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리더십이란?[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리더십이란?

Posted at 2018.01.23 13:38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뜻을 세워 무리를 일으켜야 합니다. 사람으로 무리를 이끌면 뜻이 무뎌집니다. 무리가 흩어져도 뜻은 지켜야 합니다. 내 무리로 다른 무리를 밀어내지 말고 좋은 뜻으로 나쁜 뜻에 맞서야 합니다. 뜻을 잃으면 사람도 떠납니다. 뜻으로 사람을 얻고 사람으로 뜻을 이루어야 합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익을 내세워 이끄는 것이며 가르쳐 깨우치는 것이 그 다음이라면 백성을 가지런히 바로잡는 것이 그 다음이다. 가장 못난 정치는 재물을 놓고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다" 사마천의 말입니다.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booknews/16242504362

노자가 이르기를 백성이 군주가 있음을 알고는 있으나 따로 마음에 둘 일이 없는 것이 최고의 리더쉽이라 했고 그 다음이 우러러 보며 높이 받드는 것이며 그보다 못한 것이 삼가 두려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마저도 아니면 함부로 비난하고 모욕하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서로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했으니 이쯤 되면 아무런 기대는 물론이고 원망조차 없을 터입니다.

 

리더가 되면 무엇보다 먼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안되는 일을 되도록 만드는 게 리더의 능력입니다. 무작정 밀어붙여서가 아니라 설득해서 타협하고 때론 양보도 해야 합니다. 힘 있는 자가 힘을 쓰지 않아야 진짜 힘이 생깁니다.

 

이강숙 총장은 늘 "살인적인 인내"를 강조하셨습니다. 가끔은 농담삼아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독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이고 비전을 공유하여 하나로 나가려면 참고 설득하기를 거듭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리더십의 첫째 덕목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리더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무엇보다 먼저 구성원 각각의 이익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비전을 앞세워야 합니다. 모두의 이익이 나의 이익과 다르지 않을 때 모두들 있는 힘을 다하기 마련입니다.

 

회사, 혹은 단체를 뜻하는 Company는 함께라는 뜻의 com과 빵을 일컫는 pan을 붙여 만든 말입니다 . 함께 빵을 먹는 곳이 회사며 내가 속한 공동체란 뜻입니다. 한마디로 같이 잘먹고 잘살자는 것입니다. 구성원의 이익이 조직의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iddink_and_Borodyuk_Euro_2008.jpg


히딩크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입니다. 몇 일을 관찰만 하다 선수들을 모아놓고 처음 주문한 말은 밥먹을 때 다들 한자리에 모여 천천히 먹자는 것이었습니다. 출신학교와 선후배를 따지는 풍토부터 바꾸려 했던 겁니다. 소통과 화합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히딩크식 리더십입니다.

 

미식축구는 희생의 경기입니다. 공격팀은 모두가 몸을 던져 공을 가진 한 선수를 보호합니다. 리더의 역할을 하는 쿼터백은 중계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공격이 시작되고 공을 넘겨받는 즉시 선수중 누구에겐가 그 공을 넘겨줘야합니다. 리더의 역할은 조정자이고 중계자입니다.

조정경기는 배에 탄 모두가 똑 같은 속도로 노를 젓지 않으면 앞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운데 가장 처지는 사람에게 나머지가 다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의 명문 대학들이 조정경기를 장려하는 까닭이 바로 그것입니다. 나 혼자 잘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리더십의 산교육입니다.

 

지휘자 로린 마젤은 오케스트라의 능력과 주어진 여건을 정확하게 판단하면 단원들에겐 그안에서 가능한 만큼만 요구를 합니다. 과정에서도 늘 유머와 칭찬을 잊지 않습니다. 당연히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테니 지켜보는 청중까지 모두 만족하게 되는 겁니다. 현명한 리더십입니다.

 

은퇴한 여성 리더중의 한 분이 담배 태우시는 사연이 흥미롭습니다. 성격이 불같아서 담배갑에서 담배 꺼내고 라이터 찾아서 불붙이는 동안 화를 가라앉힌다고 합니다. 그렇잖으면 부하 직원 면전에서 무슨 험한 말을 터뜨릴 지 본인도 감당할 수 없답니다. 당연히 독신입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 많이 가진 사람들은 그로 말미암아 누리는 다른 사람들의 호감과 호의가 마치 그 자신의 인간적, 혹은 성적 매력에서 비롯된 것인 양 착각하기 쉽습니다. 높이 올라가 많이 가지고 나면 그 안에 스스로가 매몰되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잃어버립니다.

 

일사불란한 꿀벌들 중에도 5%는 따로 논다고 합니다. 이런 벌을 정찰벌이라 하지만 사실은 날라리 벌이라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입맛도 까다로워 혼자 멀리 날아가 별난 꽃을 찾는답니다. 가까운 꽃무리에서 더 이상 꿀을 찾지 못해 모두 굶주리고 있을 때 날라리 벌이 찾아낸 다른 꽃들이 나머지 벌들을 살린답니다.

 

출처 : https://pixabay.com/ko/


사람을 뽑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만두게 하는 것보다 힘들지는 않습니다. 내보내야 할 때는 싫더라도 얼굴을 마주보고 말해야 합니다. 잘못이 있으니 그만두라는 말보단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 안타깝다는 말이 더 낫습니다. 밥 한 끼가 어려우면 차 한 잔이라도 나누며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야 합니다.

 

리더는 지켜보며 힘을 실어주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이 잘 움직여 일이 제대로 꾸려지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서 잘잘못을 찾아주고 더 나은 쪽으로 이끌어 주는 겁니다. 잘못을 고치도록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이 나서 열심히 하도록 길을 터서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폴란드엔 "흐느끼는 사람을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쇼팽의 음악이 그렇습니다. 통곡이 아니라 흐느낌입니다. 설명과 설득이 아닙니다. 가슴으로 곧장 스며들어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힘이 빠져 넋 놓고 함께 흐느끼게 됩니다. 소통하려면 먼저 공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게 바로 리더십입니다.

 

좋은 결단을 내리는 리더가 최고입니다. 그 다음이 나쁜 결정을 하는 리더라고 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결심을 하지 못하는 리더입니다. 미국 대통령 트루먼의 집무실에는 "여기서 패가 멈춘다"라고 적힌 명패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제 과감하게 배팅을 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해야 할 모든 것들을 다른 누군가에게 미루더라도 결정 만큼은 아무도 대신 할 수 없는 리더의 몫입니다.

 

리더십은 처음과 끝입니다. 가운데는 아래 사람을 믿고 맡겨야 합니다. 뜻을 모아서 나아갈 바를 밝히고 그렇게 다들 어디론가 함께 움직이다 끝내 허물이 생긴다면 혼자 다 뒤집어쓰는 겁니다. 비전을 세워서 사람들을 이끌고 끝까지 그 책임을 지는 게 리더의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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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작은 것 부터 실천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리더쉽[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작은 것 부터 실천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리더쉽

Posted at 2017.08.02 08:02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예술의 전당 공연예술감독으로 있을 때 오페라 마술피리의 출연자 모두를 오디션으로 뽑자고 했습니다. 먼저 공연기획팀 직원들의 추천과 회의를 거쳐 지휘자와 연출자를 선정하고 그 두 사람과 함께 오디션 심사에 들어갔지만 감독인 저는 그저 지켜볼 뿐 연출자와 지휘자의 생각이 다를 때가 아니면 절대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견해가 엇갈리는 경우가 없었고 감독이 개입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최선이라 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은 듯 새삼스럽게 떠올리는 것은 그때도 다들 말하길 전에는 없던 일이라 했고 지금껏 지켜보니 이후로도 없는 일인 듯 싶어서입니다. 이렇게 쉬운 일을 자꾸만 어렵게 만듭니다. 맡겨두면 될 일을 나서서 그르칩니다.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출처 : http://www.loveandong.kr/guide/cul_02/play_view.php?lcode=4&idx=4532


학교 산학협력단 단장으로 있을 때 직원을 새로 뽑을 일이 있었습니다. 면접심사를 준비하면서 면접 받는 분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각자의 심사시간을 따로 정해 알리라고 했고 봉투에 소정의 교통비를 챙겨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심사가 끝나면 곧바로 통보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모든 절차가 끝나고 얼마지 않아 면접심사에 지원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한 응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혹시나 절차나 결과에 대한 유감이나 항의인가 싶어 순간 긴장했으나 뜻밖에도 감사의 인사를 받고 의아했습니다. 그는 비록 떨어졌지만 여러모로 존중하고 배려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지금껏 수많은 채용공고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교통비를 챙겨주는 곳은 여기 말고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서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외롭고 답답하고 두렵기만 했습니다.

 

출처 : 아이클릭아트

 

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의 예술감독으로 있을 때 사무국 직원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축제를 찾는 관객들도 중요하고 의정부 시민들도 중요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함께 일하는 우리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기에 무엇보다 먼저 우리 모두가 신나서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 모두가 서로를 아끼고 도우며 열심히 일할 것이니 축제가 잘못될 까닭이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울러 직원들에게 말하길 그래도 혹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책임질 일이 생긴다면 그건 전적으로 감독이 감당할 일이고 그래서 감독을 두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감독을 그만둔 지금도 축제보다는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근황이 더 궁금하고 그들이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독이고 팀원이기 전에 이렇듯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사람 사는 세상의 마땅한 도리이기 때문이고 그걸 앞장 서서 지키고자 하는 것이 또한 책임지고 이끄는 자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출처 : 아이클릭아트 

 

몸 담고 있는 학교의 예술경영전공을 전담하는 조교를 처음 뽑았을 때입니다. 그 조교를 불러 미리 당부했습니다. 더 좋은 자리가 있거나 혹시 사정이 있어 그만두게 되면 후임자는 반드시 전임자가 구해야 할 것이며 인수인계 또한 두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니 주임교수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인수인계를 할 때 후임자에게 또한 나중에 사임하게 되면 전임자가 했던 그대로 따라 해야 함을 주지시켜 이를 원칙으로 삼아 전통으로 이어가자고 했습니다. 그 이후 몇 번이나 조교가 바뀌는 동안 한번도 그 일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 일을 가장 잘 한다 싶은 적임자가 그 자리에 있었고 덕분에 학과 운영이 너무나 순조로웠습니다. 무슨 일이든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고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일에 관해 확고한 권한을 주고 그에 따른 책임을 주지시켜 스스로 알아서 해나가게 한다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출처 : 아이클릭아트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가져오게 하고 일감을 나눠주거나 지시를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대한 동경을 키워줘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배가 만들어지냐고요? 까짓 것 늦어지면 어떻고 못 만들면 또 대수인가요! 그렇게 서로 마음이 맞아 함께 꿈을 키우고 모두가 있는 힘을 다한다면 그게 기쁨이고 보람이지요! 쯧쯧...철이 없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요? 그런 물정이라면 모르고 살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엔 한 때 그런 줄만 알고 그리 살기도 했지만 이제사 그게 아닌 줄 알았습니다. 진작에 알았을 걸 그랬냐고요?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렇게 죽는 날까지 철들지 않고 살렵니다. 생텍쥐베리는 "어린 왕자"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은 눈에 잘 안보인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말도 하죠. 늘 가까이 있는 사람이 제일 소중한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니 그 마음도 얻지 못하는 겁니다. 마음을 줘야 얻습니다.

 

출처 : 아이클릭아트  

 

다그쳐서 되는 일보다 부추겨서 되는 일이 더 많습니다. 스스로도 아는 잘못은 나무랄 일이 아니죠. 때로는 모르는 척 덮어주고 찾아서 고치도록 기다리는 게 낫습니다. 재촉하면 조바심이 나고 질책하면 의욕마저 잃어 하던 일도 그르치기 마련입니다. 나무라기보다 추켜세우고 말을 앞세우기 전에 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지 마음먹어도 잘 안되는 것은 참지를 못하고 믿지를 못해서입니다. 믿을 만하니 믿고 참을 만해서 참는 게 아니라 믿을 밖에 다른 도리가 없고 참는 것 보다 더 나은 수가 없어서입니다. 참아주니 고맙고 믿어주니 더 힘을 내는 겁니다. 그랬는데 그렇지 않다면 그럴 때까지 또 그래야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마땅히 언제나 어디서나 그래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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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지휘자의 리더쉽 / 카라얀과 번스타인의 리더십을 보면서...[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지휘자의 리더쉽 / 카라얀과 번스타인의 리더십을 보면서...

Posted at 2012.04.03 07:30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8)
지휘자의 리더쉽

 

 

 


얼마 전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은인이었다는 사실이 백건우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지금은 지휘콩쿠르로 바뀐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 콩쿠르에 참가한 열다섯 살 소년 백건우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혼자 연습하는 모습을 발코니 석에서 지켜보던 번스타인이 주최 측에 그를 도우라고 말해 줄리어드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작 당사자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25년이나 지난 어느 날 백건우가 우연히 당시 콩쿠르의 조직위원장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하지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번스타인은 20세기 후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베를린 필의 카라얀과 지휘계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매스컴을 적절히 활용하는 등 실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두드러진 능력을 발휘했지만 그 스타일과 이미지는 상반된 것이 많았지요. 카라얀이 평생 사적으로 단원들과 식사자리 한번 가지지 않았던 독선적인 카리스마였다면 번스타인은 부드러운 이미지와 설득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습니다. 카라얀이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 요청이 있자 이를 거절하는 모험을 통해 종신 총감독의 지위를 얻어낸 승부사였다면 번스타인은 언제나 타협과 배려를 통해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려 한 코디네이터였습니다.

 

베를린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카라얀

 

종신을 고집하다 단원들과의 불화로 끝내 사임에 이르렀던 카라얀과는 달리 번스타인은 적절한 시기에 주빈 메타에게 뉴욕 필을 물려주고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세계 유수의 여러 오케스트라를 돌아다니며 지휘했는데 특별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요. 빈 필과의 한 연주회가 끝나고 열광적인 박수와 앙코르 요청이 있자 무대로 걸어 나온 그는 갑자기 악장을 일으켜 악단을 이끌게 하곤 자신은 무대 옆에 조용히 섰습니다. 시트라우스의 왈츠가 흘러나오자 조금 전까지 어리둥절했던 청중들은 그제서야 번스타인의 의도를 알고 전보다 더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로 대답했습니다. 왈츠는 빈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잘 연주하는 음악이니 빈 필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지요. 번스타인의 성격이 그렇기도 하지만 다분히 보여주기 위한 제스추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팔방미인 번스타인도 뉴욕 필의 단원들과는 별로였답니다. 말이 많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언어학을 전공하고 책까지 냈으니 짐작이 가는 일이지요. 연습시간이 끝나고도 잔소리가 이어지면 고참들은 악기를 챙겨 지위자 앞을 지나쳤다는군요. 이처럼 제 잘난 맛에 사는 예술가들을 어떻게든 이끌어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지휘자야 말로 리더중의 리더가 아닌가 싶습니다.

 

카라얀이 사임한 이후 베를린 필은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독일의 자랑인 만큼 다들 독일인 지휘자인 클라이버를 예상했지만 성격 좋고 배경 좋은 이탈리아의 아바도를 선택했습니다. 카라얀에게 물린 단원들이 클라이버의 고지식한 완벽주의를 감당하기 싫었겠지요. 가능한 한 적은 시간을 연습하고 많은 자유시간을 누리고 싶었을 겁니다. 완벽이 아니면 타협을 하지 않는 클라이버에게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을겁니다. 음악 명문가 출신의 아바도에게는 후원하는 세력도 많아서 교향악단 운영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겠지요. 그래서 일부에서는 아바도가 이탈리아 마피아의 지원을 받아 베를린 필에 입성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습니다.

 

 

황제 카라얀의 후임. 클라우디오 아바도.

 

카라얀과 번스타인이 떠난 이후 지휘계에도 신유목시대가 왔습니다. 상임지휘자로 한 오케스트라를 도맡에 오래가기 보다 여러 오케스트라를 떠도는 지휘자가 많아졌죠. 잘하는 몇 개의 레퍼토리만 있으면 한참을 견딜 수 있고 단원들도 간섭을 덜 받으며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어 서로들 좋아합니다. 문제는 오케스트라의 개성이 희미해져 간다는 것입니다. 과거 유진 오먼디가 오랫동안 아끌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그들만의 소리가 있어 필라델피아 사운드, 혹은 유진 오먼디 사운드라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점점 이런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지요.

 

 

 "오먼디 = 필라델피아 사운드" 라는 공식을 만든 헝가리 태생의 미국의 지휘자 유진 오먼디

 

신유목시대의 대표적인 지휘자 유형이라면 로린 마젤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가 지휘해야 할 오케스트라의 능력과 주어진 시간과 기타 여건들을 정확하게 판단하면 단원들에겐 그 안에서 가능한 만큼의 최선만을 요구합니다. 첫 만남과 연습, 마지막 리허설까지의 과정에서도 늘 유머와 칭찬을 잊지 않죠. 자신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자신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 따르는 부지휘자를 보내 연습을 시키기도 합니다. 당연히 단원들이 가장 좋아하고 신이 나서 하게 되니까 좋은 결과가 있고 또 그런 모습을 보는 청중들도 즐거워하게 됩니다. 현실적이면서 얄미울 정도로 영리한 리더쉽이죠.

 

 

즐거움을 추구했던 영리한 지휘자. 로린 마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휘자 두 분의 클래스를 비교하면 리더쉽의 상반된 두 가지 유형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한 분은 먼저 지휘봉을 고르고 손으로 쥐는 법부터 가르치고 다른 한 분은 전혀 설명이나 준비없이 대뜸 오케스트라를 앞에 놓고 악보대로 소리 나게 해보라고 시킵니다. 쉽게 생각하거나 혹은 너무 긴장해서 실패하는 게 당연하죠. 그렇게 기부터 죽여 긴장시키는 겁니다. 수업에서까지 발휘되는 지휘자의 리더쉽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리더쉽을 살펴보았지만 여러분에게도 생소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유형의 리더쉽을 발휘하고 계신지요? 그리고 그것이 과연 여러분의 조직에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같습니다.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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