 시대가 가고 다른 시대가 오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환상적이었습니다. 이윽고 펼쳐진 오페라는 이미 수 없이 보았던 푸치니의 토스카가 아니었습니다. 익숙한 스토리와 귀에 익은 음악은 온 데 간 데 없이 그저 인간을 둘러싼 대자연에 바치는 외침이고 몸짓일 뿐이었습니다. 오페라가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을 앞둔 주인공 카바로도시가 연인 토스카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면서 별은 빛나건만을 부를 때 그의 시선은 객석이 아니라 드넓은 창공에서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고 있었고 관객들의 시선 역시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대와 객석은 대자연의 품안에서 하나가 되었고 그렇게 이루어진 일체감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아 가시지 않았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가운데 주인공 카바로도시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을 들으시며 이 시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Puccini - 별은빛나건만(Tosca - Pavarotti)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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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오랫만에. 잊고지내던음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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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베토벤의 생애와 작품-베토벤 16번, 작품번호 135번] 베토벤이 마지막 작품의 마지막 악장에 남긴 고뇌와 번민['음악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베토벤의 생애와 작품-베토벤 16번, 작품번호 135번] 베토벤이 마지막 작품의 마지막 악장에 남긴 고뇌와 번민

Posted at 2013.10.11 10:28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51)
[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음악의 성인으로까지 칭송받는 베토벤의 마지막 작품은 현악 4중주 16, 작품번호 135번입니다. 베토벤은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에서 불멸의 업적을 남겼지만 특히 교향곡과 피아노 소나타, 그리고 현악 4중주에서 그가 쌓은 업적은 그 이후 지금까지 아무도 범접하지 못한 성역입니다. 그런데 인류 역사를 통 털어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일컬어지는 베토벤이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 남은 힘을 다하여 작곡한 최후의 대작인 현악 4중주 16번 마지막 악장에는 뜻 모를 말이 적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호기심만 자극한 채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고통스럽고 힘들게 내린 결심(Der Schwergefasste Entschluss)'이란 말에 이어 꼭 그래야만 하나(Muss es sein)?'라는 물음을 던진 다음에 뜸을 들이다가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라는 답을 적어 넣었습니다.

 

Beethoven, String Quart No.16 Op.135

 

베토벤 현악 4중주 16번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Hagen Quartet

Lukas Hagen, 1st violin

Rainer Schmidt, 2nd violin

Veronika Hagen, viola

Clemens Hagen, cello

2000.01.26

 

Hagen Quartet - Beethoven, String Quartet No.16 in F major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중 마지막 작품일 뿐만 아니라 모든 장르를 통틀어 작곡가의 최후 작품이다(이후 작곡된 곡은 ‘대 푸가’를 대신한 현악 4중주 13번의 마지막 악장뿐이다). 1826년 봄, 이 작품을 이미 구상하고 있었던 베토벤은 1826년 7월에 착수해서 10월에 완성했다. 그가 사망하기 5개월 전이다. 1826년 베토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7월에는 빗나간 조카 카를이 권총으로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9월에는 동생 요한의 권유로 그나이젠도르프로 가서 작곡을 했다. 경치 좋은 곳에서 산책도 하며 지냈지만 갖가지 병은 베토벤의 건강을 좀먹고 있었다. 수종이 생기고 식욕이 감퇴된 베토벤은 우울하게 지낼 때가 많아졌다. 그러다 빈으로 돌아올 때 베토벤은 폐렴에 걸렸다. 이 병이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다. 1827년 3월 26일 세상을 떠난 베토벤의 사인은 간경변이었다.

 

여러 가지 추측들 가운데 심지어 가정부에게 지급할 급여를 놓고 고민한 흔적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매사에 까다롭고 철저했던 베토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에서 이것은 단편적인 하나의 사건이라기보다 그가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던지는 최후의 질문이고, 아울러 마지막으로 얻은 해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평생에 걸쳐 그가 행한 모든 일이 다 끝없는 고뇌의 산물이었다는 것이고 언제나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확실한 증거를 마지막 작품의 마지막 악장에 스스로의 독백으로 남긴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베토벤만큼 많은 스케치를 거치면서 고치고 또 고쳐 쓴 작곡가는 달리 없었습니다. 때문에 그 어떤 작곡가보다 많은 스케치를 남겼고 그것들을 통해 작품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어떤 고민을 하였고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수정하고 다듬었는지를 낱낱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를 통해 고뇌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힘들었는지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왕족이나 귀족들에게 고용되어 일정한 급여를 받으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작품을 원하는 만큼 요구하는 시간에 만들어야 했지만 베토벤은 유별난 성격과 타협을 모르는 고집으로 말미암아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는 스스로가 선택한 최초의 프리랜서 작곡가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대신 작품을 출판하거나 연주회를 열어 돈을 벌어야 했고 개인교습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업료를 받아 생계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베토벤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

 

생계를 위해 피아노를 가르친 학생들 가운데는 귀족들의 자녀가 많았고 특히 젊은 여성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뛰어난 작곡가라고 해도 귀족과 평민이라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고 그것이 내성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베토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그 때문에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이 그랬던 것처럼 여인을 향한 그의 사랑도 매 순간 반드시 그래야만 했던 필연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에게 있어 독신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운명의 장난이었던 셈입니다. 그가 죽고 발견된 유품들 가운데는 누군가를 불멸의 연인이라 부르며 억누를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정열적으로 고백하고 있는 편지 세 통이 발견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그 이후 지금까지 줄곧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두고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 불멸의 연인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로 영화에서는 동생의 부인이 그 주인공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동생이 죽자 그의 아들, 즉 조카인 카를의 양육권에 그토록 집착했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카를이 바로 베토벤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베토벤의 유일한 조카 칼 반 베토벤(Karl van Beethoven)

 

거듭된 사랑의 상처 때문인지 베토벤이 열망했던 이상적인 여인상은 한결같이 구원의 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남긴 유일한 오페라이지만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 애착을 가졌던 피델리오에서 주인공 레오노라는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옥중에 갇힌 남편을 구하고자 남장을 하고 적진으로 숨어드는 여장부입니다. 말하자면 진정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런 사랑을 저버리고 돌아선다는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 사랑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완전하고 변하지 않는 불멸의 존재였던 것입니다.

 

Borodin Quartet - Beethoven, String Quartet No.16 in F major

Ruben Aharonian, 1st violin

Andrei Abramenkov, 2nd violin

Igor Naidin, viola

Valentin Berlinsky, cello

2004.07

 

1악장: 알레그레토

밝고 간결하다. 초기작과 같은 명료함으로 다가온다. 베토벤의 긴장감보다는 음악을 즐기는 모차르트의 모습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단편적인 선율에 의한 흐름이나 악상을 유기적으로 통일시키는 것은 역시 베토벤의 솜씨이다. 베토벤이 창조해 온 현악 4중주의 정수가 함축돼 있다. 첼로가 엄격한 서주를 제시하면 바이올린이 짧게 대답한다. 제1주제는 3개의 악기로 각기 연주되며 새로운 선율은 제1바이올린에 나타난다. 제2주제는 제2, 제1바이올린으로 연주되고 제시부 뒤 발전부로 이어진다. 재현부와 코다를 거쳐 조용히 끝난다.

2악장: 비바체

여기서는 분명한 베토벤의 성격이 드러난다. 뚜렷이 지시하지는 않지만 스케르초에 해당되는 악장이다. 3/4박자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현기증 나는 속도와 예민한 리듬으로 약동하는 듯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중간부는 제1바이올린이 기본적인 모티프를 연주한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음형이 반복된다.

 

3악장: 렌토 아사이 칸탄테 에 트란퀼로

경쟁하듯 질주하던 스케르초 다음에 느긋하고 조용하게 슬픔을 노래한다. 환상적인 변주곡 형식으로 정신적인 깊이와 우아한 종교적 정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마냥 눈물을 자아내는 슬픔이 아니라 어쩐지 동경과 평화로운 정서를 드리우고 있다. 슬픔을 노래하는 거장의 고즈넉한 숨결이 살아 있다.

4악장: 알레그로 그라베

‘괴로워하다가 간신히 굳힌 결심’에 두 가지 동기가 나온다. 비올라와 첼로가 ‘그래야만 하나’하고 물으면 바이올린이 왠지 부드럽게 반응한다. 다시 비올라와 첼로가 질문한다. 몇 번의 질문에 바이올린은 점차 답변을 하기 시작한다. 알레그로로 들어오면 명확하게 ‘그래야만 한다’고 대답하는 피날레가 시작된다. 알레그로는 경쾌하고 밝고 튀는 분위기로 바뀐다.

 

 

 

현악 4중주 16번의 마지막 4악장은 알레그로 그라베, 빠르고 장엄하게입니다. 비올라와 첼로가 그래야만 하는가?’라고 물으면 바이올린이 부드럽지만 망설이는 듯 머뭇거립니다. 다시 비올라와 첼로가 질문을 거듭하자 바이올린의 태도도 점점 분명해지면서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빠르고 경쾌하게 그래야만 한다는 확고한 대답을 던지게 됩니다. 이렇듯 치열했던 베토벤의 삶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 또 한 번의 묘한 여운을 던지며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박수를 쳐라, 희극은 끝났다.’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삶의 무대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한 광대의 고독한 독백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어쩌면 스스로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어 처절한 몸부림을 쳤지만 인간에게 지워진 운명이라는 굴레를 끝내 벗어 던지지 못한 한 인간의 절규로 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죽음의 문턱을 넘으면서까지 포기할 수 없는 자유와 사랑,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열망을 그토록 처연하게 외쳤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너무나도 쉽게 무엇인가를 선택했다가 그보다 더 쉽게 포기하면서 그렇게 지나쳐 버린 인연과 사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잊어버리는 우리 모두에게 베토벤의 삶과 음악은 너무나 무겁고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음악이 있고 그것을 만든 그의 삶이 있었기에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우리의 존재와 자아가 아직도 이 땅을 굳건히 딛고 서서 비바람을 무릅쓰며 먼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6번 마지막 악장 들으시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또 그 해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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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무 잘보고 갑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이 곡을 접하고 찾아봤는데 너무 훌륭한 포스팅에 베토벤의 무거움이 전달되서 가슴이 아프네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2. 김에송
    베토벤의 마지막 작곡이 이 곡인 줄은 몰랐는데..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와 교향곡, 그리고 현악 4중주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듣고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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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클래식 음악 초대장] 베르디와 바그너의 마지막 메시지, 바보들의 행진.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당신을 위한 클래식 음악 초대장] 베르디와 바그너의 마지막 메시지, 바보들의 행진.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Posted at 2013.09.11 08:33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50)
[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오페라 역사를 통털어 가장 위대한 작곡가를 꼽으라면 대부분 베르디와 바그너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그 해가 바로 1813년입니다. 그러니 올해는 다름 아니라 두 작곡가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고 그래서 지구촌 곳곳에서 이 뜻 깊은 해를 기리는 행사와 공연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우리나라 국립오페라단 또한 베르디의 팔스타프를 무대에 올렸고 서울시립오페라단은 베르디의 아이다를 공연하기도 했지요. 5월에는 서울국제음악제에서 바그너의 연작 오페라 반지의 두 번째 작품인 발키레를 선보였는데요 이처럼 바그너의 음악극보다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베르디의 "아이다" 공연 모습

그것은 아무래도 바그너와 비교한다면 베르디의 작품이 좀 더 우리의 삶과 가까운 이야기를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으로 펼쳐놓기 때문이겠지요. 그와 반대로 바그너는 인간의 구원과 세계의 질서와 같은 보다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파고들었고 지나치게 음악, 특히 가수들의 노래에 의존하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대 위의 모든 요소들이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완벽하게 결합하여 일체를 이루는 ‘Musikdrama', 즉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주창하였습니다. 작품세계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그들의 태도 또한 전혀 달라서 베르디가 늘 겸손하고 신중하며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을 살았던 것과는 반대로 바그너는 그의 꿈을 실현하고 뜻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정도로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르디는 말년에 사재를 털어 은퇴하고 오갈 데 없는 음악가들을 위한 양로원을 지었던 반면 바그너는 바이에른의 루드비히 2세를 설득하여 그 자신의 작품만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전용극장 바이로이트축전극장을 세웠습니다.

 

베르디의 "팔스타프" 공연 모습

 

이처럼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이렇듯 상반된 삶과 꿈을 가졌던 두 사람이기에 그들이 남긴 어느 하나도 서로 닮은 꼴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지만 엉뚱하게도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완성한 최후의 걸작들에서 묘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게 됩니다.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은 파르지팔이고 베르디의 경우는 팔스타프입니다. 작품의 이름이 주인공의 이름이라는 것과 그것이 모두 네 음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공통점 말고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 둘의 공통점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전 작품들 보다 차이점만 더 두드러질 뿐입니다.

 

 

 

바그너의 작품만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전용극장 "바이로이트축전극장"

 

바그너는 초지일관 이 혼란스럽고 부조리한 세상을 구원할 존재가 누구인지를 물어왔고 마지막 작품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탄호이저에서는 한 여인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으로부터 구원의 빛을 보았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것이었고 4부작 음악극 반지에서는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의 영웅이 무너져 가는 신들의 세계를 구원하리라 믿었지만 영웅 지그프리트는 결국 의심과 배신으로 말미암아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작품에서 주인공 파르지팔은 마법사 클링조르의 간계에 넘어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성배기사단의 왕 암포르타스를 치유하고 세상을 구원하게 됩니다. 현자가 예언하기를 연민으로 깨달음을 얻은 순수한 바보만이 암포르타스를 살릴 것이라 했으니 파르지팔이 곧 그였던 것입니다.

 

뮤지컬 '아이다' 中 'Elaborate lives' - 차지연 & 김준현

 

바그너와는 달리 베르디는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시도를 하였고 그것은 어처구니없게도 평생 그가 쌓아온 고귀하고 진지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시대에도 뒤떨어진 오페라 부파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평생 처음으로 다른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작품이라고 했고 심지어는 계약서에다 마지막 리허설까지 갔다 하더라도 자신이 결정하면 공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넣기까지 했습니다. 세익스피어의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헨리 4”를 바탕으로 보이토가 쓴 대본에 곡을 붙인 팔스타프는 매력이라고는 어느 한 구석도 없는 속물입니다. 게다가 스스로는 누구보다 잘났다고 착각하며 있는 대로 잘난 척을 떠는 혐오스런 인물이지요. 한 때는 잘 나가는 기사였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배는 나오고 머리는 벗겨진 데다가 돈도 없으면서 날마다 술독에 빠져 누군가를 등칠 생각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윈저의 돈 많은 부인 둘을 유혹해서 돈까지 뜯어낼 궁리를 하지만 결국은 오히려 그들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골탕을 먹고 망신을 당하기에 이릅니다. 그 과정에서 팔스타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가식과 헛된 욕심까지 다 드러나게 되면서 마지막에는 모두가 화해하며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처음에는 세상만사 다 장난이고 남자들은 모두 광대라고 놀리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바보일 따름라고 외칩니다.

 

 

 

 

 

 

 

 

독일 남부 뮌헨시 뮌헨오페라단 앞에서 28일(현지시간) 야외공연이 펼쳐졌다. 배우들이 조명을 비춘 대형 인형과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 두 거인 인형 사이에 나란히 줄에 매달린 출연배우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마치 작은 인형들을 엮어 놓은 듯이 보인다.이날 행사는 유명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와 주세페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열렸다. - 출처 : 일간스포츠 -

 

 

그렇습니다. 바그너는 순수한 바보가 세상을 구한다고 했고 베르디는 아무리 머리를 쓰고 잘난 척을 해도 우리는 누구나가 다 바보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바보인 줄 알면 그것이 바로 깨달음이고 우리 모두가 다 그렇게 깨닫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구원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돌아가신 성철 스님이 당신이 낳은 단 한 점의 혈육이 출가한다 했을 때 불필이라는 법명을 주셨겠지요.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라는 말씀이야말로 바보가 되라는 말씀이 아닐까요. 사람은 젊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하고 결혼해서는 배우자를 고치려고 든다지요. 그러다 자식을 낳으면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이 그마저 못살게 군답니다. 그렇게 지쳐서 삶이 다 꺼져갈 즈음에야 나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 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철들자 죽음인 것이지요. 하루에 한 번은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봐야겠지요. 하루에 한 번은 까닭 없이 웃어야지요. 그래도 한 번은 누군가를 칭찬하고 한 번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볼 참입니다. 왜냐고요? 자꾸 왜냐고 묻지 마세요. 그냥 바보라서 그러려니 생각하세요.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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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오페라 아리아] 음치가 아니라면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세상에서 가장 쉬운 오페라 아리아] 음치가 아니라면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Posted at 2013.05.03 09:14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49)
[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오페라 아리아

 

 

 

도니제티

 

 

 

이제 곧 송년회 모임이 많아지는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돌아가며 노래 한 곡조씩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늘 부르고 듣는 그 노래가 그 노래라 모두들 식상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 오페라 아리아 한 가락을 제대로 뽑을 수 있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그 모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겠지요. 게다가 그 노래가 지루하거나 축 처지는 것이 아니라 밝고 가벼운 데다가 웃음까지 줄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오페라 아리아라면 고도의 성악적 기교를 훈련받아야 하는 데다가 뜻도 모르고 발음도 어려운 외국어 가사까지 읊어야 하는 탓에 아무나 덤벼들 수 없다는 것이 우리가 아는 상식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여러분에게 음치가 아니라면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 한 곡을 소개할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쉽게 부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인 셈이지요. 그 곡은 다름 아닌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주인공 네모리노가 술에 취해 콧노래로 부르는 짧은 선율입니다.

 

 

Donizetti - 남몰래 흐르는 눈물 (사랑의묘약 / Pavarotti)

 

 

농장에서 일하는 주인공 네모리노는 농장주인인 아디나를 사랑하지만 수줍어서 차마 고백하지 못합니다. 아디나도 네모리노가 싫지 않지만 다가서지 못하는 그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마을에 군인들이 주둔하게 되고 그들의 지휘관인 벨코레가 아니다에게 구애를 하자 그때서야 다급해진 네모리노는 아디나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아디나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그 때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가 마을에 들어와 사람들을 모아놓고는 만병통치약이라며 가짜약을 팔자 네모리노는 혹시 상대가 나를 사랑하게 되는 사랑의 묘약은 없는지 약장수에게 묻습니다. 둘카마라는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여서 팔면서 하루가 지나야 약효가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도망갈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지요. 싸꾸려 포도주를 잔뜩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네모리노는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아디나에게 내일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바로 이 때 부르는 콧노래가 바로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할 바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오페라 아리아입니다. 물론 가사도 없이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딱히 아리아라고 우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아니라고 잡아 뗄 이유도 없습니다.

 

 

Gary Karr 오페라 아리아 10 도니제티 남 몰래 흐르는 눈물 사랑의 묘약 제2막

가에타노 도니제티(1797~1848)는, 19세기 전반에 도니젯티는 롯시니, 벨리니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의 3거두의 한사람으로 활약한 작곡가입니다.

그는 50 여생을 통해 67편의 오페라를 썼는데, 그 중 몇 작품은 오늘에 와서 상연되고 있습니다.
1832년에 작곡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도니젯티가 그의 나이 36세 때에 작곡한 것으로 “루치아”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속합니다. 구슬픈 단조 가락과 전조의 묘미 덕분에 전곡 중 가장 인기가 높고, 베스트 아리아로 꼽힌 작품입니다.

내용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생긴 사랑 이야기입니다. 제 2막에서 부자가 된 네모리노가 아디나에게 사랑은 아직 변함이 없다고 말하자 아디나가 눈물을 흘리는데, 이를 본 네모리노가 부르는 사랑의 노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유명하여 많이 애창되고 있습니다.


 

 

 

 

Una furtiva lagrima negli occhi suoi spunto

One lonely tear steals down thy cheek,
Secretly here in the dark.
외로이 그대 빰에 흐르는 눈물,
어둠속에 남몰래 흐르네.

Quelle festose giovani invidiar sembro
Ah! but to me it seems to speak
It has much to tell...
아! 나에게만 무언가 말하는 듯 하네
할말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Che piu` cercando io vo?
Why then do you have to leave?
왜 그때 그대는 떠나지 않았나?

Che piu` cercando io vo?
Why then do I have to grieve?
왜 그때 난 그렇게 슬퍼했던가?

M'ama, si m'ama, lo vedo, lo vedo!
One lonely tear on thy cheek
Seems to say Don’t fly away...
외로이 그대 빰에 흐르는 눈물
떠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네..

Un solo istante il palpiti del suo bel cor sentir
One lonely tear steals down thy cheek
Here as I kiss thee farewell,
외로이 그대 빰에 흐르는 눈물,
여기 나의 작별키스로 그대에게 남았네

i miei sospir confondere per poco a suoi sospir
Ah! but to me it seems to speak
It has much to tell...
아! 나에게만 무언가 말하는 듯 하네
할말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i palpiti, i palpiti sentir
O stay, my love, O stay my love, O stay!
아! 가지마오 내 사랑 가지마오 내사랑, 가지마오!

confondere i miei co' suoi sospir
Don’t fly away, O love, don’t fly away!
떠나가지마오, 그대 떠나가지 마오!

Cielo, si puo` morir di piu` non chiedo non chiedo
Give love a chance to survive,
O I beg thee to try to keep love alive! Ah!
사랑을 주오 살아남을 기회를,
아 나 그대에게 사랑이 꺼지지 않게 해주기를 비오! 아!

Cielo, si puo`si puo` morir di piu non chiedo
non chiedo
One lonely tear I can clearly see
외로운 눈물 한방울 난 또렷하게 볼수 있소

si puo` morir ... Ah si, morir... d'amor
Seems to reveal thy love for me!
나를 향한 그대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을 말이오!

 

 

갑자기 주둔지를 옮기라는 명령을 받은 벨코레가 황급히 청혼을 하자 아디나는 우쭐대는 네모리노를 골려주려는 생각으로 승낙을 합니다.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다급해진 네모리노는 아디나에게 결혼날짜를 하루만 늦춰달라고 애원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마을에선 아디나와 벨코레의 결혼을 축하하는 잔치가 벌어지고 둘카마라에게 달려간 네모리노는 당장 약효가 듣는 약을 달라고 하지만 이미 가진 돈을 약 사는 데 다 써버린 처지입니다. 이런 상황을 눈치 챈 벨코레는 귀찮은 연적을 치워버릴 생각으로 네모리에게 입대하면 당장 돈을 주겠다며 계약서를 내밀지요 달리 방법이 없는 네모리노는 입대 지원서를 쓰고 받은 돈으로 당장 약효가 듣는다는 가짜 약을 사서 단숨에 들이킵니다. 그 때 동네 처녀 자네타는 네모리노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동네 처녀들에게 그 말을 퍼트립니다. 갑자기 동네 처녀들이 네모리노에게 달려들어 아양을 떨자 이 사실을 모르는 네모리노는 드디어 약효가 나타나는 줄 알고 무척이나 기뻐합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며 수상하게 생각하던 아디나는 약장수 둘카마라를 졸라 그 동안의 사정을 듣고는 네모리노의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에 마음이 움직여 눈물을 흘립니다. 그 모습을 보고 부르는 네모리노의 그 유명한 아리가 바로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지요. "이제 아디나도 날 사랑하는 게 분명해. 저 눈물을 보면 알아. 아디나의 뛰는 가슴을 한 순간이라도 느껴볼 수만 있다면, 내 한숨을 그 숨결에 섞을 수만 있다면. 그때는 죽어도 좋아. 더는 바랄게 없어.” 벨코레에게 돈을 주고 입대 지원서를 되찾아 온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그 계약서를 돌려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는 마을 사람 모두의 감사와 환호 속에 유유히 길을 떠납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마침내 사랑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의 벅찬 감격을 담은 노래지만 바로 전까지의 들뜨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바순의 낮게 가라앉은 선율이 서글프게 울리면서 엉뚱한 분위기로 이끌어 갑니다. 그래서 이 오페라의 대본을 쓴 펠리체 로마니는 이 장면에 이 아리아가 들어가면 극의 흥이 갑자기 깨진다며 도니체티를 말렸지만 작곡가는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로마니의 우려대로 1832년 밀라노 카노비아나 극장에서 이 오페라가 초연되었을 때 관객들은 이 아리아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생뚱맞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공연이 거듭될수록 관객들은 오페라와는 상관없이 점점 이 아리아의 아름다운 선율과 구슬픈 흐느낌에 마음을 빼앗겼고 마침내 사랑의 묘약을 대표하는 주제가일 뿐만 아니라 테너 아리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시간의 주제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네모리노의 콧노래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 콧노래야말로 오페라 역사상 누구보다 멍청하고 어리석은 주인공에게 그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주제가일 것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이야기 속에는 이렇듯 늘 남에게 속고 빼앗기면서도 아픈 줄도 모르고 좋아라 웃는 바보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현실에선 언제나 똑똑하고 영악한 인간들이 득세할지라도 예술이 꿈꾸는 세상에서만큼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그렇게 다친 마음을 위로받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입니다. 엉터리 약장수에게 속아서 산 가짜 약을 진짜라고 굳게 믿고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부르는 콧노래를 우리 모두 함께 따라 부르며 바보로 사는 아름다운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렸으면 합니다.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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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와인처럼 깊고 그윽한 향을 지닌 첼리스트 양성원] 와인보다는 음악이 중요하지만 음악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가족이다.[빈티지 와인처럼 깊고 그윽한 향을 지닌 첼리스트 양성원] 와인보다는 음악이 중요하지만 음악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가족이다.

Posted at 2013.04.17 11:44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48)
[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빈티지 와인처럼 깊고 그윽한 향을 지닌 첼리스트 양성원?

부부동반으로 만나기에 부담스러운 첼리스트 양성원?

 

 

도전과 열정의 첼리스트 양성원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연주자들, 특히 여성 연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첼리스트만큼은 예외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연배 순으로 다섯 손가락만 펴서 꼽아 본다면 정명화와 장한나 사이에 조영창과 양성식, 송영훈이 차례로 들어갈 수 있으니 남성이 여성보다 많고 또 그들의 나이 또한 각각 50대와 40, 30대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이지만 활동의 빈도만을 따진다면 양성원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만큼 꾸준하고 부지런하다는 것이지요. 연세대학교 교수이면서 현재 영국의 왕립음악원 객원교수로 나가 있는 첼리스트 양성원은 해마다 음반을 내는가 하면 국내외를 오가며 누구보다 왕성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첼로의 대표주자입니다. 우리나라 바이올린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양해협 선생의 아들이면서 현재 대구 가톨릭 대학 교수로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의 동생이기도 한 그는 어려서 프랑스에서 자라 그곳에서 공부했고 커서는 미국으로 건너 가 거장 야노스 슈타커에게 사사했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을 하던 중 때 마침 문을 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국내에 들어와 지금껏 그 누구보다 많은 활동과 업적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첼리스트 양성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첼리스트 양성원의 바흐 무반주 모음곡 동영상

 

첼리스트 양성원과 밥 먹는 일은 늘 즐겁습니다. 전화를 걸어서 상대편의 의견을 묻기는 하지만 결국은 그가 즐겨 찾는 식당으로 가서 그가 좋아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거기에 딱 맞는 와인을 마시게 됩니다. 그러니 내가 먼저 무엇을 먹고 마실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워낙 음식과 와인에 일가견이 있어 그의 선택은 언제나 감동입니다. 식사를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대화도 너무나 편안합니다. 심각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 따름입니다. 그러다 음악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고 간혹 이야기가 길어지면 서로 다른 입장이 드러날 때도 있지만 아무도 그걸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그의 말을 할 뿐이고 나는 그저 나의 말을 할 뿐이지 그것이 두 사람의 식사에 끼어들어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양성원과 함께 하는 연주회도 언제나 이런 식입니다. 기획하고 해설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내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가 원하는 곡들로 연주회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까지 다 한 번도 청중들의 기대와 호응을 저버린 적인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먼저 그의 의견을 물어 그가 하자는 대로 다 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어느 특급호텔 개관을 축하하는 파티의 축하연주를 부탁받고 그에게 물었더니 느닷없이 베토벤의 소나타 전 악장을 다 연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말리려다가 이번에도 그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개관 축하연이 있던 날 해설자로 나서서는 하객들에게 이런 들뜬 분위기에서 이렇게 긴 곡을 들려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다는 말과 연주자의 고집을 꺾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렇게 다들 한바탕 웃었지만 오직 양성원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지한 자세로 열과 성을 다한 연주를 들려주었고 긴 시간 어쩔 수 없이 서서 들어야 했던 수많은 청중들은 예기치 않은 감동에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고지식한 양성원에게 식도락이 삶의 단 하나 뿐인 일탈이라면 일상에서 나머지 거의 모든 시간은 음악과 함께 하는 나날들입니다. 언젠가 그와 함께 하는 여름 캠프에서 하루의 일과가 모두 끝나고 참여한 다른 음악인들과 숙소에서 조촐한 술자리가 벌어졌을 때 그만 홀로 커다란 악기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첼로를 품에 안은 채 오른손에는 술 잔을 들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왼 손의 손가락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첼로의 지판 위를 재빠르게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이런 자리에서까지 그러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술자리가 끝날 때가지 악기를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Dvorak - Songs My Mother Taught Me

어느 연주회가 끝날 무렵 청중들 앞에서 그에게 느닷없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와인과 음식, 첼로와 음악, 그리고 가족들, 당신 삶에서 이 세 가지 말고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음식보다는 음악이 중요하지만 음악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가족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연주회가 있어 양성원을 부르려면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숙소를 따로 마련해야 합니다. 다른 연주자들은 연주를 앞두면 일부러 가족과 떨어져 혼자 따로 지내기도 하는데 그는 오히려 어떤 경우에도 가족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쪽입니다. 심지어는 중요한 연주회에서 무대에 나서기까지 불과 5분이 남은 긴장된 순간에도 대기실에서 연주복을 입은 채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본 적도 있지요. 부인을 바로 보는 애틋한 눈길도 결혼식장에서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 - Cello Suite No.3 In C Major, BMV1009

 

그런 까닭에 양성원은 절대로 부부동반해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첼리스트인 데다가 건장한 체격에 잘 생기기까지 했는데 부인과 자녀들을 자상하게 챙기는 모습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게다가 프랑스와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우리말보다 영어를 더 잘하고 영어보다 프랑스어가 더 편할 정도니 혹시 정통 프랑스 식당에라도 가게 되서 유창한 프랑스어로 능숙하게 와인과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이라도 본다면 여자라면 누구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그나마 너무나 다행인 것은 이렇게 사방팔방으로 잘난 남자가 도대체 꽉 막히고 고지식해서 가족과 음악, 그리고 음식과 와인 말고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흐뭇한 것은 음악에 관한 한 그의 연주는 만날 때마다 들을 때마다 넓이가 더하고 깊이가 더해 점점 더 맛과 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나이에 반짝하고 세상을 놀라게 했다가 제 풀에 꺾이고 마는 연주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세태에 지금보다는 내년을, 그리고 십년 후 이십 년 후를 틀림없이 기대할 수 있는 성실하고 미련한 연주자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에 오늘도 싱겁지만 흐뭇한 미소가 얼굴에 번집니다.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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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연주자군요. 흥미있게 읽고 갑니다. 와인과 첼로, 참 잘 어울리네요 -
  2. 김에송
    와~ 멋있네요!

    저도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음식에 대해 아는것, 요리하는것, 먹는것 모두 좋아하는데

    저와 비슷한것 같아요 ㅎㅎ

    그렇지만 프랑스어와 영어를 잘 하는건 진짜 멋있네요..ㅠㅠ
  3. 김에송
    와~ 멋있네요!

    저도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음식에 대해 아는것, 요리하는것, 먹는것 모두 좋아하는데

    저와 비슷한것 같아요 ㅎㅎ

    그렇지만 프랑스어와 영어를 잘 하는건 진짜 멋있네요..ㅠㅠ
  4. 1968 년 대학 초년 과에서 사귄 친구 따라 무교동 르네상스에 들어가는 순간 감전이라도 된 듯 끌려버린 고전 음악....방과후 지속된 르네상스 감상...연주회,눈 뜨면 KBS FM 고전 음악 채널...아마 양성원 씨는 내가 음악회 까지 가는 열성이 뜸해지기 시작한 20 여 년 전 부터 국내에서 아주 가끔 연주회에 나오신 듯...아! 삼천포로 빠졌네...위 글 쓰신 분! 아직 젊어 겉 멋,허영심에서 못 벗어난 듯! 마지막 부분에서 빈 깡통 울리는 소리가 들리네...흙(먼지)에서 나서 흙(먼지)으로 돌아가는 허영의 시장에서 허허롭게 남은 여생을 보다 솔직하게 살다 가고픈 내겐 쪼매 부담스러운 귀절들이...어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본 '시간의 종말'에서 보고 들은 양성원 님에 대한 인상에 흠집이 날까 두렵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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