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연극, 발레, 춤[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연극, 발레, 춤

Posted at 2018.05.16 14:29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좋은 소설을 읽거나 잘 만든 연극을 보고나면 줄거리나 장면보다 등장인물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성격과 처지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그렇게 이야기와 삶이 펼쳐집니다.

"온 세상이 한갓 무대일 지니, 모든 남녀는 한낱 배우일 따름이다.(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셰익스피어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334110866077239435/?lp=true


베토벤은 죽음이 눈앞에 이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극(Comedia)이 끝났으니 친구들이여 박수를 쳐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운명에 맞서 자유와 불멸을 얻고자 그토록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조차도 말입니다.

 

출처 : https://bit.ly/2KuZ0iT


연극(play)은 놀이(play)입니다. 한바탕 질펀하게 노는 겁니다. 연극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 다 그렇습니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한 세월 잘 놀다 가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사는 겁니다. 인생은 연극입니다.

 

도리스 데이의 노래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의 후렴을 되뇌입니다.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The future's not ours to see! Que sera, sera!" 그렇습니다. 누구라서 미래를 알겠습니까. 때가 되면 어차피 알게 될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당장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기다릴 뿐입니다. 그게 바로 너나없는 우리네 인생입니다.

 

출처 : http://sanctionofstyle.com/que-sera-sera/


발레는 몸에 너무 잘 맞아서 아픈 옷이라고 말합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의 수석무용수 강효정의 말입니다. 처음엔 몸에 꼭 달라붙고 끼어서 아프지만 나중엔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아프지 않은 게 아니라 아픔마저 잊는 것이고 발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겁니다.

 

발레는 투자 대비 확률이 가장 떨어지는 무모한 도전입니다. 성공에 절대 필요한 조건이 너무나 많고 다 갖추고도 피나는 훈련을 이겨내야 합니다. 자라면서 체형이 달라지거나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혹시 성공한다 해도 무대에서 빛나는 시간이 너무나 짧습니다.

 

출처 : https://bit.ly/2Gl02Mf


발레의 묘미는 발끝에서 손가락 끝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에 있습니다. 하나 된 몸과 마음이 시선에 담기고 발끝의 움직임으로부터 손가락 끝으로 모아질 때 머리카락이 쭈뼛서는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그 순간 생각이 멈추고 느낌도 무뎌져 딴 세상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감출 데가 없고 숨길 수도 없는 것이 춤입니다. 옷으로 온통 가려도 맨 몸뚱아리가 다 보이고 온갖 걸로 몽땅 둘러싸도 뿜어나오는 몸짓을 가둘 수가 없습니다. 말이 없이도 말을 걸어야 하니 꾸미지 말아야 합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어야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bit.ly/2rIF9Fa


춤은 몸입니다. 그리고 몸의 움직입니다. 그걸로 다른 무엇을 보여주고 말고는 그 다음 생각할 일입니다. 몸짓 말고는 달리 길이 없고 그게 가장 낫다고 믿는다면 춤으로 해야 합니다. 말로 해도 될 것을 굳이 몸으로 하겠다면 그만한 까닭이 있어야 합니다. 춤은 몸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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