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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의 아름다운 사연들]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가면 의자 뒤에 탭이 붙어있는것을 알고 계시나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14.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34)
[홍승찬 교수의 재미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의 아름다운 사연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전경.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가면 의자 뒤에 탭이 붙어있습니다.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 개관에 즈음하여 객석기부 운동을 펼쳤고 기부한 객석에는 기부자의 이름이나 기부자가 원하는 글귀를 새긴 금속판을 달았습니다. 예술의 전당 공연예술 감독으로 있으면서 제안했던 일이었습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기부에 동참하면서 “Beauty saves world"라는 멋있는 문구를 남겨 감동을 주기도 했지요.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남겨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으려는 뜻이 더 컸습니다. 오페라 극장 뿐만 아니라 예술의 전당 곳곳을 이런 사연으로 덮었으면 했습니다. 광장의 벤치나 나무는 물론이고 광장 바닥에 깔린 석판 한 조각까지도 모두 기부를 받아 이름을 새기고 사연을 새겼으면 하는 마음이었지요. 그렇게 이름을 남기고 사연을 남긴 사람들이라면 예술의 전당을 자주 찾게 되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지요.

 

 

‘객석기부 2,171석’ 캠페인 8억 돌파
예술의전당은 “오페라극장 2,171석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객석기부 2,171석’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오페라극장 복구기금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운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된 ‘객석기부 2,171석’ 캠페인은 오페라극장 객석 의자 뒤편에 기부자의 이름과 남기고자 하는 문구를 새긴 명판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월 15일 현재까지 총 232명의 기부자가 462석을 기증해 총 8억 7백6십만 원을 모금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예술의 전당 입구에 새로 꾸민 비타민 스테이션에 꽃가게를 열자는 것도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처럼 말고 예술의 전당이 직접 운영하여 새로운 공연장 문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로비에 즐비한 꽃바구니나 객석에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는 꽃다발이 아니라 누구나 꽃 한 송이씩 들고 공연 보러 가자는 뜻이었지요.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그 꽃을 무대로 던지는 겁니다. 연주자의 입장에서 박수나 환호보다, 무대 뒤에서 받는 꽃다발보다 무대에 하나하나 쌓이는 꽃송이들이 더 큰 감동이 아닐까요? 꽃값은 기부금이 되어 부담 없는 금액으로 또 다른 보람까지 얻는 셈입니다. 그러자면 우선 객석 안으로 꽃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지금의 규정부터 고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예술의전당의 주요한 자랑거리인 `세계음악분수'. 건축가 김석철씨가 설계한 것으로, 가로 43미터, 세로 9미터 수조에 노즐 800여개 수중등 500여개를 달아 음악에 따라 물줄기가 춤추며 여러가지 효과를 연출한다.

 

예술의 전당을 떠나면서 모든 것이 부질없는 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꿈꾸는 버릇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워렌 버핏이 해마다 자신과의 점심식사를 경매에 부쳐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처럼 저명한 음악인 누군가와 오찬을 나누는 기회를 경매에 붙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물론 수익금은 음악과 관련된 좋은 일에 써야겠지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젊은 음악인들을 후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를 통해 여러분의 고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음악인과 오찬을 나누고 싶은지요? 그리고 경매로 얻어지는 수익금을 어떤 일에 쓰면 더 보람이 있을까요?

 

 

 

 

가장 최근에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또 있습니다. 하루저녁 멋있는 장소를 빌려 음식 만들기 좋아하고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음악인이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만찬을 열자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날 음식값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음악과 관련된 좋은 일에 써야겠지요. 생각해 보니 음악가들 중에 먹는 일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합니다.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미식가의 경지에 오른 사람도 하나 둘이 아닙니다. 음악사를 들여다 본다면 오페라 작곡가 롯시니가 단연 으뜸이고 우리나라 음악가라면 첼리스트 양성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특히 와인에 관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음악가들 중에는 직접 음식 만드는 걸 즐기는 분들도 상당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취미 수준을 떠나 전문가의 경지에 오른 음악가라면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지휘자 정명훈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두 분만큼 요리에 관심이 있고 또 통달한 음악가는 흔치 않습니다. 특히 정명훈 선생의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 바쁜 일정에도 모일간지에 정기적으로 요리에 관한 칼럼도 쓰고 있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직접 만든 올리브유를 선물하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더 가까운 사이라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받았겠지요.

 

 

첼리스트 양성원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정명훈 선생을 셰프로 모시고 만찬을 열었으면 합니다. 물론 수익금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우리나라 음악계를 위해 여러모로 유익한 일에 써야겠지요. 어디에 쓸지를 정명훈 선생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예의일 듯싶습니다. 장소 선정은 물론이고 몇 분을 모셔야 할지,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어 내놓을지도 모두 정명훈 선생이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치 국부터 마신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다시 한 번 여러분의 고견을 여쭙겠습니다. 이런 만찬이라면 참석하실 의사가 있으신지요?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기부를 받는 것이 적당할까요? 그리고 어떤 일에 써야 할지, 그보다 어떤 일에 쓴다고 해야 정명훈 선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글 : 홍승찬 교수
편집 : 신이다