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114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구레츠키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현대음악은 말 그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에 만들어진 음악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대게는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모색하여 시도하고 있는 새롭고 실험적인 음악들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등장해서 유명해진 존 케이지의 “4분 33초”란 곡은 아시다시피 4분 33초간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는 곡입니다. 악기에서 나는 소리만이 음악이 아니라 청중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는 물론 침묵의 순간 흐르는 시간 그 자체도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곡에서는 악기를 부수거나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 음악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너무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것을 현대음악이라고 생각하는 탓에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조차 현대음악에는 별로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도.. 2017. 3. 23.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지휘자는 무엇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이탈리아의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아키야마 고지 감독 2014년 일본 프로야구의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한 재팬 시리즈의 패권은 퍼시픽 리그의 소프트뱅크 호크스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재팬 시리즈를 석권하자마자 우승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아키야마 고지 감독의 사임 소식이 들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그 까닭이 투병중인 아내의 병간호 때문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 잔잔한 감동이 멀리 퍼져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선수들이 전하는 바로는 일본시리즈를 앞둔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도 조금도 힘들거나 흔들리는 내색 없이 “승패의 책임은 내가 질테니 여러분은 스스로 어필하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는 말로 선수들을 감싸고 격려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으니 문득 40년 전에 있었던 비슷한 일이 떠오르면서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의 남다른 마.. 2017. 3. 21.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하이페츠. 음악은 무엇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어느 여름날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몸담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경상남도 한 농촌의 마을회관으로 내려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예술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예술 하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 공연을 보여주고 들려주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학생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예술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몸소 깨닫게 하려는 뜻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중이라고는 일곱 명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코흘리개 다섯에 할머니 두 분이었습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농번기라 휴일도 없이 모두 일하러 나갔고 일손을 거들지 못해 어린 손주라도 돌보겠다며 집에 남은 할머니 두 분이 마실을 나.. 2017. 3. 20.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나의 아버지, 테너 홍춘선 어려서 살던 집엔 대문 옆에 화장실이 따로 하나 더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홀로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를 뿜으며 짜릿한 일탈을 만끽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화장실 문을 연거푸 노크하더니 다급하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엄마 깼다." 아버지였습니다. 벌써부터 알고 계셨지만 모르는 척 하셨던 겁니다. 그날 이후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입시를 앞둔 고 3 무렵도 마냥 느긋하기만 했습니다. 일요일 점심을 먹고 잠들어서는 해질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잠결에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한참을 지켜보며 서 있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시시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았더니 아버지였습니다. 안방으로 건너오라 하시기에 정말이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겠구나 생각했.. 2017. 2. 6.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21세기 오페라의 흐름을 바꾼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지난 3월 12일, 우리나라 오페라 애호가들 그토록 기다렸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내한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마리아 칼라스 이후 안나 네트렙코만큼 주목받았던 소프라노가 있었나 싶습니다. 노래와 연기, 외모까지 모두 다 가졌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고 타고난 끼와 재능에다 재치와 순발력까지 갖추고도 그 의욕과 열정은 식을 줄을 모릅니다. 미모라면 일찍이 그 이름이 같은 안나 모포가 있었지만 노래와 연기, 무엇보다 성량이 전혀 비교할 바가 아니었고, 노래는 물론 연기만으로도 감동을 준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는 평생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출산을 하고 다시 나타난 지금은 불어난 몸매가 아쉽기도 하고 소리의 탄력도 예전만은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안나 네트렙코는 이 시대를 대표하.. 2016. 12. 21.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메디치 가문에서 시작된 오페라와 발레의 역사.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함께한 오페라. 메디치 가문이라면 지금도 재력가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막대한 부를 축적했을 뿐만 아니라 대대로 피렌체를 지배하면서 예술가들, 특히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와 같은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미술가들을 후원하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금도 메디치의 본산이었던 우피치 궁은 박물관으로 바뀌어 메디치 가문이 소장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미술품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전시된 소장품들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가 모자라고 이틀도 부족할 만큼 방대할 뿐만 아니라 그 대부분이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두가 메디치라는 한 가문이 의뢰하고 소장한 미술품이란 것입니다. 이처럼 메디치라면 주로 회.. 2016.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