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작은 것 부터 실천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리더쉽[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작은 것 부터 실천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리더쉽

Posted at 2017.08.02 08:02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예술의 전당 공연예술감독으로 있을 때 오페라 마술피리의 출연자 모두를 오디션으로 뽑자고 했습니다. 먼저 공연기획팀 직원들의 추천과 회의를 거쳐 지휘자와 연출자를 선정하고 그 두 사람과 함께 오디션 심사에 들어갔지만 감독인 저는 그저 지켜볼 뿐 연출자와 지휘자의 생각이 다를 때가 아니면 절대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견해가 엇갈리는 경우가 없었고 감독이 개입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최선이라 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은 듯 새삼스럽게 떠올리는 것은 그때도 다들 말하길 전에는 없던 일이라 했고 지금껏 지켜보니 이후로도 없는 일인 듯 싶어서입니다. 이렇게 쉬운 일을 자꾸만 어렵게 만듭니다. 맡겨두면 될 일을 나서서 그르칩니다.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출처 : http://www.loveandong.kr/guide/cul_02/play_view.php?lcode=4&idx=4532


학교 산학협력단 단장으로 있을 때 직원을 새로 뽑을 일이 있었습니다. 면접심사를 준비하면서 면접 받는 분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각자의 심사시간을 따로 정해 알리라고 했고 봉투에 소정의 교통비를 챙겨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심사가 끝나면 곧바로 통보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모든 절차가 끝나고 얼마지 않아 면접심사에 지원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한 응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혹시나 절차나 결과에 대한 유감이나 항의인가 싶어 순간 긴장했으나 뜻밖에도 감사의 인사를 받고 의아했습니다. 그는 비록 떨어졌지만 여러모로 존중하고 배려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지금껏 수많은 채용공고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교통비를 챙겨주는 곳은 여기 말고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서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외롭고 답답하고 두렵기만 했습니다.

 

출처 : 아이클릭아트

 

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의 예술감독으로 있을 때 사무국 직원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축제를 찾는 관객들도 중요하고 의정부 시민들도 중요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함께 일하는 우리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기에 무엇보다 먼저 우리 모두가 신나서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 모두가 서로를 아끼고 도우며 열심히 일할 것이니 축제가 잘못될 까닭이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울러 직원들에게 말하길 그래도 혹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책임질 일이 생긴다면 그건 전적으로 감독이 감당할 일이고 그래서 감독을 두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감독을 그만둔 지금도 축제보다는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근황이 더 궁금하고 그들이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독이고 팀원이기 전에 이렇듯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사람 사는 세상의 마땅한 도리이기 때문이고 그걸 앞장 서서 지키고자 하는 것이 또한 책임지고 이끄는 자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출처 : 아이클릭아트 

 

몸 담고 있는 학교의 예술경영전공을 전담하는 조교를 처음 뽑았을 때입니다. 그 조교를 불러 미리 당부했습니다. 더 좋은 자리가 있거나 혹시 사정이 있어 그만두게 되면 후임자는 반드시 전임자가 구해야 할 것이며 인수인계 또한 두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니 주임교수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인수인계를 할 때 후임자에게 또한 나중에 사임하게 되면 전임자가 했던 그대로 따라 해야 함을 주지시켜 이를 원칙으로 삼아 전통으로 이어가자고 했습니다. 그 이후 몇 번이나 조교가 바뀌는 동안 한번도 그 일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 일을 가장 잘 한다 싶은 적임자가 그 자리에 있었고 덕분에 학과 운영이 너무나 순조로웠습니다. 무슨 일이든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고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일에 관해 확고한 권한을 주고 그에 따른 책임을 주지시켜 스스로 알아서 해나가게 한다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출처 : 아이클릭아트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가져오게 하고 일감을 나눠주거나 지시를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대한 동경을 키워줘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배가 만들어지냐고요? 까짓 것 늦어지면 어떻고 못 만들면 또 대수인가요! 그렇게 서로 마음이 맞아 함께 꿈을 키우고 모두가 있는 힘을 다한다면 그게 기쁨이고 보람이지요! 쯧쯧...철이 없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요? 그런 물정이라면 모르고 살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엔 한 때 그런 줄만 알고 그리 살기도 했지만 이제사 그게 아닌 줄 알았습니다. 진작에 알았을 걸 그랬냐고요?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렇게 죽는 날까지 철들지 않고 살렵니다. 생텍쥐베리는 "어린 왕자"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은 눈에 잘 안보인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말도 하죠. 늘 가까이 있는 사람이 제일 소중한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니 그 마음도 얻지 못하는 겁니다. 마음을 줘야 얻습니다.

 

출처 : 아이클릭아트  

 

다그쳐서 되는 일보다 부추겨서 되는 일이 더 많습니다. 스스로도 아는 잘못은 나무랄 일이 아니죠. 때로는 모르는 척 덮어주고 찾아서 고치도록 기다리는 게 낫습니다. 재촉하면 조바심이 나고 질책하면 의욕마저 잃어 하던 일도 그르치기 마련입니다. 나무라기보다 추켜세우고 말을 앞세우기 전에 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지 마음먹어도 잘 안되는 것은 참지를 못하고 믿지를 못해서입니다. 믿을 만하니 믿고 참을 만해서 참는 게 아니라 믿을 밖에 다른 도리가 없고 참는 것 보다 더 나은 수가 없어서입니다. 참아주니 고맙고 믿어주니 더 힘을 내는 겁니다. 그랬는데 그렇지 않다면 그럴 때까지 또 그래야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마땅히 언제나 어디서나 그래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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