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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선생님의 그림읽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8.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화려한 책 표지부터 범상치 않았죠.

문득 책표지는 누구 그림인지 궁금해져 표지그림을 확인해 보니,

'줄리앙 슈나벨'이란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래서 먼저 표지 그림부터

<줄리앙 슈나벨, 붉은 상자, 1986년> <출처 : 구글 이미지>

이런 그림을 볼 때면 먼저 드는 생각은...

그림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림은 맘에 든다는 것이죠.

색감도 맘에 들고요.

생명력이 느껴지는 나무의 생동감과 붉은 바탕에 하얀 잎으로 가득 채워진 것은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물이 흐르는 것 같은 파란 색의 곡선의 색감도 맘에 듭니다.

이 작품의 제목을 좀 더 자세히 보면 화가의 의도를 좀 더 이해하실 수 있을 듯 합네요.

REBIRTH III (THE RED BOX) PAINTED AFTER THE DEATH OF JOSEPH BEUYS
OIL, TEMPRA ON BACKDROP, 148 X 134", 1986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5.12 ~ 1986.1.23)라는 화가를 추모하는 그림인 듯 합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마지막 책과도 어울리는 그림이란 생각도 드네요.

 

박완서 선생님의 그림읽기

2부_책들의 오솔길

선생님께서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에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에 대한 글입니다.

<감자 먹는 사람들 Potato EATERS, 1885년> <출처 : 구글이미지>

이 그림에 대한 세 사람의 생각을 옮겨 봅니다.

먼저, 박완서 선생님은

"<감자 먹는 사람들><베 짜는 사람들>등 그가 파리로 가기 전,

누에넨 시절의 어두운 그림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그가 칠한 어둠은 너무 무겁고 깊고 강렬했다.

한꺼번에 많은 미美를 본다는 건 원래 사람을 지치게 하는 법이지만

고흐의 그림은 특히 더 했다."

(p.234)

그리고 신경숙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이 그림은 소설의 모티브가 됩니다.

책의 내용을 옮기면,

"저 사람들의 무엇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을까, 하고요. 그들은 막 노동에서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등잔불을 켜놓은 걸 보면 밤이 아니겠습니까. 등잔불은 낡은 탁자를 온화하게도 비추고 있었습니다. 하루분의 노동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 것일까? 저녁식사가 저 몇 알의 감자일까? 그래도 그들의 표정은 무척 풍부했습니다. 태양 아래의 감자밭이 그들 얼굴 위로 펼쳐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비참에 억눌릴 만도 한데, 오히려 그들의 표정은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눈빛과 손짓과 낡은 의복으로요. 어쩌면 나는 그들이 먹는 것이 알감자라는 것에 혹했는지도 모르지요. 기름에 튀겨서 칩을 만든 것도 아니고, 강판에 갈아서 감자전을 부친 것도 아니고, 마요네즈에 버무려 샐러드를 만든 것도 아니라는 점에 말이에요. 그들이 노동에 단련된 굵은 손으로 덥썩 집어먹고 있는 것이 그저 삶아 그릇에 담아 내놓은 순수한 알감자라는 점에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고흐 자신은 동생 테오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네요.

"나는 램프 불빛 아래서 감자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에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손에 굵은 힘줄까지 묘사하여 그렸던 이유는 위와 같은 말을 하고 싶어서였나 봅니다.

 

3부_그리움을 위하여

책의 3부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박경리 선생, 박수근 화백의 추모의 글이네요.

 

그 중 박수근 화백(1914.2.21 ~ 1965.5.6)의 추모글입니다.

박완서 선생님이 삶의 어려운 시기에 박수근 화가와 함께 알고 지냈다는 사실에 놀랐죠.

더 나아가 박수근 화백의 그림으로 '나목'이라는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죠.

보석처럼 빛나던 나무와 여인 - 박수근 화백 추모

<나무와 여인3, 1962년> <출처 : 구글이미지>

"그의 유작전 소식을 신문 문화면에서 읽고 마음먹고 찾아가 <나무와 여인>이라는 작은 소품에 매료되어 오랫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했고, 그 때의 감동이랄까, 소름이 돋을 것 같은 충격을 참아내기 어려워 놓여나기 위해 쓴 게 내 처녀작 '나목'이다. 그는 왜 꽃 피거나 잎 무성한 나무를 그리지 못하고 한결같이 잎 떨군 나목만 그렸을까. 왜 나무 곁을 지나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머리에 뭔가를 이고 있지 않으면 아이라도 업고 있는 걸까."

 

"남자들은 일자리가 없고, 그 대신 여인들이 두 배로 고달팠던, 그러나 강한 여인들은 결코 절망하지 않고 전후의 빈궁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사는 모습이 그의 눈엔 가장 아름다워 보였을 것 같다. 그래서 오래오래 남기고자 화폭을 돌 삼아 돌을 쪼듯이 힘과 정성을 다해 그린 게 아니었을까. 여인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길목마다 나목이 서 있다. 조금만 더 견디렴, 곧 봄이 오리니 하는 위로처럼. 그와 내가 한 직장에서 보낸 그해 겨울, 같이 퇴근하던 폐허의 서울에도 나목이 된 가로수는 서 있었다. 내 황폐한 마음엔 마냥 춥고 살벌하게만 보이던 겨울나무가 그의 눈엔 어찌 그리 늠름하고도 숨 쉬듯이 정겹게 비쳐졌을까."

 

"박수근 회고전에서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도 나에게 소설 '나목'을 쓰게 한

 그 <나무와 여인>이었다. 그건 작지만 보석처럼 빛나며 내 눈을 끌어당겼다."

박수근 화백의 그림 질감이 있어서 직접 보시길 권해 드려요.

그림 표면이 화강암같은 질감으로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빨래터, 1954> <출처:구글이미지>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보면 화려함과 군더더기가 없죠.

그렇기에 그 진실함이 더 깊나 봅니다.

 

박수근 미술관도 간단히 소개합니다.

<출처 : 박수근미술관 홈페이지>

(255-808)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Tel. 033-480-2655 ⓒ 박수근미술관

전시도 있네요.

굳게 마음 먹고 언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죠. 굳게 마음 먹어야 될만한 거리죠~~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한다는

예술에 대한 굉장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아이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 박수근

박수근 화백의 그림, 박완서 선생님의 글 모두 일상을 되돌아 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