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Posted at 2017.11.17 08:00 | Posted in 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살면서 가끔씩은 사람은 도대체 무엇으로 사는지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영화 속의 명장면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쇼생크 탈출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장면들로 먼저 영화 쇼생크 탈출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젊은 은행가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받아 쇼생크 감옥에 갇힙니다. 간수들의 부당한 처사와 다른 죄수들의 폭력까지도 꿋꿋이 견디며 힘겹게 버티던 어느 날, 간수 한 사람을 도와 세금을 덜 내도록 한 것이 알려지면서 교도소장과 다른 간수들의 세금 감면은 물론 교도소장이 죄수들에게 일을 시켜 착취한 돈을 세탁하고 관리하는 일까지 맡게 되어 그들의 신임을 얻게 됩니다

 

출처 : http://www.imdb.com/title/tt0111161/


그런데 그는 그렇게 얻은 여유와 혜택을 활용해 동료 죄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힘을 씁니다. 여기저기 편지를 써서 도서관을 꾸미고 책을 기증받는가 하면 새로 들어온 젊은 죄수를 가르쳐 검정고시에 합격시킴으로써 이를 지켜본 죄수들 모두에게 보람과 긍지를 안기기도 합니다그러던 어느 날, 간수의 방에서 뜻밖에도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녹음한 음반을 발견한 앤디는 그 음반을 틀고 마이크를 연결해 스피커를 통해 교도소 전체에 음악이 흐르도록 합니다. 순간 교도소 안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제껏 그 안의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 노래는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입니다. 백작이 자신의 집사 피가로의 약혼녀인 수잔나를 유혹하려 들자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백작을 골려주려고 몰래 만나자는 거짓 편지를 쓰면서 함께 부르는 노래입니다


Mozart - The Marriage of Figaro (모짜르트 '피가로의 결혼)

 

그러나 그들에게 그 내용이나 가사는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음악은 마치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 듯 맑고 깨끗하여 그들 마음의 모든 찌꺼기를 단번에 씻어내는 듯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그때 들리는 흑인 죄수 레드의 독백이 그들 모두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출처 : http://www.imdb.com/title/tt0111161/


하지만 앤디에게 그 댓가는 혹독했습니다허락 없이 음악을 틀었고 음악을 멈추라는 간수들의 독촉에도 모르는 척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은 벌로 흠씬 두들겨 맞고 2주 동안 독방 신세를 지게 됩니다. 창백하고 초췌한 몰골로 독방에서 나온 앤디에게 동료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지냈냐고 묻습니다. 앤디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었다고 대답합니다. 그들이 놀라서 녹음기를 가져갔냐고 다시 묻자 그는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에 있어. 그것이 음악의 아름다움이야.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지.”라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이번에는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30년대말의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약간은 모자란 듯 얼치기지만 늘 즐겁고 낙천적인 귀도가 삽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집안에 약혼자까지 있는 아름다운 선생님도라를 사랑하여 순수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만으로 마음을 얻고 함께 도망까지 가야 하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결혼에 이르러 아들 조슈아를 낳고 행복하게 삽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나치가 이탈리아를 점령하면서 유태인인 귀도와 아들 조슈아는 수용소로 끌려가고, 유태인이 아니 도라도 고집을 부려 그들을 따라나섭니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귀도는 어린 아들을 안심시키려고 그들 모두는 게임을 위해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라며 누구든 주어진 어려움을 다 이겨내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진짜 탱크를 상으로 받게 된다는 거짓말을 합니다.  

 

출처 : http://kimsigyun.com/?p=687


그러던 어느 날, 귀도는 독일군 장교 숙소에서 열리는 파티에 불려가 시중을 들게 됩니다. 음식을 나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에 축음기를 발견한 그는 건너편 여자 수용소에 있을 아내를 생각하여 소리가 그쪽을 향하도록 축음기를 돌려놓고 음반에 바늘을 올려놓습니다. 그러자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뱃노래'가 흘러나옵니다어둡고 추운 수용소의 침상에 힘없이 누워 있던 도라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듣고는 홀린듯이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고 어느덧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호프만의 이야기'중 '뱃노래'-오펜 바흐(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오펜바흐는 19세기 파리에서 활약한 오페레타 작곡가입니다. "지옥의 오르페오", "아름다운 핼렌"과 같은 작품들이 인기를 끌며 명성과 부를 누렸지만 오페라가 아니라 그보다 가볍고 통속적인 오페레타로 성공했다는 자격지심에 반드시 오페라를 써서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작곡한 야심작이 바로 "호프만의 이야기"입니다.옛 연인이며 오페라 가수인 스텔라의 초대를 받고 뉘른베르크의 한 술집에 나타난 호프만은 스텔라를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 모인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했던 세 번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가운데 마지막 이야기가 3막에 펼쳐지는데 베네치아가 무대입니다줄리에타의 유혹에 넘어간 호프만은 결투 끝에 줄리에타의 연인 쉴레밀을 죽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줄리에타를 뒤에서 움직인 악당 다페르투로의 음모였음이 밝혀지고 달빛 흐르는 밤, 줄리에타는 다페르투토라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그가 보는 앞에서 사라집니다. '뱃노래'는 줄리에타가 호프만의 친구인 니콜라우스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부르는 이중창으로 여기서 니콜라우스는 남자지만 오페라에서는 메조소프라노가 남장을 하고 그 역할을 맡습니다. 혹시나 그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아들이 눈치챌까봐 귀도는 날마다 기지를 발휘해서 동분서주 합니다


출처 : http://bach1685.tistory.com/105


마침내 독일이 패망하자 귀도는 먼저 조슈아를 숨겨두고 아내 도라를 구하려다가 독일군에게 붙잡혀 총살을 당하지만 끌려가면서도 숨어서 지켜보는 아들을 생각해 짐짓 즐거운 일인 양 윙크를 하면서 태연하게 걸어갑니다. 조슈아는 날이 밝을 때까지만 들키지 않으면 게임에서 이긴다는 귀도의 말을 정말로 믿고 나무 궤짝에 꼼짝 않고 숨어 있다가 다음날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피는데 그 앞으로 거짓말처럼 연합군의 탱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타납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ji-na


한때는 거리마다 음악이 넘쳐 홍수처럼 범람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관공서에서는 새마을 노래를 틀었고 동네 가게에서는 유행가가 흘러나왔습니다. 골목길을 리어카로 돌아다니는 행상들까지 음악을 앞세워 나 여기 있다며 외쳤습니다. 확성기로 울려퍼지는 행진곡을 들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등교를 했고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는 교실 스피커에서도 잔잔하게 음악이 흘렀습니다. 하도 들으니 저절로 다 외웠지만 그때는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따라 불렀습니다. 그러다 나중에야 그 곡이 조셉 수자의 행진곡이라는 것을 알았고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지금 이랬다가는 소음 공해에다 저작권 침해라며 난리도 아닐겁니다. 누구나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지구상의 무슨 음악이든 골라 들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때가 몹시 그립습니다.어느덧 거리의 캐롤마저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전에는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기 시작하면 이제 한 해가 저무는구나 싶어 묘한 감상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12월도 그저 열두달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매듭지어야 할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무겁고 몸이 지치는 나날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혼자 듣는 음악 말고 함께 듣는 음악이 그립습니다. 때로는 시간을 내서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바쁘게 길을 걷다가도 어디선가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 들리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잠시나마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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